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고척돔에서 훈련하는 넥센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고척돔에서 훈련하는 넥센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없이 조용한 가을을 보내는 넥센 히어로즈. 구단 창단 이래 가장 중요한 오프시즌을 앞둔 넥센의 현재 분위기와 마무리 훈련 계획을 알아봤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금 조용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넥센 홈구장은 포스트시즌의 열기로 뜨거웠다. 하지만 올해는 9월 13일 홈 최종전을 끝으로, 고척스카이돔을 찾는 선수와 야구팬의 발길이 끊겼다.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 콘서트’ 같은 각종 공연이 열리는 날에만 이따금 고척돔의 출입구가 열릴 뿐이다.
넥센이 ‘가을야구 없는 가을’을 보내는 건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넥센이다. 하지만 올해는 69승 2무 73패 승률 0.486으로 정규시즌 7위에 그쳤다. 5강 진출도, 5할 승률도, 6위도 모두 무산됐다.

넥센의 최근 6년간 팀 성적(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넥센의 최근 6년간 팀 성적(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전반기까지만 해도 승률 0.521로 4위 자리를 지켰지만, 후반기에는 승률 0.421(8위)로 급격한 추락을 겪었다. 불펜 투수진의 ‘기이한’ 집단 난조는 후반기 역전패 최다(21회), 후반기 1점차 경기 승률 꼴찌(0.263)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야수들도 후반기 들어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전반기 팀 OPS 0.802로 4위였던 넥센 공격력이 후반기에는 리그 7위(0.783)까지 내려앉았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주전 선수들에 교대로 휴식일을 주며 체력을 관리했던 넥센이, 후반기에는 매 경기 주전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채웠다. 페이스 저하는 예정된 결과였다.

후반기 구단별 1점차 승률, 역전패, 끝내기 패, 연장전 성적. 넥센은 모든 면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통계출처=스탯티즈)
후반기 구단별 1점차 승률, 역전패, 끝내기 패, 연장전 성적. 넥센은 모든 면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통계출처=스탯티즈)

현장에선 시즌 중반부터 ‘총력전’을 선언하며 5강 진출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반면 구단에서는 여러 건의 트레이드를 하면서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구단 운영 주체와 선수 트레이드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도 선수단 사기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넥센 내부에선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다. 넥센 한 관계자는 “지난해엔 주력 투수들 부상과 주전 이탈에도 리그 3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올해는 전력상 플러스 요인이 많았음에도 오히려 성적이 하락했다. 팀이 변화를 줄 시점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넥센은 항상 다른 구단보다 한발 앞선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넥센이 지난 4년간 성공을 거둔 전략은 이제 다른 구단에서도 다 똑같이 하고 있다. 어떤 면에선 넥센보다 더 잘하는 구단도 있다. 선수단 휴식과 컨디션 관리만 해도, 올 시즌엔 SK 와이번스가 더 철저하게 이행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클랜드, 탬파베이, 피츠버그 등 스몰마켓 구단이 새로운 전략을 찾아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양키스, 보스턴 등 빅마켓 구단들이 같은 전략을 그대로 사용해 우위를 되찾는다.
넥센이 처한 현실도 다르지 않다.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이나 외국인 영입에 큰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넥센은 끊임없이 새로운 ‘2%’를 찾아내야, 다른 구단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오프시즌은 넥센 창단 이후 가장 중요한 기간일지 모른다. 여기서 밑그림을 잘 그려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내야, 앞으로도 넥센이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창단 이래 가장 중요한 오프시즌을 앞둔 넥센

넥센 장정석 감독과 심재학 수석코치가 선수단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넥센 장정석 감독과 심재학 수석코치가 선수단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넥센은 올 시즌 코칭스태프를 내년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갈 계획이다. 넥센 관계자는 “현재로선 코칭스태프에 큰 변화는 없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팀을 옮긴 것 외에는 변동 없이 현 체제로 계속 갈 것”이라 밝혔다.
다만 선수단 구성은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넥센은 외국인 선수 가운데 마이클 초이스와 제이크 브리검을 재계약 대상으로 보고 있다. 앤디 밴헤켄은 교체 가능성이 높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주전 선수 가운데는 1루수 채태인이 FA가 되고, 3루수 김민성도 FA 자격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11월에는 2018 2차 드래프트도 열린다. 넥센은 다른 구단보다 20대 초중반 유망주가 많은 편이다. 보호선수 명단을 짜는 것도 만만찮은 작업이다.
이번 주까지 휴식을 취한 넥센 선수단은, 10월 23일(월)부터 마무리 훈련을 시작한다. 올해 마무리 훈련은 국외가 아닌 퓨처스 경기장 화성 히어로즈 베이스볼파크에서 진행한다. 고참급 선수들을 제외한, 신인급과 저연차 선수가 대상이다.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다. 5년 만의 ‘조용한 가을’이 지나고 나면, 넥센은 구단 안팎으로 큰 변화와 맞닥뜨려야 한다. 변화의 방향에 따라 넥센의 앞으로 10년이 크게 좌우된다. 넥센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오프시즌이 다가온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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