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화려했을 것 같은 스타 구자욱은 알고보면 굉장한 노력파다. 구자욱은 세간의 화려한 평가에도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사진=엠스플뉴스)
태생부터 화려했을 것 같은 스타 구자욱은 알고보면 굉장한 노력파다. 구자욱은 세간의 화려한 평가에도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구자욱은 자타공인 삼성 라이온즈의 대표 선수다. 동시에 구자욱은 KBO리그의 가장 촉망받는 젊은 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자욱은 행복하지 않다. ‘화려한 스타’의 이면에 치열하게 성장하고 있는 구자욱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은 프로 데뷔 6년 차, 1군 데뷔 3년 차인 올 시즌 타율 0.310/ 21홈런/ 107타점/ 10도루의 성적을 기록했다.

타율은 2016시즌(0.343)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구자욱은 데뷔 이후 첫 2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 성공적인 ‘장거리 타자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구자욱은 엠스플뉴스와 인터뷰 내내 “아쉽다”는 말만 쏟아냈다. 또 2017시즌을 ‘실패’라고 표현했다. 이유는 뭐였을까.

구자욱 “올해 내 모습을 용납할 수 없었다.”

구자욱은 올 시즌 21홈런 107타점을 올리며 교타자에서 장거리 타자로 변신했다(사진=엠스플뉴스)
구자욱은 올 시즌 21홈런 107타점을 올리며 교타자에서 장거리 타자로 변신했다(사진=엠스플뉴스)

2년 연속 마무리 캠프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시즌 마치고 5일 쉬었어요. 힘들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죠. 그래도 쉬는 것보다 운동하면서 훈련하는 게 회복엔 더 좋습니다. 마무리캠프는 부족한 부분을 점검할 수 있고, 여러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지난해도 캠프 기간을 통해 교타자에서 장거리 타자로 변신했습니다.

물론 그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긴 했지만, 지금 제 맘속엔 ‘올해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네요.

왜인가요.

전혀 만족이 되질 않는 시즌이었으니까요.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가 더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데뷔 이후 첫 100타점 고지도 밟았는데도요.

(고개를 저으며) 올해가 1군에서 보낸 지난 3년 가운데 ‘최악의 시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네?

기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물론이고요. 힘없이 처져 있던 제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자꾸 피곤하니까 예전처럼 활기 찬 플레이가 안 나오더라고요. 또 1군에서 뛰는 게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익숙해졌어요. 약간은 나태해진 저를 발견하곤 몹시 화가 나기도 했고요.

나태해졌다?

2015년과 2016년엔 늘 파이팅 있게, 또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경기를 했었는데 그런 모습이 많이 줄었던 것 같아요. 마음은 있는데 몸이 잘 안 따라주더라고요. 프로기에 피곤한 내색을 하면 안 되는데, 경기장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게 저한테 가장 실망스러워요.

하지만 리그에서 유일한 전 경기 선발 출전 선수이기도 합니다.

김한수 감독님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제가 나태해질 때마다 ‘끝까지 해봐라’고 의지를 북돋워주셨습니다. 또 감독님과 코치님이 훈련 시간을 조절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배려해줬고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믿고 기회를 준 감독님 덕분에 전 경기에 선발 출전 할 수 있었어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144경기 체제에서 전 경기 선발 출전한다는 건 강인한 의지도 수반돼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실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시즌 전 체중을 10kg 정도 찌웠는데 그 몸무게가 다 빠졌으니까요. 힘을 내야 하는데 잘 뛰지도 못 하고 힘도 많이 빠졌어요. 그래도 결국엔 그건 변명일테니 비시즌에 더 많이 준비할 생각입니다.

“올해 나는 실패했다.” 구자욱의 냉정한 성찰

'이승엽 이후 삼성을 끌어갈 타자'라는 평가에 구자욱은 손사래를 쳤다(사진=엠스플뉴스)
'이승엽 이후 삼성을 끌어갈 타자'라는 평가에 구자욱은 손사래를 쳤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장거리 타자로의 변화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많이 바꿨지만, 냉정히 말해선 실패죠.

실패요?

네. 앞선 2시즌보다 훨씬 더 많이 준비했거든요. 그래 올해 결과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홈런도 21개밖에 못 쳤고, 타율도 0.310에 그쳤습니다. 계획대로 됐다면 2015년(0.349)이나 2016년(0.343) 정도 타율이 나와야 했는데 그게 아쉽습니다.

대신 107타점(리그 10위)을 기록하며 ‘중심타자 역할’을 충분히 했습니다.

올 시즌 부상당하지 않고 100타점을 올린 것에만 점수를 주고 싶어요. 물론, 100타점은 뿌듯한 기록이죠.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 많아서 그것조차 온전히 기쁘진 않아요.

가령 만루 상황(타율 0.154, 12타점)이나, 득점권 상황(득점권 타율 0.352)에서 더 잘 할 수 있었거든요. 그저 100타점을 한 것으로 만족 아닌 위안 정도만 삼고 있습니다.

당신을 3년째 1군에서 보고 있지만 매번 놀라는 게 있어요.

그게 뭔가요.

야구 욕심이요. 매년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도 늘 ‘아쉽고,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보이니까요.

(덤덤하게) 내년에도 야구를 해야 하고, 그 후에도 쭉 야구를 할 거니까요. 만약 제가 MVP(최우수선수)에 오르고 모든 타이틀 1위를 석권했다면 그땐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잖아요. 계속 해야 하는 야구기 때문에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올핸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만족할 일이 하나도 없네요(씁쓸한 웃음).

‘화려한 스타’ 구자욱의 고백 “나는 행복하지 않다.”

구자욱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 현실이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사진=엠스플뉴스)
구자욱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 현실이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사진=엠스플뉴스)

‘화려한 스타’이면서 가장 많은 기대를 받는 젊은 선수 가운데 한 명입니다.

전 사실 그런 평가가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아직은 야구장에서나 야구를 대하면서 즐거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스스로도 늘 ‘즐기면서 야구 하자’고 마음먹는데 그게 안 되네요. 야구하면서 드는 만족감이 어떤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것도 ‘야구 욕심’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죠. 결국엔 내 욕심인건데 야구장에 오면 재밌지 않고 ‘전쟁터’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어요. 마음이 잘 안 비워져요. 그게 안돼서 저한테도 항상 답답해요. 성격이 자꾸 얼굴에 드러나니까(웃음). 이젠 안 그러도록 노력해야죠.

삼성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가을야구가 참 힘들다’는 걸 올해 많이 느꼈어요. 상대 팀들은 계속 강해지고 있고, 이제 우리가 쫓아가야 하는 입장이더라고요. 최선을 다하는데도 안 될 때가 있으니, 솔직히 힘이 빠지기도 했죠. 팀 전력에서 뒤집을 수 없는 격차를 느끼기도 했고요.

결론은요.

그래 결국엔 ‘선수단 구성원이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더 성장하고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팀이 강해지다 보면 다시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거라고 믿어요.

이제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이승엽 이후 삼성을 대표하는 타자’라는 짐이요.

(단호하게) 아직 멀었습니다. 그런 말 자체는 기분이 좋지만 워낙 위대한 타자이잖아요. 그 이름 옆에 지금 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또 삼성의 전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팀을 더 강하게 만든 이후, 한국시리즈에 나가서 잘 하고 난 이후에 ‘삼성 대표 타자’란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승엽이 없어도 삼성의 야구는 끝나지 않습니다.

이승엽 선배가 늘 절 편하게 대해줬고, 팀의 든든한 기둥이었는데 이젠 같이할 수 없다는 게 잘 실감 나진 않아요. 그래도 오히려 더 편하게 전화해서 여쭤볼 수 있지 않을까요? 팀을 떠나셨지만, 우리 경기를 더 잘 챙겨보고 같이 함께할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시겠죠 선배님(웃음)?

매년 바뀌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곤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놀랄 수 있을까요.

타율 3할이 어렵다는 걸 올해 정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내년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진 장담할 순 없지만, 올 겨울 부족한 부분을 잘 찾고, 더 많은 땀을 흘리고 공부하겠습니다. 올해보다 훨씬 더 잘 해야죠. 그 말밖엔 드릴 얘기가 없네요(웃음).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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