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벌크업'의 상징이 된 이지풍 코치가 kt 위즈로 팀을 옮긴다(사진=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 '벌크업'의 상징이 된 이지풍 코치가 kt 위즈로 팀을 옮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넥센 히어로즈 팬 사이에서 ‘갓지풍’으로 불리는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새 둥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확고한 트레이닝 철학과 이론으로 무장한 이 코치는 강훈련 일변도였던 한국야구계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휴식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풍 매직’은 마법사 군단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3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 그친 kt 위즈가 트레이닝 파트를 대대적으로 강화한다. 그 첫 단추는 넥센 히어로즈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40) 영입이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이 코치는 정규시즌 종료 직후 넥센 구단에 사의를 표했다. 이후 여러 구단의 영입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최근 kt 위즈 합류를 결정했다.

1978년생인 이 코치는 ‘구도’ 부산 태생으로 개성중과 개금고,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거쳐 2004년 넥센의 전신 격인 현대 유니콘스에 트레이너로 입사했다. 이후 수석 트레이너를 거쳐 2010년부터 트레이닝 코치로 넥센 선수단의 부상과 컨디션 관리를 담당했다. 트레이너 입문부터 올 시즌까지 14년간 한 구단에만 머물며 넥센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 해 왔다.

이 코치는 웨이트 트레이닝, 이른바 ‘벌크업’의 대명사로 통한다. 넥센 선수단엔 구단 이름 그대로 히어로물 주인공 같은 근육질 선수가 즐비하다. 입단할 땐 ‘스티브 로저스’ 몸매였던 선수들이 넥센에 와서 ‘캡틴 아메리카’ 체형으로 변신하는 일이 일상이다. 체중 증가와 근육량 증가를 강조하는 이 코치의 영향이다.

‘벌크업’을 통해 힘과 스피드, 자신감을 얻은 넥센 선수단은 2013시즌 팀 홈런 125개로 9개 구단 가운데 1위에 올랐다. 2014년 199홈런, 2015년에도 203홈런으로 3년 연속 팀 홈런 1위를 차지했다. 홈런 타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김민성, 김하성은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파워히터로 변신했다.

선수단 부상 관리 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냈다. 넥센은 2009년 이후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가 거의 나오지 않은 팀이다.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으로 하차하는 선수도 보기 드물다. 잔부상을 달고 사는 이택근, 채태인 등 베테랑 선수들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제 몫을 한다.

효율적인 훈련과 적절한 휴식을 강조하는 이 코치의 철학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강훈련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야구인들의 믿음과는 정반대로, 과도한 훈련은 부상 위험성을 높이고 경기력을 떨어뜨린다는 게 이 코치와 넥센의 소신이다.

'지풍 매직', 마법사 군단에서도 통할까

새로운 둥지에 몸을 담게 된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사진=넥센)
새로운 둥지에 몸을 담게 된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사진=넥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우고, 충분한 휴식으로 부상을 최소화한 넥센은 이렇다 할 외부 영입 없이 해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넥센의 이런 성공엔 확고한 소신을 갖고 변화를 주도한 이지풍 코치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

이 코치를 오랫동안 지켜본 다른 구단 코치는 "이 코치는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설득력 있게 다가가 선수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안다. 같은 코치지만 나도 본받고 싶은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트레이너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팀 전체가 바뀌긴 쉽지 않다.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넥센 구단이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 코치도 항상 “구단과 현장 지도자들이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 줬기에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따라와 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14년 동안 정든 넥센을 떠나 kt 위즈로 팀을 옮기는 건 큰 도전이다. kt는 창단 이후 4년간 트레이닝 코치 없이 팀을 운영해 왔다. kt 코칭스태프 명단에서도, 프런트 명단에서도 트레이너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트레이너의 위상이 다른 구단에 비해 확고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트레이닝 코치가 코칭스태프 소속으로 선수단의 운동과 컨디션 관리에 중점을 둔다면, 트레이너는 프런트 소속으로 부상 관리와 치료·재활이 주 업무다. kt는 이 코치 영입과 함께 코칭스태프에 트레이닝 코치직을 신설할 예정이다. 또 트레이닝 파트를 대폭 강화해 선수단 부상 방지와 컨디션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 코치의 합류가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넥센이 그랬듯이,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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