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데이에서 펼쳐지는 선수간의 '입싸움'은 팬들에게 또 다른 볼 거리를 선사한다. '지역 라이벌전'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현장.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지만, TV  생중계는 되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미디어데이에서 펼쳐지는 선수간의 '입싸움'은 팬들에게 또 다른 볼 거리를 선사한다. '지역 라이벌전'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현장.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지만, TV 생중계는 되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

Q 두산 베어스 팬입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팀인 두산과 NC 다이노스가 이번엔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10월 16일 열리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이 펼칠 ‘입싸움’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미디어데이를 TV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볼 수 없는 듯합니다. 해마다 빠짐없이 생중계해 온 미디어데이를 왜 올해는 중계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 서울 이현학 외 11명 -

A 먼저 한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말씀하신 것과 달리,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모든 미디어데이 행사가 TV 생중계에서 제외된 건 아닙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는 중계되지 않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열리는 미디어데이는 생중계가 예정돼 있습니다.

야구팬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건 KBO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언론사들에만 공지를 보내 ‘2017 KBO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개최(와일드카드결정전 제외) / 중계는 한국시리즈만 실시한다'고 알렸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데이는 ‘포스트시즌’이란 야구계의 큰 축제를 앞두고, 모든 야구팬의 눈과 귀가 쏠리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많은 미디어 앞에서 출전팀 감독과 대표 선수가 참석해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1차전 선발투수가 이 자리에서 공개되고, 양 팀 감독, 선수들의 출사표와 재미난 공약도 이 자리에서 나옵니다. 때론 이 행사에서 펼쳐지는 묘한 신경전이 포스트시즌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는데요.

물론 지나치게 뻔한 말만 오간다는 평도 있지만,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포스트시즌을 향한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유독 올해는 예년보다 미디어데이 행사의 비중이 확실히 떨어져 보입니다. 미디어데이 생중계는 한국시리즈만으로 국한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아예 미디어데이 행사를 생략했지요.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이어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도 취재진만 모인 가운데 진행될 예정입니다.

올해 포스트시즌이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진출, 두산 베어스의 3년 연속 우승 도전, 롯데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진출, 롯데와 NC의 ‘낙동강 더비’ 성사 등으로 그 어느 시즌보다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는 걸 고려하면, 올해 KBO가 미디어데이 생중계를 하지 않는다는 건 좀체 이해하기 힘든 결정입니다.

그렇다면 KBO는 왜 미디어데이 생중계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미디어데이를 감독과 선수, 취재진만 참석한 가운데 마치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처럼 조용하게 치르는 쪽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KBO "미디어데이 중계할 방송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방송사 "중계 제안한 적도 없다."

'베이징 키즈 드래프트'라 불리며, 많은 이의 관심이 집중됐던 2018 KBO 신인 2차지명회의 역시 TV 생중계는 되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베이징 키즈 드래프트'라 불리며, 많은 이의 관심이 집중됐던 2018 KBO 신인 2차지명회의 역시 TV 생중계는 되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우선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가 열리지 못한 건 어쩔 수 없었단 게 KBO의 설명입니다. KBO 관계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참가팀이 정규시즌 최종전이 열린 10월 3일에야 결정된 까닭에, 현실적으로 SK 와이번스 감독과 선수가 바로 다음 날 마산까지 이동해 미디어데이를 치르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간이 ‘추석 연휴’였다는 걸 고려했다는 얘기도 하더군요.

이와 관련해 한 방송사 편성 PD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KBO의 설명에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1경기든 5경기든 포스트시즌 진출팀 팬들에겐 모든 시리즈가 중요한 경기입니다. 또 선수단 전원이 정규 시즌 최종전 다음날 이동하기 어려울진 몰라도, 감독과 선수 두 명의 참가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또 추석 연휴 기간에 멀쩡하게 야구경기를 하는 마당에, 미디어데이 행사를 치르기 어렵다는 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아닙니다.”

와일드카드 미디어데이는 생략할 수 있다손 쳐도, 그렇다면 어째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는 왜 생중계하지 않은 것일까요. KBO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계하겠다는 방송사가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KBO는 앞서 9월에 개최한 ‘2018 신인 2차 지명회의’ 때도 똑같은 답변을 들려준 바 있습니다. 당시 KBO 홍보팀 관계자는 “중계는 방송사 몫이다. 이번엔 아무도 (중계) 편성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물론 KBO의 이런 해명은 '언제나 그렇듯' 사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한 방송사 편성 PD는 이런 답변에 대해 “신인 드래프트나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는 KBO 주관 행사다. 따라서 KBO가 방송사에 중계방송을 제안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인 지명 행사에 이어 이번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도 KBO는 방송사에 중계방송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만약 KBO가 중계방송을 제안했다면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중계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라며 “최고 화제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가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나서는 데다, 이대호 등 대형 스타들이 행사에 참석한다는데 이를 마다할 방송사가 어딨겠냐”고 반문했습니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KBO 양해영 사무총장(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KBO 내부 관계자는 “‘위’에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는 중계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중계하지 말라는 방침만 제시했다”고 귀띔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위’는 양해영 KBO 사무총장을 가리킵니다.

이 관계자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열리는 기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묘한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무슨 뜻이었을까요.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는 10월 7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는 10월 15일(일정상 16일로 연기)에 열릴 에정이었습니다. 이 기간 양 사무총장은 KBO 사무총장이 아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부회장 자격으로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총회에 참석할 계획을 잡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WBSC 총회는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는데요. 양 총장은 이 행사 참석을 위해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자리를 비울 예정이었습니다. KBO리그 최고 축제인 포스트시즌 기간에 사무총장이 다른 협회 업무로 자릴 비우는 셈이지요.

이미 엠스플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양 총장의 아프리카행은 처음부터 국회에서 열리는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회피할 목적이 커 보였습니다. 양 총장은 ‘최규순 사건’과 ‘입찰비리 사건’ 그리고 KBO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국회 국정감사는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 약 20일에 걸쳐 진행됩니다. 특히나 국정감사 일정을 보면 13일에 KBO 현안을 다룰 계획이었지요. 양 총장 증인 소환도 바로 이날 이뤄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의 예상대로 양 총장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머나먼 아프리카로 11일 출국했습니다. 당연한 이유로 양 총장의 국감 출석은 무산됐지요.

한 개인의, 한 개인에 의한, 한 개인을 위한 '사유화가 고착화된 KBO'

국회 국감장(사진=엠스플뉴스)
국회 국감장(사진=엠스플뉴스)

KBO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양 총장은 국정감사를 피해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크게 곤혹스러워했다고 합니다. 포스트시즌 기간에 사무총장이 자리를 비우는 데 따르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군요.

만약 이 기간에 KBO 자체 행사가 TV를 통해 생중계되면, 사무총장의 석연치 않은 ‘부재’가 여론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고 우려했단 후문도 들립니다.

한 야구 관계자도 “국감 증인출석을 피해 국외로 떠난 사무총장의 빈 자리가 주목받지 않길 바란 것 아니겠냐”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생중계 불발이 우연찮은 결과가 아니라, KBO 수뇌부가 의도한 결과란 뜻입니다.

그렇다고 양 총장이 마냥 야구팬 앞에 나타나길 꺼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양 총장은 10월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현장에 등장했습니다. 경기 후 MVP 시상도 직접 했습니다. "국감장에서의 카메라 플래시는 외면해도 그라운드에서 맞는 카메라 플래시는 언제나 환영하는 모양"이란 야구인들의 한숨이 들린 것도 이 때문이었지요.

계획대로라면 양 총장은 ‘국정감사’라는 비를 피해 아프리카에 머물다 돌아옵니다. 플레이오프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한국시리즈가 열리고, 국정감사가 시들해질 때쯤에 다시 야구장에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때는 대중의 관심이 국감보단 한국시리즈 우승팀에 쏠릴 확률이 매우 높지요.

한편 TV 중계방송이 무산되면서, 10월 7일 진행된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는 ‘구단 자체 중계방송’의 영역으로 넘어갔습니다. 롯데와 NC는 각자 구단 공식 페이스북 라이브로 행사를 중계했습니다. 덕분에 양 팀 감독의 각오와 선수단의 다짐을 실시간에 가깝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KBO에서 실시한 2018 KBO 2차 신인 지명회의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화면(사진=중계화면캡쳐)
KBO에서 실시한 2018 KBO 2차 신인 지명회의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화면(사진=중계화면캡쳐)

하지만 페이스북 자체중계는 화질이나 카메라 워크 등 모든 면에서 TV 생중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시대'라고는 하지만, 모든 야구팬이 다 특정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폭넓은 접근성을 자랑하는 TV 생중계와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포스트시즌은 구단들이 일 년 농사의 결실을 맺는 중요한 기간이자 큰 축제입니다. 특히 이번 포스트시즌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야구팬의 큰 관심 속에 막을 올렸습니다. 팬들이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와 감독에게 궁금한 것도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KBO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디어데이를 생략하고 축소했습니다. KBO 수뇌부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야구팬 모두의 알 권리와 볼 권리가 크게 침해당한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왜 중계방송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 설명이 없습니다. KBO가 야구와 야구팬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지, 수뇌부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지 정말로 헷갈리는 대목입니다.

이런 기이한 프로야구의 현장, 여러분은 이해가 되십니까.

배지헌, 박동희, 이동섭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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