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국내 복귀 후, 첫 시즌 만에 ‘가을 야구’란 선물을 팀에 안겼다. 그리고 이젠 더 높은 곳을 향할 채비를 마친 그다(사진=엠스플뉴스)
이대호는 국내 복귀 후, 첫 시즌 만에 ‘가을 야구’란 선물을 팀에 안겼다. 그리고 이젠 더 높은 곳을 향할 채비를 마친 그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부산]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부산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가을 야구 진출을 이뤄냈다. 수많은 역전승으로 부산 전역을 들썩이게 한 롯데다. 올 시즌 롯데 야구의 구호이자 주장 이대호가 말하는 즐기는 야구에 대해 물었다.
“나이스 볼-.”
10월 7일 부산 사직구장은 롯데 선수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소리만 들었을 땐, 마치 고교야구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NC와의 준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둔 이 날. 롯데 선수들은 평소보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이미 체력이 바닥날 법도 했지만, 오히려 활력이 넘쳤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롯데는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를 앞두고 ‘즐기는 야구’를 강조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단 전체가 ‘어떤 상황에서든 즐겁게 야구 하자’는 구호를 내세웠다. 이는 후반기 롯데 상승세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포스트시즌도 마찬가지다. 지역 라이벌 NC와 롯데가 맞붙는 첫 번째 포스트시즌. 3위 경쟁으로 치열했던 정규시즌과 달리 ‘즐김과 축제’란 단어가 오갔다. 여느 포스트시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롯데 이대호는 “올해 포스트시즌은 부산과 마산에서 치러진다. 부산, 경남팬들에겐 야구 축제가 될 것”이라며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가을 야구에 임할 것이다. 팬 여러분들도 마음껏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주장 이대호가 말한 즐기는 야구의 진짜 의미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양 팀 선수 및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양 팀 선수 및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대호는 롯데 복귀 이후 ‘즐기는 야구’를 몸소 실천했다. 개인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팀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 롯데는 가을 야구란 선물을 얻었다.
“올 시즌을 돌아보면 개인적으론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팀 그리고 부산 팬들과 함께 가을 야구를 하겠단 목표를 이뤘기에 너무 행복합니다.” 이대호의 말이다.
이대호식 ‘즐기는 야구’는 롯데를 하나로 뭉치게 했다. 이대호는 “우리 팀은 올 시즌 감독님을 필두로 코칭스태프, 선수단, 프런트가 ‘하나’로 뭉쳤다. 이는 팀이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이젠 구장에서 실력으로 증명할 차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일본 프로야구(NPB)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의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이대호가 느꼈던 즐김의 핵심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자세’에서 비롯됐다. 이대호는 NPB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일본은 정규시즌이 우선입니다. 포스트시즌은 즐기려는 성향이 강해요. 특별히 뭔가 ‘해보자’ 는 생각보단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인드가 큽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부담감도 줄어들고, 마음 역시 한결 편해졌어요. 우리 선수들에게도 이런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해결책도 제시했다.
“롯데는 5년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은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선취점을 빼앗기거나 에러를 기록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고요.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동요되지 않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김'이란 말은 올 시즌 이대호의 입을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즐기는 야구를 중시했고, 스스로 실천했다(사진=KBO)
'즐김'이란 말은 올 시즌 이대호의 입을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즐기는 야구를 중시했고, 스스로 실천했다(사진=KBO)

이대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특히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질타보단 격려로 동료들을 다독였다.
“경기에 이겼을 땐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기쁘잖아요. 하지만, 경기에 지거나 실수를 했을 땐 기분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들 분위기를 띄워주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게 제 역할 이기도 하고요. 물론 감독, 코치님들이 그걸 이해하시고, 믿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어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대호의 말이다.
롯데 외야수 박헌도는 “(이)대호 형은 항상 좋은 점만 강조한다. 만약 누군가의 실수로 경기에 졌다해도 오히려 ‘괜찮다. 너 때문에 이긴 경기가 더 많다. 실수는 신경 쓰지 말라’고 격려해 준다. 그런 이야길 듣고 나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없던 힘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막내’ 나종덕은 이대호식 리더십에 팀이 변화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나종덕은 “우리 팀은 시즌 초반부터 좋은 분위기를 이어왔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경기를 즐기게 되더라. 요즘엔 지고 있어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견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대호가 만들어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대호 효과의 진짜 힘은 선수들간의 ‘끈끈한 믿음’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이 믿음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단 자신감을 롯데 선수들에게 안겼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이대호가 즐기는 야구를 강조했던 이유다.
거인 군단의 진격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허상이 아니다. 롯데가 올 시즌 순탄치 않았던 고행길 가운데 서로 감싸 안음으로 견뎌냈다. 이대호의 외침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꾼 도화선이었다.
결과보단 과정을 중시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경기를 즐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기전은 결국, 분위기 싸움이다. 롯데 선수들은 가을 축제를 만끽할 준비가 모두 끝났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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