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참가 목표로 입대 연기한다. “병역의무 회피 절대 아냐, 현역병으로라도 의무 수행. 2018시즌 죽을 각오로 뛰겠다.”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이 입대를 연기하고 2018시즌 힘차게 달린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이 입대를 연기하고 2018시즌 힘차게 달린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해민이 내년 시즌에도 라팍을 힘차게 달린다.

박해민은 최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 발탁을 목표로, 입대를 1년 미루기로 했다.

곧 결혼하는 예비 아내를 떠올리며 장고 끝에 내린 결정. 만약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바로 현역병으로 입대하겠다는 자세다.

박해민은 “절대 병역의무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면 현역병으로라도 병역 의무를 마칠 것”이라며 “2018시즌, ‘죽을 각오’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박해민 “아파도 경기에 나가는 게 ‘프로’니까요”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왼쪽)과 구자욱(오른쪽)은 리그에서 5명뿐인 전 경기 출전 선수다(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왼쪽)과 구자욱(오른쪽)은 리그에서 5명뿐인 전 경기 출전 선수다(사진=삼성)

박해민은 2017시즌 40도루를 기록, 2015년부터 이어온 ‘도루왕 3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리그 도루 숫자가 점점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홀로 ‘빠른 발의 매력’을 뽐냈다.

그러나 ‘2017 KBO 어워드’에 수상자로 온 박해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삼성 시즌 성적이 9위로 좋지 않았다. 개인 성적만으로 이런 자리에 와 있다는 게 마음이 무겁고, 깊은 책임감이 든다. 상을 받는다는 건 개인적으론 기분이 좋은 일이지만, 도루왕 3연패를 하고도 도루 숫자가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이나 전체적인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해민은 첫 도루왕에 오른 2015시즌 60도루를 기록했다. 2016시즌엔 52개, 올 시즌엔 40개의 도루를 훔쳤다. 타율도 올 시즌엔 0.284/ 162안타를 기록, 지난해(타율 0.300, 169안타)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를 펼치는 까닭에 고질적인 허리·등 부상에 시달린 영향이 컸다.

하지만, 동시에 박해민은 올 시즌 리그에서 5명 밖에 되지 않는 전 경기 출전 선수다. 체력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리드오프이자 중견수인 박해민의 숨은 가치다.

이에 대해 박해민은 “몸 상태가 100% 좋은 상태로 뛰는 프로 선수는 별로 없다. ‘프로선수는 조금 아파도 참으면서 뛰어야 한다’는 걸 최형우 선배(KIA)에게 많이 배웠다”며 “퓨처스리그에서 뛴 시간이 다소 길었던 까닭에 지금도 1군 경기에 나가는 게 마냥 행복하다”고 말했다.

도루 감소 시대를 바라보는 ‘도루왕’의 생각은?

도루왕 3연패를 맞아 여동생과 단상에 선 박해민(사진=삼성)
도루왕 3연패를 맞아 여동생과 단상에 선 박해민(사진=삼성)

삼성 전력이 약해졌기에 더욱, 박해민은 전경기 출전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허리와 등을 파스와 붕대로 '칭칭' 감은 박해민이 전 경기를 소화할 수 밖에 없던 숨은 이유는 ‘책임감’이었다.

“조금 아프다고 빠질 순 없는 노릇이었다. (구)자욱이와 내게 거는 기대가 더 커졌기에 더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주장인 (김)상수도 부상으로 1군에서 빠져 있었기에 내가 더 책임감을 느끼면서 뛰어야 했다.”

박해민은 2015시즌에도 전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전 경기 출전은 참 뿌듯하고 기분 좋은 기록이다. 실력이 필요하고, 팀에서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전 경기 출전을 배려해주신 코칭스태프께 감사하다. 앞으로도 몸이 허락한다면 선수로 뛰는 동안 매 시즌 전 경기 출전에 도전하고 싶다.” 박해민의 바람이다.

올 시즌 KBO리그 전체 도루 숫자는 778개로 2016시즌 1,058개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2015시즌 1,202개 이후 리그 전체 도루 숫자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박해민도 이런 ‘시대적인 흐름’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도루의 가치’에 대해선 다른 생각이었다.

“리그 도루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스몰볼로 점수를 내면서 지키는 야구를 한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도루는 꼭 필요하다.”

이어 박해민은 “‘빅볼’만으론 야구가 흘러갈 수 없다. ‘도루의 가치가 점점 줄어든다’는 말을 들으면 서운하지만, 다시 도루 가치가 고평가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박해민 “2018시즌 죽을 각오로 뛴다.”

박해민은 '허슬플레이'를 다짐했다(사진=삼성)
박해민은 '허슬플레이'를 다짐했다(사진=삼성)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지만 어떤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할 것 같다.”

박해민은 '입대 연기'와 관련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였다.

“KBO리그엔 훌륭한 외야수가 즐비하다. 국가대표 승선을 목표로 하면 그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내가 대표팀 주전 중견수를 노릴 수 있는 기량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대주자나 대수비 요원은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국가대표에 뽑힐 것’이라는 생각으로 입대를 연기한 건 아니다.” 박해민의 얘기다.

박해민은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민했다. ‘병역 문제에 민감한 야구팬의 정서’ 또한 충분히 숙고했다.

그래선지 박해민은 침착하게 다음과 같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병역 의무’와 관련한 문제라, 무척 조심스럽다. 만약 대표팀에 승선해 좋은 결과를 낸다면 내 입장에선 가장 좋은 결과겠지만, 설령 발탁 되지 않거나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해도 병역 의무를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현역병으로라도 병역 의무는 꼭 마치겠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박해민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던 숨겨진 속사정도 있다. 바로 올 12월 결혼할 예비신부를 향한 ‘미안한 마음’과 ‘가장의 책임감’ 때문이다.

박해민은 “입대연기는 큰 모험이지만 내 인생은 항상 도전이었다. 내년 4년 연속 도루왕도 해야 하고, 삼성의 재건도 이끌어야 한다. 응원하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내년 시즌 죽을 각오로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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