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의 포효, '거인이여 일어나라'(사진=롯데)
손아섭의 포효, '거인이여 일어나라'(사진=롯데)

[엠스플뉴스]

| 손아섭은 올 시즌 ‘완성형 타자’로 거듭났다. 타격, 수비, 주루, 파워 등 강타자의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정규 시즌 200안타에 도전했고(193개), 생애 첫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불굴의 의지로 전 경기 출전까지 기록했다. 그리고 5년 만에 다시 가을 무대에 나섰다. 완전무장을 마친 손아섭은 이번에야말로 팬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기겠단 각오다.

10월 1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8회 말이었다. 롯데 손아섭은 NC 투수 임정호의 6구째 132km/h의 포크를 잡아당겨 우월 2점 홈런을 기록했다. 12대 4로 롯데가 지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추격의 홈런포였다.

이날 손아섭은 3루 베이스를 돌던 가운데 롯데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했다. 정규시즌엔 볼 수 없었던 ‘깜짝 세레모니’였다.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건 롯데 조원우 감독도 마찬가지.

조 감독은 “(손)아섭이가 그렇게 오버액션하는 건 처음 봤다. 평소엔 결정적인 홈런을 쳐도 강한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스스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침착한 선수다. 어떤 결과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총 3번의 강한 세레모니를 더그아웃으로 보냈다. 이는 어떤 의미였을까.

“3차전은 5회 이후에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우리 팀 분위기가 잔뜩 침체해 있었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3차전을 패해도, 4차전이 남아 있기에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평소보다 과하게 액션을 취했던 것 같아요(웃음).” 손아섭의 말이다.

손아섭 “질 때 지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손아섭은 올 시즌 많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 개막 전부터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그만큼 강한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시즌에 임했다(사진=롯데)
손아섭은 올 시즌 많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 개막 전부터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그만큼 강한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시즌에 임했다(사진=롯데)

이날 나온 홈런은 손아섭의 포스트시즌 1호 홈런이었다. 가을엔 유독 홈런과 인연이 없었던 그다.

이 홈런은 전광판을 훌쩍 넘길 정도로 큰 타구였다.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손아섭도 홈런임을 직감했다. 3차전 마지막 타석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 더 좋은 타구를 만들기 위해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손아섭은 “원정 경기였지만, 많은 롯데 팬이 구장을 찾아주셨다. 질 때 지더라도, 쉽게 무너지는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팬들도 다음 경기를 기대할 수 있고, 우리 팀도 4차전에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치려 했다”고 밝혔다.

5년 만에 다시 나선 ‘가을야구’.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2012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이젠 부담감과 책임감이 생겼다.

“어릴 때 보단 확실히 부담감이 생겼습니다. 몇 해 전부턴 정규시즌에도 느껴졌어요. 부담감이 생기니 책임감도 따랐습니다. 덕분에 팀이 기쁠 때나 슬플 때 그 자리에 늘 함께 해야 한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손아섭의 속내다.

이젠 롯데 중견 선수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단 책임감이 생겼다.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 후배들을 보살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손아섭은 “이젠 많은 후배가 날 지켜보고 있다. 그렇기에 선배로서 더 솔선수범하고, 악착같이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 선배들의 행동을 보고 배웠다. 나 또한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고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달라진 손아섭, KBO리그의 새로운 철인 꿈꾼다.

'날아라 손아섭'(사진=롯데)
'날아라 손아섭'(사진=롯데)

‘악바리’ 손아섭은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전 경기 출전이다. 힘들고, 지칠 법도 했지만, 손아섭답게 참고 견뎠다. 새로운 철인의 탄생이다.

“올 시즌엔 이 생각 하나만 떠올렸습니다. ‘엔트리에 빠질 정도의 부상이 아니라면 모든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이죠. 이제 이 가치는 제 야구 인생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올 시즌도 모든 루틴을 전 경기 출전에 맞췄고, 그렇게 준비했어요. 어차피 성적도 경기에 뛸 수 있어야 낼 수 있는 거잖아요.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아파서 뛰지 못한다면 팀에 보탬이 될 수 없습니다. 이 기준은 제가 앞으로 야구하는 데 있어 첫 번째 가치가 될 것입니다.” 손아섭의 말이다.

큰 경기에 강한 남자답게 가을 야구를 즐기는 자세부터 남다르다. 이제 준플레이오프도 길게는 2경기, 짧게는 1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손아섭의 가을은 어떻게 완성될까.

“요즘 정말 행복합니다. 승패를 떠나 포스트시즌을 즐길 수 있어 너무 감사해요. 대신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이기고 지는 건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이 순간을 즐기돼 그라운드에선 야구로 후회 없이 부딪혀 볼 생각입니다. 남은 시리즈, 팬들에게 멋진 경기로 보답하겠습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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