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의 나성범 2번 타자 기용은 성공적이었다(사진=NC)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의 나성범 2번 타자 기용은 성공적이었다(사진=NC)

[엠스플뉴스]

| NC 다이노스가 10월 17일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날 NC는 정규 시즌과 조금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중심타자 나성범이 2번 타자로 나섰고, 선발 투수 제프 맨쉽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상식을 뛰어넘은 NC의 1차전 승리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59홈런). 스탠튼은 게리 셰필드(1996년 42홈런)가 가지고 있던 구단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스탠튼의 타순이다. 스탠튼은 올 시즌 2번 타자로 110경기에 나서 47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이는 ‘강타자가 클린업 트리오에 서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MLB 역사상 2번 타자가 한 시즌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것은 단 두 번뿐. 1959년 에디 매튜스가 145경기 46홈런으로 처음 이 기록에 성공했고, 1990년 라인 샌드버그가 153경기에서 40홈런을 때려낸 것이 마지막이었다. 스탠튼 전까진 27년 동안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기록이다.

MLB는 이미 2015년부터 팀 내 가장 강한 타자를 ‘2번 타순’에 기용했다. 이러한 변화는 올 시즌 더욱 극명했다. MLB를 대표하는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 신시내티 레즈의 조이 보토 등은 대부분 2번 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2번 타자’로 변신한 마이애미 말린스의 강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2번 타자’로 변신한 마이애미 말린스의 강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톰 탱고가 쓴 ‘THE BOOK’에 따르면 보통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1번 타자의 경우 선행 주자가 타자 앞에 있을 확률이 36%에 불과했다. 주자없이 타석에 서는 경우가 많았단 것이다. 하지만, 2번 타자는 1번 타자보다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많은 타석에 설 수 있단 장점이 있다. 동시에 공격의 흐름을 이어가기에도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결국, 강한 타자를 최상의 조건에서 한 타석 더 들어서게 하는 것은 팀 공격력에 더 낫단 얘기다.

10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NC는 이날 강타자 나성범을 2번 타순에 배치했다. 올 시즌 2번 타자로 7경기에 나선 나성범은 타율 0.344/ 11안타/ 2홈런으로 나쁘지 않았다.

나성범은 1차전에서 5타수 1안타 2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안타는 많지 않았지만, 2번의 출루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켜 팀 승리의 발판이 됐다. 나성범이 한 타석 더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상대 투수에겐 큰 부담이었다.

‘파격’ 선택한 김경문, NC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끌어 올렸다.

NC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 들어 파격적인 용병술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사진=NC)
NC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 들어 파격적인 용병술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사진=NC)

NC 김경문 감독은 나성범 2번 타순 기용에 대해 “(나)성범이가 그간 니퍼트에게 타점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늘은(17일) 앞 (타순)에서 편안하게 쳤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타순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파격’은 나성범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 감독은 4회 선발투수 장현식이 흔들리자 2번째 투수로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을 투입했다. 투심 패스트볼 구위가 좋은 맨쉽을 내세워 위기 상황을 탈출하겠단 뜻이었다. 김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맨쉽은 1실점했지만, 4회 두산의 공격 흐름을 끊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마치고 맨쉽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불펜 등판에 관한 것이었다. 맨쉽도 “팀이 원하면 언제든 불펜으로 등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지금 우리 불펜진이 두산 타자들에게 힘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맨쉽에겐 미리 양해를 구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엔 맨쉽이 계속 불펜으로 등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프 맨쉽은 MLB 시절 불펜 투수로 147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4.45를 기록했다(사진=NC)
제프 맨쉽은 MLB 시절 불펜 투수로 147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4.45를 기록했다(사진=NC)

이는 현대 야구는 흐름을 보여주는 한 예다. NC도 이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다.

최근 MLB에선 마운드에서 보직 구분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기존의 보직 개념에서 벗어나 팀이 꼭 필요할 때, 가장 강한 투수를 등판시키잔 ‘실리론’이 강조된다.

10월 10일 휴스턴 에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포스트시즌 경기에선 이를 극명히 보여줬다. 이날 양 팀은 2번째 투수로 모두 팀 내 에이스를 등판시켰다. 휴스턴은 저스틴 벌렌더, 보스턴은 크리스 세일을 내세웠다. 전통적인 투수 운용보단 위기 탈출에 가장 적합한 투수를 등판시킨 것이다.

김 감독은 평소 ‘2번 타자론’에 관심이 많았던 지도자다. 경기 바로 다음 날에도 일찍 일어나 MLB 경기를 모니터링한다. 그런 까닭에 최근 MLB에 불어닥친 2번 타자 흐름이나 두 번째 투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터. 나성범과 맨쉽을 기용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통산 10번째 가을 무대에 나선 김경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통산 10번째 가을 무대에 나선 김경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올해로 10번째 가을 맞은 김 감독. 1958년생으로 환갑(還甲)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것에 접목하는 능력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준PO 3차전에서 ‘가을 남자’ 박석민을 노진혁으로 교체한 것만 봐도 김 감독의 선택이 얼마나 과감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노진혁은 4타수 4안타로 김 감독의 선택에 부응했다.

김 감독은 기존 통념을 날려버리고,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을 83%로 끌어올렸다. NC의 가을은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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