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영건 박진형, 박세웅, 김원중. 이 가운데 누가 3차전 두 번째 투수로 등장할까(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영건 박진형, 박세웅, 김원중. 이 가운데 누가 3차전 두 번째 투수로 등장할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NC와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 경기는 에이스급 투수와 승리조 투수진의 호투 속에 투수전으로 펼쳐졌다. 하지만 3차전부터는 경기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선발투수가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상황이 생길 때, 두 번째로 올라오는 투수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지난 준플레이오프 2경기는 ‘좋은 투수는 좋은 공격력의 팀에 우위를 갖는다’는 포스트시즌의 진리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NC와 롯데가 내놓은 ‘필승 카드’ 투수진은 상대 타선에 결코 2점 이상을 허용하지 않았다.

1차전 선발투수 에릭 해커와 조시 린드블럼, 그리고 양 팀의 승리조 불펜은 경기를 연장 10회까지 2-2의 팽팽한 승부로 끌고 갔다. 2차전에서도 NC 영건 장현식과 롯데 브룩스 레일리가 상대 타선을 압도했고, 포스트시즌 사상 보기 드문 ‘무자책’ 경기가 나왔다.

선발투수는 하나같이 5회 이상을 던졌고, 불펜에선 승리조가 순서대로 등판하며 이상적인 마운드 운용을 보여준 두 팀이다. 타자들이 못 쳤다고 하기엔, 양 팀 투수들의 구위가 워낙 좋았다. 여기다 넓은 스트라이크존도 마운드의 우위에 한몫을 했다.

1, 2차전을 통해 투수전의 진수를 봤다면 이젠 타자들이 나설 차례다. NC는 3차전 선발로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을, 롯데는 베테랑 송승준을 각각 예고했다. 각각 정규시즌 12승과 11승을 거둔 좋은 투수들이지만, 1차전과 2차전 선발투수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맨쉽은 앞서 10월 5일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3실점 하고 내려갔다. 4회까지 던진 투구수만 90개. 9월 15일 삼성전(4이닝 9실점)과 23일 LG전(1이닝 3실점)에 이어 최근 4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시즌 초반 안정적이던 제구가 최근 등판에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송승준은 시즌 중반 이후 투구가 좋지 않았다. 8월 평균자책 4.59로 흔들리다가 9월에는 ERA 5.74로 부진했다. 원정경기 성적(ERA 4.98)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시즌 후반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진 것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1, 2차전처럼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완벽하게 틀어막는 경기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1승 1패인 가운데 치르는 3차전이다. 어느 쪽이든 3차전을 내주면, 1패만 더 당해도 바로 포스트시즌 탈락으로 내몰린다. 3차전부터 선발 교체 타이밍이 빨라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만약 선발투수가 3, 4회까지 2점 이하만 내줬어도, 불안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투수를 바꿀 수 있다.

NC와 롯데, 두 번째로 기용할 투수는 누구?

롯데의 3차전 선발로 나설 송승준(사진=엠스플뉴스)
롯데의 3차전 선발로 나설 송승준(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선발투수가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갈 경우, NC와 롯데는 어떤 투수를 ‘두 번째’로 마운드에 올릴까? 정규시즌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롯데 벤치가 ‘변칙’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롯데는 4차전 선발투수도 린드블럼 ‘당겨쓰기’ 대신, 박세웅을 준비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웅의 큰 경기 경험과 부담감을 배려해 3차전에 송승준을 먼저 기용했다는 것이다.

만약 1차전 연장 11회에 박세웅을 기용했다면, 혹은 송승준이 출전 선수 명단에 있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롯데는 3, 4차전 선발을 생각해 ‘순리대로’ 투수를 기용했다. 5선발 김원중 대신 박시영과 장시환을 기용한 것도 불펜 경험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내진설계 검사까지 마친 뒤에 건너는 조원우 감독의 스타일이다.

이런 성향을 고려했을 때, 롯데가 3차전 ‘두 번째’로 올릴 만한 유력 후보는 김원중이다. 올 시즌 24경기에 선발로만 등판한 김원중은 아직 포스트시즌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조원우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김원중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이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졌을 때 등판하는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 밝혔다.

의외로 셋업맨 박진형이 조기에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조 감독은 박진형을 ‘선발 조기 강판시’ 기용 가능한 카드로 언급하면서 “진형이는 롯데 불펜의 중심이자 핵심 자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박진형은 6월 셋업맨으로 변신하기 전까지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긴 이닝을 던지는데 적합한 다양한 구종과 스테미너를 갖춘 선수다.

4년 연속 10승 투수 이재학.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어떤 역할이 주어질까(사진=엠스플뉴스)
4년 연속 10승 투수 이재학.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어떤 역할이 주어질까(사진=엠스플뉴스)

NC의 경우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떠오르는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는 이재학이다. 김경문 감독은 아직 이재학의 역할과 관련해 확실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시즌 막판 불펜으로 기용하며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와일드카드 1차전 선발투수로 고려했다”는 말로 선발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뒀다.

NC는 4차전 선발투수로 누가 나올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만약 이재학이 3차전까지도 마운드에 나오지 않을 경우, 4차전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NC가 3차전에서 승리할 경우, 해커 ‘당겨쓰기’로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NC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롱릴리프’로 분류되는 투수는 우완 최금강과 정수민이다. 하지만 최금강은 올 시즌 내내 구위가 떨어진 상태로, 이기는 경기에 투입하기는 어렵다. 정수민은 후반기 막판 강력한 구위를 선보였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

오히려 NC 벤치라면 이민호-원종현-김진성 등 승리조 투수를 일찌감치 기용해 긴 이닝을 던지게 할 수도 있다.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도 5회 맨쉽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승리조 이민호였다. NC 승리조 투수가 2이닝 이상 던지는 건 그렇게 낯선 장면은 아니다.

정규시즌에서 NC 벤치는 경기 초반이라도 강한 카드로 승부를 걸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플랜 B로 방향을 트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다. 좌완 선발 구창모가 불펜에 합류하면서 승리조 중간에 투입할 수 있는 조커도 생겼다. 1, 2차전 선발투수의 7이닝 역투 덕에 불펜진이 충분한 휴식도 취한 상태다. 3차전 이후 NC 승리조 투수진이 선발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5회 이전에 ‘두 번째’ 투수가 올라온다는 건, 경기 초반 분위기가 아주 혼란스럽단 의미다. 많은 이닝이 남아있기 때문에, 경기 중반 이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이후 마운드 운영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올라온 두 번째 투수의 역할에 따라, 경기 흐름을 다시 찾아올 수도 있고 상대 팀에게 완전히 넘겨줄 수도 있다. 두 번째 투수가 3차전 승리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이유다. 물론 예상을 깨고 맨쉽과 송승준이 7이닝까지 호투를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NC와 롯데는 두 번째로 올라온 투수가 아주 잘 던져주길 기대해야 할 것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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