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이형종은 2017 시즌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풀타임을 소화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 트윈스 이형종은 2017 시즌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풀타임을 소화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

’타자 전향‘ LG 트윈스 이형종,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풀타임 시즌 소화. 이형종의 고백 “올해 야구가 두려웠다.”

서울고등학교 재학시절 ‘눈물의 왕자’ 이형종은 야구가 참 쉬웠다. 밤늦도록 TV를 보고 게임을 해도 야구장에서 가장 돋보인 건 그였다. 타고난 재능과 승부욕만으로 늘 이겼다.

하지만 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은 이제 야구가 두렵다. 1경기가 간절하고, 자책에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이후 이형종이 경험하는 야구는 갓난아기가 걸음마를 떼며 세상을 보듯이 경외와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형종은 올해 2008년 프로 데뷔(1차 지명) 이후 10년 만에 첫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 성적은 128경기 타율 0.265/ 9홈런/ 44타점/ 11도루. 눈물을 닦은 이형종이 다시 비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경험한 풀타임 시즌

이형종은 올 시즌 128경기에 출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형종은 올 시즌 128경기에 출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풀타임 시즌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데뷔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나도 그게 참 신기하다.

신기하다?

이렇게 ‘타자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는 게 믿기질 않아서. 그간 힘들었던 시간이 쭉 스쳐 간다. 고생했던 그 순간을 ‘보상받았다’는 기분도 든다. 여러모로 내겐 의미가 큰 시즌이었다.

10년이라니, 정말 오래 걸렸다.

누군가는 ‘야구선수가 10년을 프로로 그저 남아 있었던 게 뭐가 대단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겐 정말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는 게 참 후련하고. 행복하다.

뭐가 가장 만족스럽나.

큰 부상 당하지 않고 풀타임 시즌을 잘 치른 것만으로 ‘잘 했고,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퓨처스리그에 내려갔을 때(13일) 1경기도 쉬질 않았다. 양상문 전 감독님(현 단장)과 코치님들이 경험을 쌓게 배려해준 덕분에 정말 큰 자산을 얻은 것 같다.

반대로 아쉬운 점은 없나.

왜 없겠나. 아쉬움을 풀어놓자면 엄청 많다. 우선 풀타임 시즌의 어려움을 체감하지 못해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게 가장 아쉽다. 시즌 초 좋을 때 ‘체력 분배를 하면서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질 못했나.

말로만 들은 얘기고 실제 나는 경험한 적이 없으니까. ‘할 수 있어, 이런 정도로 계속 갈 수 있어’란 자신감만 가지고 전력으로 부딪혔다. 너무 일찍 끌어올렸던거다. 2월 3일 난 경기를 뛸 수 있는 상태였다(웃음).

그래서 어떻게 됐나.

성적이 빨리 하락했다(웃음). 3~4월(타율 0.367) 출발이 좋았는데 5월 성적(타율 0.152)이 급락했다. 그 이후 6월 성적(타율 0.305)이 회복됐지만, 후반기(타율 0.236)는 아쉽게 끝났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이형종의 고백 “올해 난 야구가 두려웠다.”

이형종은 올해 두려움이란 적과도 싸웠다(사진=엠스플뉴스)
이형종은 올해 두려움이란 적과도 싸웠다(사진=엠스플뉴스)

어떤 게 가장 힘들었나.

‘퓨처스리그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너 그 정도면 충분히 잘 하는 거야, 더 잘할 수 있어’라는 주위 얘기가 귀에 안 들어왔다. 늘 ‘내려갈 것 같은데, 내려가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고, 두려움에 파고들었다.

쫓긴 이유가 뭐였나.

20대 초반이었다면 다음을 기약하고, ‘이 정도면 충분해. 나중에 더 열심히 하자’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데 난 서른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그러질 못했다. ‘1군에 남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는 만큼 자꾸 더 1군 무대가 간절해졌으니까. 자신감과 두려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내 마음이 야구공처럼 튀어 다녔다.

스스로 채찍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루 이틀 부진에도 자책을 정말 심하게 했다. 올해 3안타를 치거나 홈런을 친 날도 만족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을 정도였다. 잠깐 만족하고 난 이후, 곧바로 내일 걱정을 하는 식이었다. 사실 일희일비(一喜一悲)했던 면이 많았는데(웃음) 이젠 그 과정을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배운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예전엔 ‘가진 능력으로 야구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아마추어 때나 통하는 얘기더라. 이젠 프로답게 ‘능력·체력·멘탈·준비과정이 모두 완벽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하나 더 있다.

?

‘사생활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배운 올 시즌이다. 시즌 중반 이후 부진에 빠졌을 땐, 4월 경기 끝나고 기분이 좋아서 마셨던 술 한 잔까지 아쉽게 느껴졌다. 술을 많이 마셨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 한두 번이 지금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까’라고 고민했다. 그 고민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내 잘못이다. 올해 정말 많이 부족했다.

늘 자신만만해 보였고, 어렵지 않게 야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다. 그 두려움을 감추려고 더 자신감 있게 행동했던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내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자신감의 온도 차는 굉장히 달랐다. 난 정말 자신이 없었고 올해 내내 야구가 두려웠다.

이젠 ‘두려움에서 벗어났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해봤으니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은연중에 많이 붙었다. 이게 경험이 아닐까.

이형종 “‘야잘잘’이란 표현 기쁘지만….”

'야잘잘' 이형종의 비상은 이제부터다(사진=엠스플뉴스)
'야잘잘' 이형종의 비상은 이제부터다(사진=엠스플뉴스)

올해 공격보다 수비가 더 돋보였다. 실책이 2개뿐이었고 내용도 초보치곤 참 매끄러웠다.

그런가? 난 아쉬운 게 먼저 떠오른다. 좌익수(186타석)를 가장 많이 소화했는데, 중견수(174타석)나 우익수(65타석)로도 많이 뛰었다. 특히, 경기 도중 포지션이 바뀌는 경우가 잦았는데 그걸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반대로 그만큼 ‘수비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센터 외야수와 코너 외야수는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미숙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감독님과 코치님이 믿고 출전시켜줬다는 게 올해 외야수로 거둔 가장 큰 수확이다.

주전 선수로 올라섰는데 LG가 가을야구를 못 한 아쉬움은 없나.

4월까지 잘 쳤을 때 팀도 좋은 성적(15승 11패, 3위)으로 잘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내가 부진했을 때 팀도 성적이 떨어졌다. 내 영향이 크진 않았겠지만, 괜히 자책이 컸다. 그만큼 많이 아쉬웠다. 그래 내년엔 LG가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게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정말 자신 있어 보인다.

이제 더 올라갈 일만 남지 않았나(웃음). 올해보단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내 문제가 뭔지 알았기 때문에 차분하게 잘 준비해서, 내년엔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시즌을 앞두고 했던 인터뷰에서 ‘과거는 다 잊고 초심에서 시작한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신중하게) 야구를 하는 동안 그 마음, 간절함은 변함없을 것 같다. 류중일 감독님이 새롭게 부임했고, 또 한 번 내 능력을 증명해야 할 상황이다. 다시 시작이다. 1년이란 경험을 토대로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향한 ‘야잘잘(야구는 잘 하는 사람이 잘 한다)’이라는 속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인정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물론 기분은 좋다. 내가 ‘야구 DNA’나 ‘야구 센스’가 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력으로 나머질 채우겠다. ‘지금 잘 하는 게 진짜 잘 하는 건’ 아니니까. 난 아직 야구를 잘 하지 못하니까. 야구를 더 잘하게 되면 그때 다시 그 말을 듣고 싶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