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산은 마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었다. 두산에 마산은 약속의 땅이다(사진=두산)
지난해 두산은 마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었다. 두산에 마산은 약속의 땅이다(사진=두산)

[엠스플뉴스(창원)]

“나만 빼고 다른 선수들은 다 NC가 올라오길 바라더라.”

플레이오프 미디어 데이에서 나온 두산 베어스 투수 유희관의 말이다.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던 두산 선수들이 NC 다이노스가 올라오길 원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마산구장이었다. 유독 마산을 가면 펄펄 나는 타자들이 많았다.

2017년 정규시즌에서 닉 에반스(타율 0.429/28타수 12안타)·박건우(타율 0.400/20타수 8안타)·오재일(타율 0.379/29타수 11안타)·허경민(타율 0.357/28타수 10안타)·민병헌(타율 0.348/23타수 8안타)·최주환(타율 0.333/12타수 4안타) 등 대다수의 두산 타자는 마산구장에만 오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 기분 좋은 흐름은 가을 야구까지 이어졌다. 두산은 홈구장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5-13 패)과 2차전(17-7 승)에서 NC와 펀치를 주고받았다. 마산으로 이동한 3차전 승부가 중요했다. 게다가 NC가 가장 믿을만한 선발 카드인 에릭 해커를 마운드에 올렸기에 두산 입장에선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마산구장에서 괜히 강한 두산 타자들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 초반 흐름은 두산으로 쏠렸다. 두산은 2회 초 1사 1, 2루에서 오재원의 병살타성 타구를 투수 에릭 해커가 2루로 악송구하는 행운이 따르면서 선취점을 기록했다. 이어진 1사 만루 기회에서 민병헌이 해커의 초구 133km/h 체인지업을 통타해 비거리 105m 우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4일 휴식 뒤 등판으로 지친 해커를 완전히 뒤흔들린 한 방이었다.

마산구장에서 강했던 민병헌에 이어 오재일도 이 흐름에 가세했다. 두산은 3회 초 오재일의 솔로 홈런과 4회 초 오재일의 1타점 적시타로 7-3까지 달아났다. 마산과 오재일은 찰떡궁합이었다. 승부를 결정지은 순간은 6회 말이었다. 두산은 6회 말에만 안타 5개와 사사구 4개를 묶어 7득점의 빅 이닝을 만들었다. 승기를 잡은 두산은 불펜진을 여유롭게 가동하면서 경기를 14-3으로 매듭지었다.

마산만 오면 펄펄 나는 두산 방망이

마산에서 오재일의 방망이는 믿고 보면 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마산에서 오재일의 방망이는 믿고 보면 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말 그대로 봇물 터진 두산 타선이었다. 이날 민병헌(6타수 2안타 1홈런 6타점 1득점)과 오재일(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 그리고 박건우(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가 마산구장에서 강했던 기록을 그대로 증명했다. 포수 양의지의 갑작스러운 허리 부상으로 긴급 투입된 박세혁(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도 깜짝 활약을 펼쳤다.

해커가 흔들린 NC 마운드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무려 13피안타와 11볼넷을 기록한 NC 마운드는 마산에 온 두산 타자들에게 14점을 허용했다. 힘 대 힘으로 이기겠단 두산 김태형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유독 마산구장에서 두산 타자들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3차전 승리 뒤 “팀 타자들의 전반적인 타격감이 워낙 좋은 상태다. 여기에 마산구장을 편하게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다. 아마 구장이 크지 않아서 타자들이 자신감을 느끼면서 타석에 들어서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두산 강석천 타격코치도 “아무래도 잠실구장에서 경기하다가 마산구장에 오면 상대적으로 외야가 좁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장타가 자주 나오게 되면서 선수들이 더 자신감 있게 스윙을 하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의 홈구장인 잠실구장은 좌·우 펜스 100m 중앙 펜스 125m로 국내 야구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와 비교해 마산구장의 크기는 좌·우 펜스 97m 중앙 펜스 116m에 불과하다. 잘만하면 외야 담장을 넘길 수 있단 자신감을 느낄만한 두산 타자들의 분위기다.

두산 선수단이 “마산 오재일만 믿는다”라며 입을 모아 기대했던 오재일도 마산 효과를 언급했다. 오재일은 “내가 홈런을 친 것보단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이겨서 기분 좋다. 마산구장에서 특별히 다르게 하는 건 없는데 시즌 내내 잘 맞다 보니까 좋은 흐름이 이어지는 것 같다. 주위에서도 ‘마산에서 강하다’라는 얘길 해주니까 더 그런 부분이 강하게 느껴진다. 확실히 1-2차전보단 마산으로 내려온 3차전에서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결정적인 만루 홈런을 날린 민병헌 역시 마산구장의 좁은 외야를 체감했다. 민병헌은 “그냥 바깥쪽 공만 보고 방망이를 돌렸다. 땅볼만 안 나오도록 적극적으로 강하게 친다는 생각만 했다. 맞는 순간 최소한 펜스는 맞을 거로 생각했는데 담장을 살짝 넘어가면서 홈런이 됐다”며 빙긋 웃었다.

유희관 앞세운 두산, 3년 연속 마산에서 끝낸다

막강한 화력으로 3차전을 잡은 두산은 또다시 마산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겠단 각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막강한 화력으로 3차전을 잡은 두산은 또다시 마산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겠단 각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 경기 연속으로 화끈한 화력을 자랑한 두산은 10월 21일 열리는 4차전에서 기분 좋게 플레이오프를 끝내겠단 각오다. 공교롭게도 최근 2년간 마산은 두산 입장에선 약속의 땅이었다. 두산은 2015년 플레이오프에서 2위 NC와 만나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마산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었다.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마산에서 우승 세리모니를 펼쳤다.

이렇게 가을마다 마산에서 항상 좋은 기억을 지니고 떠난 두산이었다. 양의지 대신 맹활약한 박세혁은 “확실히 마산에 오면 선수단이 자신감을 느끼는 것 같다. 오늘도 도망가야 할 때 장타가 나왔고, 실점도 최소한으로 막았기에 경기 흐름이 정말 좋았다”며 고갤 끄덕였다.

오재일도 “최근 몇 년간 마산에서 NC를 만나면 결과가 좋았다. 하지만, 이런 걸 크게 신경 쓰는 것보단 4차전에서 끝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2연승으로 팀 분위기가 좋아진 건 사실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두산의 4차전 선발 투수는 유희관으로 예고됐다. 유희관은 지난해 마산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우승을 결정지은 선발승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찾아왔다. 두산은 불타오르는 타선과 유희관을 앞세워 또다시 마산을 약속의 땅으로 만들겠단 각오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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