헥터가 시즌 19승과 더불어 팀의 매직넘버를 3으로 줄이는 기쁨을 맛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헥터가 시즌 19승과 더불어 팀의 매직넘버를 3으로 줄이는 기쁨을 맛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가 시즌 19승 달성과 더불어 팀의 매직넘버를 3으로 줄였다. 8회까지 무조건 마운드를 지키겠다던 헥터의 약속은 사실이었다. 시즌 20승보다 200이닝에 더 욕심이 난다는 헥터가 활짝 웃은 하루였다.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하게 봤습니다.”
9월 27일 저녁.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대전으로 올라온 KIA 타이거즈 선수단 숙소는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선두 경쟁 상대인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날 kt 위즈가 3-2로 두산을 꺾는 결과가 나오자 KIA 선수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경기 차의 여유가 생긴 순간이었다.
KIA는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1경기 차로 벌어진 두산과의 격차를 더 벌릴 기회를 잡았다. 당연히 최상의 카드를 꺼냈다. KIA는 이날 ‘에이스’ 헥터 노에시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시즌 19승을 노리는 헥터의 얼굴엔 경기 전부터 강한 의욕이 엿보였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이날 한화 선발인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등판을 펼쳤다. 비야누에바는 부인의 출산 일정으로 29일 고국인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떠날 계획이다. 한화 구단의 배려로 출국 일자를 앞당긴 비야누에바였다.
사실상 비야누에바가 한화 팬들에게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는 날과도 같았다. 그래서 비야누에바는 더 이를 악물고 공을 던졌다. 확실히 경기 초반 기세는 헥터가 비야누에바에게 밀렸다. 헥터는 0-0으로 맞선 2회 말 2루타 3개와 볼넷 2개를 맞고 4실점 했다. 반대로 비야누에바는 6회까지 단 1실점으로 KIA 타선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자는 헥터였다. 2회 말 4점을 내준 것이 이날 헥터의 마지막 실점이었다. 헥터는 2회 ‘빅이닝’ 허용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마운드를 오랫동안 지켰다. 오히려 헥터의 속구 구위와 구속, 변화구 제구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더 좋아졌다. 헥터가 추가 실점 없이 6회까지 버티자 팀 타선이 역전 기회를 잡았다.
KIA는 1-4로 뒤진 7회 초 이범호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추격을 시작했다. 이어 KIA는 3-4로 뒤진 8회 초 김주찬의 1타점 동점 적시타와 안치홍의 역전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사이 헥터는 7회 말 1사 1, 3루에서 김태균을 병살타로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8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헥터는 총 117구를 던진 역투로 끝내 추가 실점을 막았다. 9회 초 한 점을 더 추가한 KIA는 9회 말 마무리 김세현을 내세워 7-4 승리를 매듭지었다.
‘도미니카 빅뱅’ 최후의 승자는 헥터

2회 4실점에도 헥터는 8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버텼다(사진=KIA)
2회 4실점에도 헥터는 8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버텼다(사진=KIA)

9월 28일 경기에서 8이닝 8피안타 3탈삼진 2볼넷 4실점(2자책)을 기록한 헥터에겐 시즌 19승이라는 달콤한 선물이 찾아왔다. 헥터의 승리와 더불어 KIA는 매직넘버를 ‘3’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헥터도 웃고, 팀도 웃는 일거양득의 하루였다.
초조하게 이날 경기를 지켜본 KIA 이대진 투수코치는 헥터의 역투로 마지막 순간 활짝 웃을 수 있었다.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겠단 헥터의 약속을 믿은 이 코치였다. 이 코치는 경기 뒤 “헥터가 경기 초반 실점했지만, 그 이후 잘 버텨줬기에 팀이 역전할 기회를 잡았다. 경기 전 헥터와 투구 수에 상관없이 8회까지 가자고 약속했다. 그 책임감이 있었기에 헥터가 전력투구로 위기를 넘긴 것 같다”며 빙긋 웃었다.
헥터도 시즌 19승이 확정된 뒤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무엇보다 22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6이닝 5실점)에서의 부진을 만회했기에 더 기쁜 헥터의 하루였다. 헥터는 “투구 수 제한 없이 최대한 긴 이닝을 던지고 싶었다. 그래서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오직 팀 승리를 위해서 공을 힘껏 던졌다”며 고갤 끄덕였다.
2회 말 4실점 과정에서 팀 수비의 실책이 아쉬웠지만, 헥터는 경기 일부라고 생각하고 더 투구에 집중했다. 헥터는 “실책도 경기 일부다.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야구다. 그럴수록 경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 경기 초반엔 내 실수도 있었다. 실책 이후 실점이 나왔지만, 그 이후부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내 공을 던지고자 노력했다”며 ‘쿨’하게 답했다.
헥터는 비야누에바가 이날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을 치른단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두 선수는 평소 핸드폰 메신저를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 헥터는 “비야누에바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등판을 치른단 걸 알고 있었다. KBO리그에서 뛰는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들의 단체 채팅방이 있다. 거기서 그 얘길 들었고, 같이 잘 던져보자고 비야누에바와 서로 응원했다. 물론 승리는 우리 팀이 가져간다고 말했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헥터 “20승보단 200이닝이 더 욕심나.”

팀 동료 양현종과의 다승왕 집안 경쟁 결말은 어떻게 끝날까(사진=KIA)
팀 동료 양현종과의 다승왕 집안 경쟁 결말은 어떻게 끝날까(사진=KIA)

운명의 장난처럼 헥터는 팀 동료 양현종과 함께 시즌 19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제 헥터와 양현종은 각자 한 차례 남은 선발 등판에서 시즌 20승 달성과 다승왕 등극을 노린다. 물론 정규시즌 우승과 더불어 헥터와 양현종의 시즌 20승과 공동 다승왕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KIA의 시나리오는 없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두 투수는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한다.

하지만, 시즌 20승 달성 가능성에 대해 헥터는 고갤 내저었다. 오히려 헥터는 승리보단 투구 이닝을 향한 욕심을 내비쳤다. 헥터는 9월 29일 기준 올 시즌 194.2이닝을 기록 중이다. 남은 한 번의 등판에서 5.1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2년 연속 200이닝 달성에 성공하는 헥터다.
헥터는 “솔직히 시즌 20승에 대해 큰 욕심은 없다. 물론 승리의 기회가 오면 좋을 거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200이닝 달성이 더 욕심난다”며 200이닝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KIA의 잔여 경기 일정을 살펴보면 헥터는 10월 3일 시즌 최종전인 수원 kt전에서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날 전 KIA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을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굳이 헥터가 무리하게 마운드에 올라갈 이유는 없다. 이 경우 KIA는 헥터에게 한국시리즈까지 긴 휴식을 부여하는 게 더 낫다. 후반기 들어 헥터의 몸 상태가 다소 지쳤단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시즌 최종전에 헥터가 나갈지 안 나갈지는 향후 순위 싸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 분명한 건 포스트시즌까지 긴 휴식 시간을 보낸 헥터라면 지금보단 구위가 훨씬 더 좋아질 거란 점이다. 오늘 야수들에게 만회할 기회를 준 헥터에게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헥터도 “후반기 들어 나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200이닝을 소화한 뒤 올 시즌에도 200이닝 가까이 던지고 있다. 체력적인 걱정이 있지만, 사람의 몸이라면 가끔 피곤해지는 건 당연하다.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 남은 등판에서도 팀의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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