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불펜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마산]

치열한 승부 속,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불펜(bull pen)'이다. 그곳엔 언제나 긴장감이 흐른다. 그 무대가 포스트시즌이라면 긴장감은 정규시즌의 두, 세 배에 달한다.

10월 1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경기.

이날 롯데 불펜은 더그아웃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쉴 틈이 없었다. 선발투수 송승준(3이닝 5실점)과 김원중(1.2이닝 5실점)이 흔들리며 마운드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칭스태프는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과 바꿀 투수를 결정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롯데 이용훈 불펜코치는 장고에 빠졌다. 고개를 푹 숙인 채 투수 분석 챠트를 뒤적였다. '어떤 투수를 추천할지'. '이 투수가 상대 타자에게 강했는지'를 면밀히 살폈다. 평소 학구파로 유명한 그였기에 더욱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6회 초, 롯데 불펜에 비치된 전화기가 울렸다. 6회 말에 등판할 투수를 준비하란 신호였다. 이후 공격 흐름은 롯데 쪽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이대호가 친 타구를 나성범이 놓치면서 순식간에 1사 만루 찬스를 맞았다. 점수 차는 4대 10. 올 시즌 롯데의 타격 응집력이라면 '뒤집기'도 가능해 보였다.

6회 말, 예정대로 이명우가 내려가고 장시환이 등판했다. 불펜에서 보여준 투구 내용만으론 합격점이었다. 이 코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첫 타자를 깔끔하게 잡은 장시환은 후속 타자 모창민에게 1점 홈런을 내줬다. 이를 본 롯데 불펜진은 동시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전화기가 울렸다. 이 코치는 박시영과 좌완 김유영에 몸을 풀라고 지시했다. 필승조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불펜 투구에 들어갔다.

갑작스레 ‘제구 불안’을 보인 장시환은 이후 세 타자 연속 출루를 허용한 뒤, 박시영과 교체됐다. 다행히 박시영이 김태군을 삼진 처리하며 6회를 마쳤다. 양 팀 모두에게 기나긴 6회였다.

경기는 타선이 폭발한 NC가 롯데를 13대 6으로 꺾었다. 이로써 롯데의 시리즈 전적은 1승 2패. 롯데는 3차전에서 7명의 투수를 사용했다. 4차전 선발투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남은 시리즈의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날 6회 긴박했던 롯데 불펜의 분주함은 3차전 롯데의 총체적 난국을 설명해주는 듯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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