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밝은 빛을 위해 헌신하는 언성 히어로들(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의 밝은 빛을 위해 헌신하는 언성 히어로들(사진=삼성)

[엠스플뉴스]

l 삼성 라이온즈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를 소개합니다. 배팅볼투수‧전력분석원‧더그아웃 기록원‧매니저‧그라운드 키퍼의 일상과 고충은?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삼성 라이온즈란 밝은 빛을 위해 헌신하는 그림자 같은 이들이 있다.

구단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현장직원들은 ‘밝은 세상’엔 모습을 드러낼 일이 없다. 미디어에도 그들을 비추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직원들이 없다면 야구단은 돌아갈 수 없다.

요즘 사회가 주목하는 소리 없는 영웅, ‘언성 히어로(Unsung Hero)’가 바로 그들이다.

‘12년 차 라이온즈맨’ 전력분석원 원종선의 ‘낮과 밤’

12년 째 삼성에 몸담고 있는 원종선 씨(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12년 째 삼성에 몸담고 있는 원종선 씨(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2006년 삼성 라이온즈 불펜포수로 입사했어요. 그리고 2011년부터 전력분석원으로 보직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타자 부문 전력 분석을 맡은 원종선이라고 합니다.”

삼성 전력분석원 원종선 씨는 불펜포수부터 시작해 지금의 전력분석원까지 12년째 삼성에 몸 담고 있다. 어지간한 선수보다 더 오래 삼성에서 뛰고 있는 베테랑인 원 씨는 삼성 왕조 시절(2011~2014년)의 숨은 조력자이자, 손꼽히는 타자 전력분석가다.

지금도 삼성의 많은 베테랑 타자가 경기 전에 원 씨를 찾는다. 원 씨가 상대 팀 선발투수부터 불펜투수까지 최근 컨디션, 코스별 성적, 카운트와 상황별 주로 던지는 구종까지 상대의 모든것을 줄줄이 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원 씨는 투수들의 쿠세(습관)를 잘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불펜 포수로 오랜 기간 투수 공을 받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원 씨에게도 정규시즌 매 경기는 피 말리는 전쟁의 연속이다.

“타자들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했는데, 결과적으론 잘 통하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괴로워요. ‘아 나 때문에 졌구나,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죠. 그래 경기 끝나고 숙소에 오면 수십 번이고 경기 내용을 복기합니다. 문제점과 보완점을 다 기록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잠을 잘 수가 없죠.”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만 이처럼 그들을 돕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많은 이들이 있다. 이들의 마음도 간절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원 씨는 ‘시즌 소감’을 묻자 다시 그림자로 돌아갔다. 원 씨는 조력자의 입장을 견지하며 먼저 선수들의 마음을 살폈다.

“전력분석을 하는 우리도 물론 힘들었지만, 선수들이 가장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지고 싶은 선수는 아무도 없잖아요. 올 시즌 팀이 하위권에 있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정말 컸어요.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지만 모두 ‘정말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원 씨가 올 시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행복했던 순간이요? (머리를 긁적이다가) 선수들이 잘 하는 모습을 볼 때죠. 시즌 시작할 때와 비교해 선수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걸 보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에요. 우리 팀엔 유망한 타자들이 많거든요. 올 시즌 경험을 밑거름으로 내년 시즌엔 더 잘할 거라고 믿어요. 라이온즈는 절대 여기서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삼성 배팅볼 투수 김윤태의 ‘바쁜 하루’

삼성 배팅볼 투수 겸 전력분석원 김윤태 씨(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삼성 배팅볼 투수 겸 전력분석원 김윤태 씨(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삼성의 경기가 열리는 날 배팅볼투수 김윤태 씨의 하루는 바쁘다. 선수단 보다 두 시간 일찍 그라운드로 나와 연습 장비들을 챙기고 베팅케이지나 피칭머신 같은 장비와 기계들도 일일이 챙긴다. 선수들의 잔심부름을 도와주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삼성에 합류한지는 2년 정도 됐고, 배팅볼 투수와 전력 분석원 보조를 맡고 있는 김윤태라고 합니다. 배팅볼 투수론 아직 경력이 짧아 하루에 200구 정도만 던져요. 저보다 경력이 많고 잘 던지는 분들은 300~500개 이상도 던지곤 합니다.”

더그아웃에 빠진 물품들을 챙겨 넣는 것도 김 씨와 같은 프런트 말단 직원들의 몫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배팅볼투수가 전문직으로 인정받는다. 경력에 따라 500만엔(약 5200만 원)에서 1,500만엔(1억 6700만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과 달리 ‘배팅볼 투수’가 ‘경기 운영 보조 요원’등의 이름으로 역할이 불분명하고, 대우도 박하다.

게다가 김 씨는 이런 모든 준비 단계를 마친 이후 주간 주요 업무인 배팅볼을 던져야 한다. 당일 상대 투수의 유형과 최대한 비슷하게, 또 삼성 타자들 성향에도 맞춰서 공을 던 지는 게 김 씨의 임무다.

“지난해까진 배팅볼만 던지면 됐는데, 올해는 타자 전력 분석을 보조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어서 두 배로 힘들었어요. 전력분석을 하면서 휴식 시간이 줄어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김 씨는 지난해보다 올해 2배 더 바빠졌다.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전력분석을 해야 하고, 끝난 이후에도 쉴 수 없다. 당일 경기를 특이사항을 기록하고 연구하느라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하지만 가장 괴로운 순간은 따로 있다.

“제가 배팅볼을 던져 준 타자가 잘 치면 마치 내 일처럼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반대로 못 치면 오늘 ‘너무 낮게 던져줬나. 변화구를 조금 더 던졌어야 하는데’ 같은 생각이 들어요. 팀 타선이 침묵한 날엔 마음이 무겁습니다.”

김 씨는 선수단과 가장 밀접한 사이기 때문에 기쁨과 슬픔도 함께 나눠 가졌다. 그런 김 씨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일까.

“상대 팀 투수의 습관을 찾았을 때죠. 제가 찾은 상대 투수 습관이 전력분석 브리핑에 나왔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그리고 저의 배팅볼이나 분석으로 도움을 얻은 타자 선배들이 ‘고맙다’는 말을 한마디 하면 뭐랄까, 참 보람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요? 밤을 새운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져요.”

현장요원 가운데 가장 막내기도 한 김 씨는 가을, 겨울 전지훈련 캠프에서도 가장 바쁠 이다. 하지만 김 씨는 “어서 마무리 캠프에 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립니다”라며 눈을 빛냈다.

전력분석원 이준민‧매니저 윤슬기가 말하는 삼성

삼성 라이온즈 1군 선수단을 챙기는 윤슬기 매니저는 그림자를 자처했다(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 1군 선수단을 챙기는 윤슬기 매니저는 그림자를 자처했다(사진=삼성)

“삼성 더그아웃 기록원 이준민 대리입니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결정한 당일 선발 라인업을 경기 감독관과 상대 팀에 전달하는 일입니다. 이것으로 공식적인 경기가 시작됩니다. 또 운영팀 소속으로 삼성의 모든 경기를 기록하고, 연봉고과를 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삼성 더그아웃 기록원인 이준민 대리는 자신의 위치를 ‘기록하는 사람’이자 ‘평가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기록은 요즘 기록 사이트를 통해서 잘 나오잖아요. 하지만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플레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평가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좋은 플레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 경기에 일어난 다양한 순간을 삼성의 자체 기록 시스템에 담고 기록으로 남겨 연봉고과를 산정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타인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반가워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때문인지 이 대리는 “제 일은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리는 “라이온즈의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확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은 꼭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야구단 매니저는 ‘선수단의 엄마’로 불린다. 선수단 스케줄, 의‧식‧주와 관련한 사항을 모두 관리하기 때문이다. 현장직원들 가운데서도 가장 바빠서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선수단을 모두 챙겨 무사히 숙소로 이동하는 것도 매니저가 챙겨야 할 몫이다. 현장직원 가운데서도 가장 늦은 시간까지 현장에 남아있기 일쑤다.

“매니저는 선수단의 모든 사정을 꿰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선수가 몸이 좋지 않은지, 어떤 선수가 지금 뭘 필요 하는지도 알고 먼저 챙겨야 하죠. 그게 매니저의 몫이니까요.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바쁘고, 날씨가 맑으면 맑아서 바빠요(웃음). 어떤 날엔 날씨는 물론이고 구단 분위기까지 매니저가 책임져야 할 때도 있죠.”

하지만 윤 매니저는 ‘엠스플뉴스’가 ‘프로야구 매니저의 일상과 고충’을 취재하려 하자 정중히고사했다. 대신 윤 매니저는 “저 같은 직원들보다 더 고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또 가장 고생하는 우리 선수들에 대해 좋은 기사 많이 써주세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기자와 함께 비 오는 그라운드를 보고 있었던 윤 매니저는 자신을 찾는 전화에 다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10개 구단 최고 ‘라팍’ 그라운드 키퍼, 이태건 대표

삼성라이온즈파크 그라운드를 관리하는 이태건 대표(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삼성라이온즈파크 그라운드를 관리하는 이태건 대표(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2016년 개장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의 그라운드 컨디션을 자랑한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흙을 들여와 선진기법으로 그라운드를 관리하고 있다.

이걸 가능케 한 이는 이태건 비컨설츠 대표와 10여 명의 열정적인 그라운드 키퍼다. 이 대표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포항야구장의 그라운드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그라운드 키퍼’는 선수들을 위해 그라운드 상태를 최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직업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선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구단 별로 전문 인력이 다수 있습니다. 저 역시 미국에서 선진 그라운드 관리 기법을 배워와 한국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있는 날 이 대표를 비롯한 ‘그라운드 키퍼’들의 업무 강도는 엄청난 수준이다. 선수들보다 훨씬 먼저 나와 그라운드를 관리한 이후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정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9개 구단과 비교해서 출근시간이 이른 편입니다. 보통 홈경기가 있는 날엔 오전 9시 정도 출근하고, 경기 끝난 이후 약 2시간 정도 정비를 마치고 퇴근해요. 사실 홈경기가 열리는 날엔 거의 야구장에 살다시피 하니까 ‘자기 생활’이 없는 거죠. 우천 예보가 있을 때도 전날 당직조가 남아서 방수포를 깔고 우천 예방 보강 작업을 합니다.”

그렇다면 정비작업은 어떻게 진행하는 걸까.

“‘라팍 내야’는 ‘인필드 믹스’란 특수 제작한 흙을 사용합니다. 진흙 30%, 모래 60%, 약품 등 이외 성분으로 이루어진 흙으로 물과 섞어 사람이 수작업으로 반죽한 흙입니다. 기존 타 구장에서 사용하는 ‘마사토’는 선수들이 뛸 때 지면에서 스파이크를 잡아주지 못해 부상 우려가 큽니다. 또 잘 부서져 불규칙 바운드의 우려도 있습니다. 그래 ‘라팍’은 ‘인필드 믹스’를 경기 전후로 매번 교체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와 그라운드 키퍼들은 몇 톤이나 되는 흙을 1년 내내 홈경기 마다 교체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지면을 고르고, 잔디의 컨디션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덕분에 ‘라팍’은 10개 구단 구장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기분이 뿌듯할 때가 선수들이 ‘라팍이 최고’라는 말을 할 때입니다. 종종 타 팀 선수들도 와서 ‘그라운드나 잔디 상태가 진짜 좋다. 여기서 한 번 뛰어보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해줄때가 가장 기분이 좋죠. 시즌이 끝나면 라팍 내야부터 외야까지 전체 흙을 다 교체하고 잔디를 다시 심을 계획입니다.”

이 대표의 말대로, ‘라팍’은 2018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곧 재정비에 들어간다. 삼성의 2017시즌은 저물었다. 하지만 언성 히어로들은 언제나 그랬듯 소리 없이 묵묵히, 다가올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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