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의 승자를 결정한 5개 팀의 '빛과 그림자'는 무엇일까(사진=엠스플뉴스)
가을야구의 승자를 결정한 5개 팀의 '빛과 그림자'는 무엇일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포스트시즌에 나설 팀들이 모두 결정됐다. 지금부턴 5개팀 모두 가을 모드로 전환해 가을의 전설에 도전한다. 가을야구에 나서는 5개 팀의 ‘Good’과 ‘Bad’를 엠스플뉴스가 분석했다.

‘가을 잔치’의 주인공이 확정됐다.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SK 와이번스가 주인공들이다.

5개 팀 모두 한국시리즈 도전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KIA는 2009년 우승 이후 8년 만에 왕좌 탈환에 나선다.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 호랑이 군단을 기다린다. 두산은 한국 시리즈 3연패를 노린다. 후반기 기세를 보면 KIA를 견제할 가장 강력한 팀은 두산임이 틀림없다.

롯데는 5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선수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최근 팀 분위기와 상승세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KIA, 두산 못지않은 기세'라는 평가다. '이웃사촌' NC는 창단 첫 우승을 꾀한다. 후반기 주춤했지만, KBO리그판 ‘가을 좀비’의 위력을 보일 만한 팀이다.

SK는 내친김에 한국시리즈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자세다. 가을야구 막차에 오른 SK는 무서운 장타력과 '에이스' 메릴 켈리를 앞세워 옛 왕조 재현에 도전한다.

제아무리 강팀이라도 장단점이 있게 마련. 가을야구 성패를 결정할 5개팀의 ‘ Good’과 ‘Bad’는 과연 무엇일까.

KIA 타이거즈 (144경기 87승 1무 56패, 1위)

완벽한 외국인 투수 헥터(사진=엠스플뉴스)
완벽한 외국인 투수 헥터(사진=엠스플뉴스)

Good : KIA는 시즌 내내 강했다. 4월 12일부터 시즌 종료 때까지 1위를 굳게 지켰다. 그 중심에 ‘20승 듀오’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의 대활약이 있었다. 팀이 거둔 87승 가운데 두 투수가 40승을 합작했으니 KIA 승리 절반 가까이를 두 투수가 책임진 셈이다.

KIA 김기태 감독도 “올 시즌 헥터와 (양)현종이가 좌-우에서 호투한 게 정규 시즌 1위에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헥터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201.2이닝)을 소화했다. 양현종은 이에 조금 못 미치는 193.1이닝(리그 2위)을 기록했다. 스태미너에서도 리그 최강 듀오였다. 가을 야구에서 두 투수를 연이틀 상대한다는 건 거대한 지진을 경험하는 것과 다름없다. 헥터가 지진이라면 양현종은 쓰나미다.

Bad : KIA의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불펜진’이다. 시즌 초부터 곪았던 상처가 시즌 말미까지 이어졌다. KIA 불펜진 평균자책은 5.71로 리그 8위다. KIA보다 불펜 평균자책이 높은 팀은 리그 10위 kt 위즈(5.86), 9위 삼성 라이온즈(5.75)뿐이다. 선발진 평균자책 4.31(리그 2위)과 비교하면 '같은 팀 투수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KIA는 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마무리' 김세현을 영입했다. 하지만, 구위 면에선 지난해보다 못하단 평가다. 또 다른 마무리 요원 임창용은 9월 13일 SK전 0.1이닝 4실점 이후 더는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김윤동(평균자책 4.59), 박진태(6.55), 홍건희(6.41) 등의 부진은 KIA 불펜의 근심거리다.

두산 베어스 (144경기 84승 3무 57패, 2위)

허경민은 가을 야구에서 또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허경민은 가을 야구에서 또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Good : KIA가 전반기 최고의 팀이었다면, 두산은 후반기 최고의 팀이다. 두산은 7월 18일부터 9월 29일까지 진행된 후반기에서 42승 2무 18패로 최고 승률(0.700)을 기록했다. 전반기가 끝날 무렵 두산은 리그 5위였다. 1위 KIA와는 13경기 차. 하지만, 후반기 대반등으로 시즌 종료 때까지 KIA와 정규 시즌 1위를 다퉜다.

두산 대반등의 중심엔 박건우와 오재일이 있다. 박건우는 후반기 60경기에서 타율 0.416/ OPS(출루율+장타율) 0.939/ 12홈런/ 10도루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박건우는 4월 31일까지 타율 1할대(0.191)를 헤맸던 선수다. 하지만, 이후 타격감을 회복하며 올 시즌 ‘20(20홈런)-20(20도루)’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오재일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오재일 역시 후반기 때 팀 내 4번 타자 김재환(14개)보다 더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16개). 타점은 김재환에 3타점 모자란 51타점. 특히나 오재일은 많은 끝내기 안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두 선수 모두 자기 능력 이상으로 잘해줬다"는 말로 포스트시즌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길 기대한다.

Bad : 주전 유격수 김재호의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다. 김재호는 8월 29일 롯데전에서 3루 쪽 파울 타구를 잡으려다 좌익수 김재환과 부딪혀 ‘견쇄관절 인대손상’ 판정을 받았다. 김재호가 빠진 자리엔 류지혁이 투입됐다. 하지만, 유지혁도 9월 24일 kt 위즈전에서 이해창의 2루 슬라이딩 때 왼무릎을 다쳐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두산 관계자는 김재호의 포스트시즌 활약 여부를 두고 “최근까지 (김)재호가 일본 요코하마에서 재활 치료를 받았다. 이제 팀에 복귀한 만큼 코칭스태프가 몸 상태를 체크하면서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안정성 면에선 김재호보다 나은 유격수는 KBO리그에 없다. 그의 복귀 여부가 두산 가을야구의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롯데 자이언츠 (144경기 80승 2무 62패, 3위)

'이대호'하면 가을, '가을'하면 이대호 아니겠습니까(사진=엠스플뉴스)
'이대호'하면 가을, '가을'하면 이대호 아니겠습니까(사진=엠스플뉴스)

Good : 후반기 두산만큼 무서운 팀이 있다. 롯데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롯데 선수들의 말처럼 올 시즌 롯데는 많은 역전승을 만들어냈다(43승으로 역전승 리그 1위).

롯데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팀'이 된 데엔 ‘불펜진의 힘’이 컸다.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막고 내려가면 어김없이 필승조가 출동했다. 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올 시즌 불펜진 덕분에 역전승이 많았다. 모든 불펜 투수가 잘해줘 고마울 뿐"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롯데의 후반기 불펜진 평균자책은 3.44다. 후반기 리그 1위다. '불펜의 핵' 마무리 손승락(평균자책 1.86)을 시작으로 필승조 박진형(2.17)과 조정훈(4.50), 배장호(4.43)가 후반기를 잘 버텼다. 여기다 이명우(1.76), 장시환(2.79), 박시영(4.73) 등도 중간에서 제 몫을 다했다.

그간 롯데는 불펜진이 흔들려 아쉽게 패하는 경기가 많았다. 포스트시즌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를 전망이다. 롯데 불펜진은 예전의 그 불펜이 아니다.

Bad : 불안요소도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부담감’이다. 롯데로선 5년 만에 진출한 가을야구다. 기존 베테랑 선수들은 가을야구 경험이 있지만, 젊은 선수들은 큰 경기 경험이 전무하다.

롯데 관계자는 “굳이 위험요소를 꼽자면 ‘경험 부족’이다. 젊은 투수가 많아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올 시즌 맹활약한 (박)세웅이나 (김)원중이, (박)진형이 모두 포스트시즌 등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베테랑들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NC 다이노스 (144경기 79승 3무 62패, 4위)

NC 다이노스의 마지막 조각 박석민(사진=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의 마지막 조각 박석민(사진=엠스플뉴스)

Good : NC는 베테랑들의 분전이 빛난 팀이다. 올시즌 유격수 손시헌과 외야수 이종욱은 팀의 궂은 일을 도맡았다. 시즌 초만 해도 NC 김경문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주려 했다. 그러나 베테랑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자 젊은 선수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제공했다.

손시헌은 올 시즌 124경기에서 타율 0.350을 기록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었다. 여기다 이종욱마저 타격감이 살아났다. 이종욱은 107경기에 나서 타율 0.308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전성기 시절 활약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후반기엔 이호준까지 베테랑 대열에 합류했다. 이호준은 특유의 한방으로 패색이 짙던 경기를 되살려냈다. 후반기 NC 베테랑들의 활약은 NC 특유의 탄탄한 응집력을 되찾는 계기로 작용했다. 베테랑들의 존재는 NC 포스트시즌의 원동력이나 다름없다. NC 김경문 감독은 “이호준을 앞으로 중요한 순간에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ad : 에릭 테임즈와 포스트시즌의 강자 재크 스튜어트 없이 치르는 가을야구다. 두 선수의 빈자리는 재비어 스크럭스와 투수 제프 맨쉽이 메운다. 스크럭스는 올 시즌 타율 0.300/ 35홈런/ 111타점으로 테임즈의 활약을 잠시 잊게 했다.

문제는 맨쉽이다. 전반기를 7승 무패 평균자책 1.53으로 끝낸 맨쉽은 후반기 들어 5승 4패 평균자책 5.21로 무너졌다. 맨쉽은 오른 팔꿈치 통증 이후 제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NC 선발진은 올 시즌 평균자책 5.05로 리그 7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4.76으로 리그 3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선발진의 파워가 확실히 떨어졌다. NC는 와일드카드 1차전 선발로 내정된 맨쉽의 분전을 기대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144경기 75승 1무 68패, 5위)

김동엽은 한동민의 빈자릴 메워야 한다. 생애 첫 가을야구에 나서는 김동엽은 폭발할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김동엽은 한동민의 빈자릴 메워야 한다. 생애 첫 가을야구에 나서는 김동엽은 폭발할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Good : SK의 힘은 ‘장타력’에서 나온다. 올 시즌 최정-정의윤-로맥-김동엽으로 이어지는 ‘SK 상남자 타선’은 장타 한 방으로 승부의 균형을 단번에 무너트리곤 했다.

올 시즌엔 KBO리그 한 시즌 팀 최다 홈런 기록까지 갈아 치웠다. SK는 9월 7일 NC전에서 제이미 로맥의 홈런으로 2003년 삼성이 보유했던 기록(213홈런)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SK는 팀 홈런 234개로 시즌을 마감했다. LG 트윈스(110), kt(119)에 2배 가까이 많은 팀 홈런을 쳤다.

SK는 올 시즌 홈런을 친 경기에서 65승을 거둔 반면, 홈런이 없었던 경기에선 9승에 그쳤다. 홈런 여부에 팀의 승패가 좌우된다는 뜻이다.

Bad : 심각한 쪽은 마운드다. 특히 마무리 투수 부재는 SK의 발목을 잡고 있다. SK는 올 시즌 마무리 투수들이 난조를 보이며 30세이브에 그쳤다. 불펜 평균자책은 5.63으로 kt, 삼성, KIA 다음으로 높았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시즌 초부터 서진용(3세이브 6블론), 김주한(5세이브 5블론), 박희수(8세이브 3블론)를 마무리로 기용했지만,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힐만 감독은 이에 집단 마무리 체재를 선언하며 박정배, 백인식, 신재웅까지 마무리 대열에 포함했다. 과연 이 선택이 가을 무대에서도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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