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결승 만루 홈런에도 최주환의 표정은 차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역전 결승 만루 홈런에도 최주환의 표정은 차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두산 베어스가 믿기지 않는 잠실 홈런 파티 속에서 힘 대 힘으로 NC 다이노스를 제압했다. 절박했던 최주환의 결승 만루 홈런과 더불어 박건우의 울컥함은 포스트시즌 과정에서 원 팀이 되는 두산의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쾅. 쾅. 쾅. 또 쾅. 그렇게 양 팀 합계 홈런 8개가 나왔다. 무언가 어색한 경기 분위기가 이어졌다. 예전 목동구장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치 탁구공처럼 외야 담장을 훅훅 넘어가는 타구에 관중들은 탄성을 지르기 바빴다.

10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간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온 8홈런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홈런 신기록(종전 7개·1999년 10월 20일 시민 롯데 자이언츠-삼성 라이온즈 플레이오프 7차전·2009년 10월 14일 문학 두산 베어스-SK 와이번스 플레이오프 5차전)이다. 공교롭게도 이 기록이 국내에서 가장 큰 야구장인 잠실구장에서 탄생했다.

외야 담장을 넘긴 총 8개의 홈런 가운데 가장 큰 환호성을 받은 순간은 단연 만루 홈런인 그랜드 슬램이었다. 그것도 짜릿한 역전 결승 만루포였다. 두산 내야수 최주환이 그 짜릿한 순간을 느낀 행운아가 됐다.

이날 최주환은 팀이 4-6으로 뒤진 6회 말 무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제프 맨쉽을 상대로 2구째 바깥쪽 투심 패스트볼을 통타해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105m 좌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최주환의 개인 통산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었다. 공교롭게도 최주환은 프로 데뷔 첫 홈런(2012년 6월 14일 사직 롯데전)도 만루포로 장식한 기억이 있다.

“너 안 뺄게” 최주환의 만루 홈런을 이끈 한 마디

최주환이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을 결승 만루포로 장식하면서 2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사진=두산)
최주환이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을 결승 만루포로 장식하면서 2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사진=두산)

사실 최주환 개인에겐 너무나도 절박한 순간에서 만루 홈런이 나왔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출전하지 못한 최주환은 2차전에서 7번 지명타자로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은 최주환이었다. 이날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선 포수 파울 뜬공과 유격수 뜬공에 그친 최주환은 6회 말 무사 만루 기회를 앞두고 교체를 직감했다.

“대기 타석에 있을 때 좌완 투수인 구창모가 던지고 있어서 ‘내가 교체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석천 타격코치님이 ‘너 안 뺄 테니까 힘 빼고 자신 있게 한 번 휘둘러봐라’고 말씀해주셨다. 중요한 상황이라 욕심 안 부리고 타석에 들어섰는데 정말 홈런을 칠 줄 몰랐다. 바깥쪽 공을 노리고 밀어서 때린 거다. 다행히 운이 좋았다.” 최주환의 말이다.

최주환의 이 만루 홈런 하나로 경기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두산은 6회 말에만 최주환의 만루 홈런과 김재환의 3점 홈런을 포함해 8득점 하는 빅 이닝을 만들었다. 12-6으로 역전에 성공한 두산은 이후에도 5득점을 추가하면서 17-7 대승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 동률을 만든 두산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마산행 버스에 올라탄다.

야구 인생에서 흔히 경험할 수 없는 포스트시즌 역전 결승 만루 홈런이었지만, 경기 뒤 최주환의 표정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기에 마음 놓고 방심할 순 없다는 게 최주환의 마음이었다.

최주환은 “이틀 연속 경기를 하면서 NC가 정말 좋은 팀이라고 느꼈다. 선수들끼리 다 같이 집중해서 하면서 경기하자고 했다. NC는 점점 더 강해지는 팀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이겨야 할 경기가 많이 남았다. 오늘 경기가 끝이 아니다. 주장 (오)재원이 형을 중심으로 우리 팀은 똘똘 뭉쳐 있다. 남은 경기에서도 오늘과 같이 팀 승리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형들의 연이은 사구, 박건우가 울컥한 이유

박건우는 팀 동료들의 연이은 사구와 장원준의 부진에 울컥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박건우는 팀 동료들의 연이은 사구와 장원준의 부진에 울컥했다(사진=엠스플뉴스)

최주환의 말처럼 두산은 1차전 충격 패를 딛고 ‘원 팀(One Team)’으로 뭉쳤다. 2차전에서 나온 박건우의 울컥함이 이를 잘 보여줬다. 박건우는 7회 말 상대 투수 최금강의 공에 팔꿈치를 맞았다. 박건우는 곧바로 정색하면서 마운드 위에 있던 최금강을 노려봤다. 이 액션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솔직히 내가 맞은 건 아무 상관없었다. 그런데 오늘 (민)병헌이 형이 엉덩이 부근에 공을 맞고 교체됐는데 바로 직전 타석에서 (김)재호 형도 다친 어깨 부위 근처로 사구가 날아와 화를 내더라. 아무래도 팀이 똘똘 뭉쳐 있는 포스트시즌 분위기에서 그런 장면이 연이어 나오니 개인적으로 울컥했다.” 박건우의 말이다.

민병헌은 이날 6회 말 바뀐 투수 원종현에게 공을 맞고 꼬리뼈 부근 타박상으로 7회 초 수비에서 조수행으로 교체됐다. 민병헌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불편함을 보였다. 평소 좀처럼 화를 잘 내지 않는 김재호도 7회 말 최금강의 공에 가슴 부근을 맞고 방망이를 옆으로 내던질 정도로 불만을 내비쳤다. 부상 부위인 어깨 부근을 향해 공이 날아왔기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던 김재호였다.

2차전 선발 투수인 장원준의 부진(5.1이닝 10피안타 6실점)도 박건우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박건우는 “(장)원준이 형도 좋은 투수인데 계속 공이 몰려 맞는 걸 외야에서 보니 또 울컥하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팬분들도 더 열렬히 응원하는 포스트시즌이라 더 이기고픈 마음이 강했다. 남은 경기에서도 중요한 순간 잘 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며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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