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인 출신 단장이 대세다. 전체 단장 비율의 70%를 넘었다. 이젠 KBO리그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이 KBO리그에 가져올 장, 단점을 엠스플뉴스가 취재했다.

야구인 출신 단장의 시대다. 과연 그 뒤에 가려진 명과 암은 무엇일까(사진=엠스플뉴스)
야구인 출신 단장의 시대다. 과연 그 뒤에 가려진 명과 암은 무엇일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12월 6일. KIA 타이거즈는 파격 인사를 발표했다. 조계현 수석코치를 신임 단장에 임명한단 내용이었다. 수석코치가 단장직에 오른 것은 조 단장이 처음이다.

조 단장은 선수 시절 ‘팔색조’로 불렸던 투수다. 올 시즌엔 수석코치로 KIA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KIA 관계자는 “야구인 출신 단장 선임으로 전문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야구인 출신 단장 선임은 최근 KBO리그의 추세다. 두산 베어스 김태룡 단장을 비롯해 NC 다이노스 유영준, SK 와이번스 염경엽, LG 트윈스 양상문, 넥센 히어로즈 고형욱, 한화 이글스 박종훈까지 총 7명이 단장직을 맡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현장 경험과 야구를 잘 안단 것이 장점이다.

이는 KBO리그의 달라진 풍토를 대변한다. 과거 KBO리그는 모기업 출신 낙하산 인사가 구단 고위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인사 가운데 야구단 운영에 전문성을 갖춘 경우는 드물었다. 장기적인 관점의 구단 운영을 하는 데도 한계가 뚜렷했다. 이런 가운데 두산 베어스가 야구인 출신 단장(김태룡)과 함께 좋은 성과를 거뒀고, 이런 사례를 다른 구단들도 하나둘씩 야구인 출신 단장을 시도하는 추세다.

야구인 출신 단장의 장점

SK 염경엽 단장은 파격적인 트레이드로 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KBO 리그의 흐름을 선도하는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NC 유영준 단장은 염 단장과는 정반대다. 소리 없이 묵묵히 단장직을 이끌고 있다. 선수단 관리에 중점을 뒀다. 올 시즌 NC 가을 야구를 이끈 숨은 주역으로 통한다(사진=SK/ NC)
SK 염경엽 단장은 파격적인 트레이드로 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KBO 리그의 흐름을 선도하는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NC 유영준 단장은 염 단장과는 정반대다. 소리 없이 묵묵히 단장직을 이끌고 있다. 선수단 관리에 중점을 뒀다. 올 시즌 NC 가을 야구를 이끈 숨은 주역으로 통한다(사진=SK/ NC)

야구인 출신 단장 선임엔 장점도 많다. 야구계의 구조를 잘 알기 때문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 시즌 초반엔 야구인 출신 단장이 중심이 된 선수 트레이드가 주를 이뤘다. 3월 17일 넥센과 NC의 1대 1 트레이드(강윤구<->김한별)를 시작으로 4월 17일 KIA와 SK가 4대 4 트레이드(SK 노수광, 윤정우, 이홍구, 이성우<-> KIA 이명기, 김민식, 최정민, 노관현)를 진행했다.

이밖에도 한화 내야수 신성현과 두산 포수 최재훈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고, 롯데 자이언츠 오태곤, 배제성이 kt 위즈 장시환, 김건국과 맞트레이드 됐다. 4월에만 14명의 선수가 팀을 옮겼다. KBO리그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숫자였다. 최근 10년간 4월에 진행된 트레이드 건수는 8건에 불과하다.

야구계 일부에선 트레이드가 늘어난 이유로 ‘야구인 출신 단장들의 등장’을 꼽는다. 야구에 대한 식견을 갖춘 단장들이 팀에 필요한 부분을 미리 캐치해 능동적으로 움직였단 평가다. 한마디로 야구인 출신 단장들이 KBO리그의 흐름을 이끌고 있단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단의 판단과 일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기존의 구단 운용 체제에선 현장과 프런트가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관철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야구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역권 구단 운영팀장은 “예전엔 프런트의 경영 철학과 현장 코칭스태프의 의견이 엇갈려 어떤 일이든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최근 야구인 출신 단장들이 선임되면서 모든 의사 결정이 빨라졌다. 프런트의 야구 이해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구인 출신 단장은 누구보다 현장을 쉽게 이해하고 있다.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점이 힘든지 등에 대한 소통이 가능하다. 수도권 구단 타격코치는 “야구인 출신 단장은 기존 단장들과 확실히 다르다.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준다. 무언가 요구하면 정말 빠르게 반영한다. 특히 프런트에게 야구적인 부분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 좋다”고 밝혔다.

선수 영입 과정도 일원화됐다. 비시즌 FA(자유계약선수)나 외국인 선수 영입 시 형식적인 절차들이 사라졌다.

서울권 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외국인 선수 영입의 경우 단장님과 함께 영상을 보면서 선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어 편하다. 여러 가지 피드백도 바로 들을 수 있다. 외적인 요소를 설명해도 금방 이해하신다. 예전엔 구두로 결정을 내려도, 상부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부수적인 서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실제로 그렇게 놓친 선수가 많았다”고 전했다.

야구인 출신 단장의 단점


LG 양상문 단장과 한화 박종훈 단장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야구인 출신 단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사진=엠스플뉴스)
LG 양상문 단장과 한화 박종훈 단장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야구인 출신 단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사진=엠스플뉴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야구인 출신 단장들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LG 양상문 단장은 화제의 중심이다. 내야수 정성훈과 손주인을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하지 않은 일로 팬들의 원성이 높다. 양 단장은 LG 감독 시절부터 ‘레전드’ 이병규와 봉중근, 김광삼 등을 전력에서 배제해 팬들의 반발을 샀다.

선수 계약은 구단의 고유 권한이다. 팀 사정에 따라 얼마든 선수를 영입할 수도, 내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순탄치 못했단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제는 선수를 떠나보내는 방식에 있었다. 야구인 출신 단장은 선수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이다. 야구 선배로서 선수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일부 야구인 출신 단장들은 경영인 단장 시절보다 더 강경한 태도로 선수들을 대했다.

최근 팀에서 방출된 베테랑 선수는 “야구 선배들이 단장이 되면 선수들의 처지를 조금 더 배려해 줄 거로 생각했다”며 “물론 그건 내 착각이었다. 오히려 우리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했고, 배려보단 ‘싫으면 다른 팀으로 가라’는 식의 일방적인 통보가 이어졌다. 구단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나. 대신 차분하게 설명만 해줬어도 마음은 다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최근 베테랑들의 무더기 이탈은 야구인 단장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흐름이다. 기존 경영인 단장들은 선수 출신이 아님에도 오히려 베테랑에 대한 예우 부분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야구인 단장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선수의 필요성을 평가한다. ‘난 이 팀을 젊은 팀으로 탈바꿈시키겠어’라고 생각한다면 팀 내 베테랑들을 모두 내보내는 방식을 택한다. 이런 식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누가 베테랑이 되려 할 것이며 누가 팀에 헌신하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야구인 출신 단장들의 경영 능력도 문제다. 1,000만 관중 시대를 앞둔 KBO리그다. 철저한 준비 없인 구단을 이끌 수 없다. 과거 경험에만 의존한 채 구단 운용에 나선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야구인 출신 단장이 야구엔 해박하지만, 구단 마케팅이나 홍보, 운영 등에 있어선 초보자란 점을 상기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야구인 출신 단장은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보통 스카우트 출신 단장들은 팀에 금방 녹아든다. 프런트 경험이 있으므로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문제는 현장에만 머물다 단장직을 맡아 조직 구조와 사회생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다. 이들 중에 일부는 단장직을 그만둬도 현장으로 돌아가 지도자를 하면 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런 마인드가 ‘불통’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KBO리그 프로구단은 대부분 모그룹 중심으로 운영된다. 구조상 단장이 장기적인 계획과 전권을 갖고 구단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 야구인 출신 단장을 선임한 구단 가운데 상당수가 본사 출신의 본부장 혹은 전무를 별도로 선임해 경영 분야 실권을 맡긴다. 메이저리그처럼 단장이 팀을 개편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조금 더 합리적인 사고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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