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상징' 박한이가 삼성 라이온즈의 재도약을 위해 뛴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꾸준함의 상징' 박한이가 삼성 라이온즈의 재도약을 위해 뛴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

‘꾸준함의 상징’ 박한이가 말하는 대기록 중단. “기록은 끝나도 야구는 남았습니다.” 책임감 어깨에 짊어지고 삼성 라이온즈 재도약 위해 '스파이크 끈' 고쳐 맨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한이는 데뷔한 2001년부터 2016년까지 16년간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KBO리그의 수많은 별 가운데서도 ‘꾸준함의 상징’이란 표현이 박한이보다 더 어울리는 선수는 없다.

또 박한이는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7개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보유하고 있다. 박한이는 한국시리즈 개인 통산 최다 출전(63경기)·안타(57)·타점(28)·득점(38)·루타(79) 등 각종 기록을 보유한 ‘코리안 시리즈의 사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8시즌 박한이의 어깨는 더 무겁다. 이승엽이 은퇴한 삼성의 최고참으로 재도약까지 끌어야 한다.

선수 생활 황혼기에 또 한 번의 불꽃을 준비하고 있는 박한이를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박한이 “이승엽 선배 은퇴식, 울컥했어요”

박한이는 이승엽 은퇴식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그런 박한이를 이승엽은 따뜻하게 안아줬다(사진=엠스플뉴스)
박한이는 이승엽 은퇴식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그런 박한이를 이승엽은 따뜻하게 안아줬다(사진=엠스플뉴스)

비시즌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가요.

시즌 끝난 이후에도 계속 훈련을 했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고요. 그 이후엔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죠(웃음).

야구선수와 운동은 떼어놓을 수 없네요.

(신중하게) 이 시간 이후로 더 힘든 시기가 올 수 있으니까요. 또 이젠 가장 베테랑이니까, ‘후배들에게 더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요.

이승엽 선수의 은퇴로 삼성 선수단 최고참이 됐습니다.

최고참이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웃음). 결국엔 이런 시기가 왔네요. (이)승엽이 형이 후배들에게 보여줬던 것,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됐던 그 모습을 저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제대로 안 하면 부끄럽잖아요.

부끄럽다고요?

네. 솔선수범 하지 않고 빼는 모습은 그렇잖아요. 야구하는 모습이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10월 3일 ‘이승엽 은퇴식’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 의미는 뭐였나요.

아, 정말(쑥스러워하며)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모르겠어요. (이) 승엽이 형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함께 선수 생활을 해왔고, 저도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기분이 정말 묘했어요. ‘먼저 보내는 선배에 예우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가슴이 정말 뭉클해지더라고요.

함께 한 많은 기억이 떠올랐을 것 같습니다.

그랬어요. 정말 형과 함께 한 좋은 기억이 많았죠. 우승도 참 많이 했고, 기쁜 날도 많았으니까요. 제 은퇴식이었다면 아마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 것 같은데(웃음), 이렇게 (이)승엽이 형을 보내는 게 참. 그냥 ‘아쉽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박한이는 10월 3일 더그아웃에서 이승엽 은퇴식을 마냥 지켜보고 있었다. 아련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지 못 했다.

그리고 이승엽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뜨거운 눈물만 펑펑 쏟았다. 이승엽도 그 마음을 다 안 다는 듯이 덩치 큰 동생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서 승엽이 형에게 꼭 승리를 안겨주고 싶다”고 했던 박한이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이자 이승엽의 은퇴경기에서 결승타를 때렸다.

“16년 연속 안타 기록 중단 아쉽지만, 야구는 남았잖아요.”

늘 일정한 박한이의 시그니쳐 동작을 우리는 그리워 하게 될 지 모르겠다(사진=엠스플뉴스)
늘 일정한 박한이의 시그니쳐 동작을 우리는 그리워 하게 될 지 모르겠다(사진=엠스플뉴스)

16년째 이어진 세 자릿수 안타라는 대기록(양준혁과 최다 타이)이 올 시즌 중단됐습니다.

기록이 끊겨서 정말 아쉽죠. 하지만 누구를 탓할 문제는 아니고 모든 게 제가 부족했던 겁니다. 그것보다 삼성이 초반에 너무 힘들게 시작해서 9위로 마친 게 가장 아쉬움이 남아요. 시즌 중반 이후 보여줬던 모습만 유지했어도 후반기 PS 경쟁을 했을 텐데. 선수로선 팀 부진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한 시즌만 더 추가했다면 더 크게 남을 대기록이었는데, 정말 개인적인 아쉬움이 없나요.

어쩔 수 없잖아요(웃음). 어차피 시즌은 끝났고, 저의 연속안타 기록은 여기까지니까요. 그래도 그 기록 말고도 다른 기록도 많이 있고 제 야구 역시 더 남았습니다. 그걸 위해서 내년에도 열심히 도전하겠습니다.

2016시즌 후 수술대에 올라 재활기간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복귀도 너무 서둘렀던 건 아닌가 싶어요.

스스론 정말 열심히 재활했으니까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나’란 후회가 들더라고요. 재활이 참 낯설었어요. 전지훈련도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가보지 않았습니다. 시즌 준비를 정상적으로 못한 게 올 시즌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습니다.

일각에선 ‘박한이에게 기회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어요.

전혀 아닙니다. 물론 제 입장에선 더 많은 타석에 서고 싶었지만, 프로라면 실력으로 평가받는 게 당연한 겁니다. 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감독님과 불화’라는 억측 주장도 있던데 (손사래를 치면서) 절대 아닙니다. 감히 어떻게 그런 걸 입에 담을 수 있겠어요. 감독님이 신뢰해주는 만큼 더 열심히 뛰면서 후배들을 잘 이끌 계획입니다.

‘코리안 시리즈의 사나이’ 박한이 “7개의 우승 반지, 그리고”

'코리안 시리즈의 사나이' 박한이는 삼성의 부활을 약속했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코리안 시리즈의 사나이' 박한이는 삼성의 부활을 약속했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현역 선수 가운데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가 가장 많은 7개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제일 많네요(웃음). 사실 신인(2001년) 때부터 지금까지 삼성이 진출한 모든 포스트시즌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각종 한국시리즈 기록을 보유한 ‘코리안 시리즈의 사나이’입니다.

(아련한 표정으로) 언젠가는 우리 삼성이 다시 한국시리즈에 갈 겁니다. 은퇴하기 전에 한국시리즈에서 재미있는 야구를 하고, 우승도 하고 떠나야죠.

삼성이 2년 연속 9위를 했습니다.

올해 아쉬움이 있다면 그걸 절대 잊어선 안 됩니다. 대신, 그만큼 잘 준비해서 내년에 더 잘 뛰고, 싸워야 하죠. 매년 그렇게 해왔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야구는 매년 열리니까요.

삼성은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요.

지금 팀이 힘든 시기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발단’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안타깝고, 분한 마음은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가 느끼고 있어요.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해서 내년 시즌 뛰겠습니다. 삼성은 다시 좋은 성적을 낼 겁니다. 무조건 그렇게 만들어야죠.

이승엽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요.

(이)승엽이 형이 은퇴 했고, 저도 할 테고 모든 선수는 언젠가는 은퇴를 하잖아요. 누군가 빠져도 그 자리를 채워 줄 다른 선수가 또 나타나야 합니다. 그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게 느껴지지 않게 잘 하는 게 우리 몫입니다.

2018시즌 ‘꾸준한 박한이의 모습’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제 ‘후배들과 경쟁한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보단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주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부상 없이 완벽한 몸으로 한 시즌을 잘 치른다면 성적은 자신 있으니까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제 포부를 대신하겠습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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