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비활동 기간 지키되, 자율성 지키며 대화 통해 보완점 찾을 계획”. 최근 선수협 이사회에서 '12월 구장 출입 규제' 해제 결정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총회 장면(사진=선수협)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총회 장면(사진=선수협)

[엠스플뉴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올겨울에도 ‘비활동 기간’을 준수할 방침이다. 예년과 다른 게 있다면 ‘원칙은 지키되, 원칙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걸 막겠다’는 방침 또한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올해도 비활동 기간을 엄격하게 준수할 계획임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자율 속에서 구단과 상생하고, 화합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관련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선수들의 훈련 장소 마련 등을 위해 10개 구단과 대화를 나눠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 “프로라면 관리는 당연한 영역, 자율이 중요.”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왼쪽)은 자율을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왼쪽)은 자율을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비활동 기간 준수’는 1999년 선수협이 발족할 때부터 선수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지지했던 사안이다. 이유는 분명했다. 프로야구 규약에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를 비활동 기간’으로 정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지키는 구단이 거의 없던 까닭이다.

비활동 기간은 말 그대로 선수들이 ‘선수 활동’을 하지 않는 기간을 뜻한다. 야구 규약엔 ‘선수의 참가 활동 보수 대상 기간은 매년 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10개월간으로 하고, 연봉은 10회로 분할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연봉이 지급되지 않는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진 ‘무임금 무노동 원칙’이 적용돼야 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일부 지도자가 ‘재활 캠프’라는 명목으로 멀쩡한 선수들까지 12월 단체 훈련에 참여시키며 비활동 기간은 유명무실화했다. 여기다 많은 구단이 규약을 1월 초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며 비활동 기간은 사문화됐다.

많은 선수가 “1월 초 스프링캠프에 참여해 12월까지 재활 캠프를 소화하면 기혼 선수의 경우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며 “우린 야구선수지, 야구 기계가 아니다”라고 하소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KBO가 손을 들어준 건 항상 구단이었다. KBO는 야구규약에 ‘다만 총재가 특별히 허가할 때, 선수가 자유의사로 훈련하는 경우, 전지훈련 관계로 선수들이 요청할 때엔 1월 중순 이후 합동훈련을 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뒀다.

일부 구단이 이 예외 조항을 ‘선수들의 요청’으로 둔갑시켜 ‘반강제적인’ 단체 훈련을 진행한 건 당연한 터.

결국, 선수협은 2016년 12월 2일 열린 선수협 총회에서 ‘모든 스프링캠프는 2월 1일부터 시작하고, 12월엔 10개 구단 구장 출입을 제한’하는 특별 대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1월엔 야구장을 출입할 수 있지만, 코치나 트레이너의 개입 없이 철저히 개인 훈련만 한다’는 추가 대책을 내놨다.

당시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비활동 기간 준수는 ‘선수 훈련의 자율성이 얼마나 보장되느냐’가 관건이다. 프로라면 ‘자기 통제 하의 몸 관리’는 당연한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선 이미 ‘개인 자율 훈련’이 정착돼 있다. 훈련 기간과 장소는 더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24시간 단체 훈련한다고 팀 성적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 모든 선수가 좋은 팀 성적을 위해 뛰는 건 당연하지만, ‘좋은 팀 성적’ 때문에 선수의 기본권과 건강권이 침해된다면 이는 결국 선수 본인과 구단, 팬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올 뿐이다.”

구단과 ‘상생과 화합’ 모색하는 선수협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사회 장면(사진=선수협)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사회 장면(사진=선수협)

그렇다고 선수협이 ‘꽉’ 막힌 주장만 하는 건 아니다. 선수협은 1년간의 비활동 기간 준수를 자세히 분석하며 문제점 발견과 함께 대안을 찾았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올 스프링캠프를 결산해봤다. 아직 개인훈련이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의 경우 2월 스프링캠프에 맞춰 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무엇보다 저연차·저연봉 선수들은 훈련 장소를 찾지 못해 애를 먹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외부 훈련장소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이용시설이 많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게 발견된 게 사실”이라며 “구단들과 협의해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수협은 선수들의 자율 훈련만 확실히 보장된다면 ‘12월 선수들의 구장 출입 금지’는 강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해지면 선수들은 별도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도 자유롭게 구장에 출입하며 내년 시즌을 자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선수협 이사회 '12월 구장 출입 규제 해제' 결정

선수협은 12월 야구장 출입 규제를 없앴다(사진=엠스플뉴스)
선수협은 12월 야구장 출입 규제를 없앴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구단들 입장은 어떨까.

구단들은 “비활동 기간을 준수하면서 구단 운영비가 적지 않게 절감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스프링캠프 기간이 14일 정도 줄면서 각 구단이 최소 15억 원에서 20억 원 내외의 운영비를 아꼈다. 선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프런트도 1월까지 휴식을 취한 덕분에 ‘삶의 질’이 높아졌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비활동 기간단체 훈련 금지’ 이후 달라진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제적 측면만 보자면 구단은 ‘비활동 기간 준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물론 현장 코칭스태프 가운덴 불만이 남아 있다. 2017년 2월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등에서 만난 감독, 코치들은 “2월에 캠프를 시작하기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선수 대부분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곤 했다.

중요한 건 이들 역시 “점점 나아질 것”이란 말로, ‘비활동 기간 준수’ 자체에 대해선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선수협은 언제든 구단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선수들을 위해서라는 대의 속에 언제나 구단과의 상생을 통해 개선점을 찾을 생각이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의 이러한 ‘열린 자세’는 최근 열린 선수협 이사회에서 '가시적 성과'를 냈다.

11월 6일 열린 선수협 이사회에서 각 구단 대표 선수들은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 야구장 출입 규제'를 없애면서 이 사실을 KBO에 알렸다.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김 총장은 "구단들도 선수들의 자율 훈련에 코칭스태프 등을 참가시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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