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좌완투수 구창모(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NC 다이노스 좌완투수 구창모(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


l 거침없던 공룡 군단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2017 포스트시즌에서 역전패를 허용한 적이 없었던 불펜이 붕괴되자, NC 다이노스도 맥없이 무너졌다. 불펜진 붕괴의 발단은 '좌완 스페셜리스트' 구창모의 연속 볼넷이었다.


NC 다이노스 ‘좌완 스페셜리스트’ 구창모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구창모는 10월 18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구원 등판해 두 타자를 상대로 2볼넷을 허용한 뒤 쓸쓸히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구창모가 내준 연속 볼넷은 두산 대량득점의 시발점이 됐고, NC는 상대 선발투수 장원준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음에도 ‘열 점 차 대패’란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대량 실점의 발단, 구창모의 연속 볼넷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투구를 펼치는 구창모. 구창모의 연속 볼넷은 '불펜 붕괴'의 시작을 알렸다(사진=NC)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투구를 펼치는 구창모. 구창모의 연속 볼넷은 '불펜 붕괴'의 시작을 알렸다(사진=NC)

폭주한 공룡 타선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가공할 만한 위력을 선보였다.

NC는 두산 ‘토종 에이스’ 장원준을 상대로 6점을 뽑아내며, 두산을 거세게 흔들었다. 특히 양 팀이 4대 4로 팽팽히 맞서있던 6회 초, NC의 ‘클러치 히터’ 나성범이 전광판을 직격하는 대형 홈런을 터뜨린 장면은 압권이었다.

공룡의 폭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6회 말 NC 마운드엔 구창모가 올라왔다. 김재환-오재일로 이어지는 두산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경기 전 “이젠 타자와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자신감을 표현한 구창모가 등판하자, NC 원정 응원단은 환호했다.

17일 펼쳐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50km/h 강속구를 뿌리며, '좌완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톡톡히 한 구창모의 활약이 뇌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창모는 이날 경기에서 타자에게 싸움을 걸어보지도 못한 채 볼넷 2개만을 내준 뒤 강판됐다. 결국, 구창모의 연속 볼넷은 'NC 불펜 붕괴'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물이 돼 돌아왔다.


승리조 총동원에도, '와르르' 무너진 NC 불펜

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한 제프 맨쉽은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불펜투수'란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한 제프 맨쉽은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불펜투수'란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구창모의 연속 볼넷을 시작으로, NC 불펜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10월 18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NC 불펜은 6회 8실점 하는 등, 8회까지 3이닝 동안 무려 13점을 내줬다.

구창모 다음으로 NC 마운드를 책임진 제프 맨쉽은 두산 최주환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등 2피안타 1볼넷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월드시리즈 불펜투수’란 명성에 걸맞지 않은 투구 내용이었다. 맨쉽이 잡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에 불과했다.

이어 등판한 ‘필승조’ 원종현은 0.1이닝 동안 김재환에게 3점 홈런 포함 안타 2개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NC는 임정호, 최금강 등 불펜투수 2명을 추가로 투입하며, 기나 긴 6회를 간신히 끝냈다.

이민호, 원종현, 김진성 등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고도 패했다는 사실은 NC에게 상당한 충격이다(사진=NC)
이민호, 원종현, 김진성 등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고도 패했다는 사실은 NC에게 상당한 충격이다(사진=NC)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NC 불펜은 7회와 8회 두산 타선에 5점을 추가로 내주며, 완전히 무너졌다.

불펜투수들이 연쇄적으로 부진한 투구를 펼치면서, NC는 많은 불펜투수를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 NC는 총 8명의 불펜투수를 소모했다. 특히 이민호, 원종현, 김진성 등 필승조가 총출동했음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부분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었다.

꼬여버린 마운드 운용 계획, NC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불펜이 초토화되며, NC 김경문 감독의 투수진 운용 계획도 완전히 꼬여버린 모양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불펜이 초토화되며, NC 김경문 감독의 투수진 운용 계획도 완전히 꼬여버린 모양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구창모의 연속 볼넷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는 NC에 적잖은 충격을 입혔다.

이날 경기 NC는 불펜투수 8명을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두 점 차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며, 두산에 7대 17로 대패했다. NC가 2017 포스트시즌에서 경험한 첫 역전패였다. NC 김경문 감독의 속이 더욱 쓰린 이유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불펜진이 생각보다 많은 점수를 허용했고, 투수를 너무 많이 소모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김 감독은 “3차전 선발로는 에릭 해커가 나선다. 4차전 선발투수에 대한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투수코치와 상의를 해야할 것 같다”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경기 불펜 붕괴로 인해 김 감독이 구상했던 플레이오프 마운드 운용 계획은 완전히 꼬여버린 모양새다. NC로썬 이번 가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과연, NC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가을의 폭주 모드'를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pc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