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사진=롯데)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사진=롯데)

[엠스플뉴스=마산]

10월 12일 창원 마산구장. 오전부터 내린 비에 구장 전체가 촉촉이 젖었다. 흠뻑 젖은 건, 구장뿐만이 아니었다. 전날 NC 다이노스에 패한 롯데 자이언츠의 마음에도 장대비가 쏟아졌다.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날 승부는 1승 1패로 맞선 양 팀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경기였다. 경기 결과는 NC의 13대 6 대승. 상승세를 달렸던 롯데는 3차전 패배로 준플레이오프 탈락을 코앞에 뒀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엔 일렀다. 롯데엔 비장의 카드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롯데는 4차전 선발투수로 박세웅을 예고했다. 로테이션상으론 팀 내에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선발 카드였다. 물론 애초 박세웅을 4차전 선발로 낙점한 상태였지만, 시리즈 전적상 부담이 큰 등판이었다.

이날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덩달아 박세웅의 포스트시즌 데뷔전도 조금 미뤄졌다. 롯데는 13일 4차전 선발투수박세웅 대신 조시 린드블럼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가능하다면 박세웅에게 조금 더 휴식을 주겠단 계획이다.

안경 에이스여, 다시 일어서라.

'에이스의 부활이 필요해'(사진=롯데)
'에이스의 부활이 필요해'(사진=롯데)

시즌 말미 박세웅의 투구는 한창 좋을 때와는 달랐다. 안경 에이스의 갑작스런 부진에 롯데 코칭스태프는 고민에 빠졌다. 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박세웅 부진에 대해 "정규 시즌에서 171.1이닝을 소화한 까닭에 체력적인 부담이 커 보인다"며 "하지만, 이는 어떤 투수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란 말로 박세웅의 부활에 더 많은 기대를 걸었다.

'부진' 이란 말에 박세웅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실투가 장타로 연결됐다. 다음부터 실투를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나타난 구속 저하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체력 관리를 통해 구속을 다시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세웅은 올 시즌 NC전 3경기 선발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 4.50를 기록했다. 마산구장에선 1경기 등판해 1승 평균자책 3.60을 거뒀다. 스탯의 근거가 낮단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투구였다.

특히 최근 3년간(2015-17) NC 타자들을 상대로 강했다. 전날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나성범에게 15타수 3안타, 박민우 19타수 4안타, 모창민 5타수 1안타로 강세를 보였다.

물론 단점도 있다. 박세웅은 NC전에서 6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였다. 시즌 개막 후 4, 5월에 피홈런이 없었던 박세웅은 이후 21개의 홈런을 상대 타자에게 헌납했다. 주 무기인 ‘포크’와 ‘슬라이더’가 떨어지지 않는 날엔 고전했다.

롯데는 전날 7명의 투수를 소모했다. 여유있는 자원은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뿐이다. 박세웅이 긴 이닝을 버텨야만 하는 부담마저 안고 있다.

1984년 최동원이 그랬고, 1992년 염종석이 그랬다.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 등판해 팀을 구해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보너스인 셈이다. 이젠 박세웅 차례다. 여전히 박세웅에겐 팀 내 에이스란 칭호가 따른다. 그에 맞는 품격을 선보일 때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은 롯데. ‘안경 에이스’의 포스트시즌 데뷔 시점은 언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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