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니퍼트는 NC에 너무나 공포스러운 존재다(사진=엠스플뉴스)
가을 니퍼트는 NC에 너무나 공포스러운 존재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82.8%의 확률을 잡아라.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마운드에 오를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와 NC 다이노스 장현식 간의 치열한 맞대결이 예상된다. 가을 니퍼트 포비아를 느낄만한 NC와 두산을 상대로 눈물의 기억을 잊고자 할 장현식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치열했던 준플레이오프 낙동강 혈투가 끝났다. 이젠 살아남은 공룡과 기다린 곰과의 양보할 수 없는 플레이오프가 펼쳐진다.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는 3년 연속으로 가을 야구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시작이 반을 넘는다. 역사에서 보듯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는 한국시리즈에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열쇠다. 역대 29차례 플레이오프(양대 리그 시절 제외)에서 1차전 승리 팀은 24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확률은 무려 82.8%다. 양대 리그 시절까지 포함해도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78.8%(33번 가운데 26번)에 달한다.

치열한 선발 투수전이 예감되는 상황이다. 10월 17일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마운드에 오를 두산 더스틴 니퍼트와 NC 장현식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법도 하다. 두 투수 모두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니퍼트는 정규시즌 종료 뒤 2주간 몸 상태를 서서히 끌어 올렸다. 장현식은 9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친 뒤 일주일간 푹 쉬었다. 1회부터 양 팀 선발 투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전력투구를 펼칠 수 있는 분위기다.

최근 2년간 가을 야구에서 니퍼트는 말 그대로 무결점의 사나이다. 2015년 10월 10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7회부터 2016년 10월 29일 NC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8회까지 무려 포스트시즌 34.1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니퍼트다. 이는 종전 KBO리그 기록인 현대 유니콘스 투수 김수경의 포스트시즌 27.2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1998년 10월 24일~2000년 11월 4일)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가을 니퍼트가 너무 무서운 NC

플레이오프 1차전 등판을 앞둔 니퍼트의 구위가 올 시즌 최고 수준이라는 게 팀 내 평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플레이오프 1차전 등판을 앞둔 니퍼트의 구위가 올 시즌 최고 수준이라는 게 팀 내 평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니퍼트의 포스트시즌 대기록의 희생양이 바로 NC였다. 2015년과 2016년 포스트시즌에서 니퍼트는 NC와 세 차례 만나 총 24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2015년 플레이오프에선 1차전 선발 등판(9이닝 무실점) 뒤 단 3일 휴식만을 취하고 다시 4차전 선발 등판(7이닝 무실점)을 펼친 니퍼트였다. 당시 두산은 니퍼트의 역투에 힘입어 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 끝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은 NC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마운드에 니퍼트를 올렸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니퍼트는 8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기대에 다시 한번 완벽하게 부응했다. NC는 1차전에서 니퍼트에 막힌 뒤 내리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4연패로 허망한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NC 입장에선 ‘가을 니퍼트 포비아’가 생길 법한 상황이다.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의 길목마다 니퍼트를 만나 좌절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하지만, 2017년엔 무언가 다를 거로 기대하는 NC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시리즈(타율 0.364 2홈런 5타점)에서 맹활약한 내야수 모창민은 “니퍼트의 공이 단기전에선 더 좋을 거로 예상된다. 최근 2년간 니퍼트에게 제대로 당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팀 분위기가 상승세기에 우리 타자들이 잘 칠 거로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NC 김경문 감독도 “포스트시즌을 계속 경험하다 보니 선수들이 많이 차분해졌다. 지난해까지 니퍼트를 공략하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엔 우리 팀 타자들이 니퍼트의 공을 조금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물론 NC 타자들이 니퍼트의 공을 공략하는 게 말처럼 쉽진 않을 분위기다. 2주간 푹 쉰 니퍼트의 몸 상태는 올 시즌 최고라는 게 팀 내 평가다. 12일 니퍼트의 라이브 피칭 훈련에서 직접 공을 타석에서 본 팀 동료들은 “니퍼트의 공을 도저히 칠 수 없을 것 같다. 1차전은 당연히 우리가 이길 거로 본다”며 입을 모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에이스’ 니퍼트를 향한 변치 않은 믿음을 보였다. 김 감독은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나. 니퍼트는 우리 팀의 에이스다. 지금까지 계속 가을 야구 1선발로 나선 투수가 바로 니퍼트”라고 강조했다.

니퍼트 역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니퍼트는 “몸 상태에 문제는 전혀 없다.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게 되면 1번을 던질지 혹은 4번 던질지 모르겠지만, 마운드로 올라갈 때마다 즐기려고 한다. 벤치에서 나가라고 하면 당장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뜨거운 눈물의 기억’ 장현식, 확실한 설욕 기회 잡았다

장현식이 두산을 상대로 완벽한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사진=엠스플뉴스)
장현식이 두산을 상대로 완벽한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사진=엠스플뉴스)

니퍼트와 선발 맞대결을 펼칠 장현식은 속구 하나로 상대 타선을 제압하는 원 피치 투수에 가깝다. 올 시즌 평균 구종 구사율을 살펴보면 장현식은 68.4%의 높은 비율로 속구를 활용했다. 긁히는 날엔 알고서도 못 친다는 공이 장현식의 속구다. 두산 타자들은 “장현식의 속구만 노리고 있어도 방망이가 밀리는 상황이 많았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두산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는 장현식이었다. 8월 13일 잠실 두산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던 장현식은 1-0으로 앞선 9회 말 완봉승을 노렸지만, 김재환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고 고갤 숙였다. 이어 구원 등판한 김진성이 오재원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면서 1-2로 패한 NC였다. 이날 패배로 NC는 2위 자리를 두산에 내줘야 했다. 팀의 3위 추락을 막지 못한 장현식은 이날 경기 뒤 속상함에 울음을 터뜨렸다.

장현식은 당시 흘렸던 눈물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두산에 설욕할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경문 감독은 “현재 장현식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 또 두산전에서 잘 던졌던 기억이 있다. 휴식도 충분히 취했기에 장현식을 1차전 선발로 결정했다”며 장현식의 맹활약을 기대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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