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한 우승팀 KIA와 준우승팀 두산. 우승을 차지한 KIA가 가진 전력 지키기에 치중하는 반면, 준우승팀 두산은 대대적인 선수단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1‧2위 팀의 대조적인 겨울 행보를 엠스플뉴스가 분석했다.

1위 KIA와 2위 두산의 정규시즌 경기 차는 2경기 차. 하지만 두 팀의 겨울 행보는 정반대다(사진=엠스플뉴스)
1위 KIA와 2위 두산의 정규시즌 경기 차는 2경기 차. 하지만 두 팀의 겨울 행보는 정반대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한국시리즈에서 명승부를 펼친 맞수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가 올 겨울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승팀 KIA의 키워드는 ‘수성’이다. 기존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수준의 소폭 변화만 추구하는 KIA다. 반면 두산은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단까지 팀을 ‘갈아 엎는’ 수준의 물갈이를 진행하는 중이다.

전력 지키려는 KIA, 전력 재구성한 두산

KIA는 헥터 노에시와 외국인 선수 전원과 재계약했다(사진=엠스플뉴스)
KIA는 헥터 노에시와 외국인 선수 전원과 재계약했다(사진=엠스플뉴스)

KIA는 올겨울 선수단 구성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핵심 전력 지키기’가 최우선 과제다. 외국인 선수 3명과는 일찌감치 전원 재계약을 맺었다. 에이스 헥터 노에시에겐 2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내줬다. 3명 모두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만큼, 당연한 결과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선 집토끼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다. 양현종 잔류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고, 김주찬과 재계약도 주요 과제로 추진하는 중이다. KIA 관계자는 “우승을 차지한 만큼 선수들 사이에 연봉 협상에 기대감이 크다. 원만하게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숙제”라고 밝혔다.

2차 드래프트와 보류선수 명단 구성에서도 수성 의지가 느껴진다. 2차 드래프트에서 KIA는 내야수 최정용, 황윤호와 1루수 유민상을 보강했다. 기존 라인업의 약점을 보완하는 차원이다. 빠져나간 선수는 좌완 고효준 하나뿐이다.

보류선수 명단에서도 노장 김광수와 우완투수 배힘찬 2명만 제외했다. KIA의 보류선수는 63명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수가 많다.

코칭스태프 구성에서도 큰 틀에선 변화가 없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단장으로 자릴 옮겼고, 정회열 수석코치 선임, 박흥식 2군 감독 선임 등 변화는 있지만 전체적인 코치진은 2017시즌 구성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이젠 롯데 선수가 된 민병헌(사진=엠스플뉴스)
이젠 롯데 선수가 된 민병헌(사진=엠스플뉴스)

반면 두산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다. ‘대혁명’이란 단어가 적합해 보일 정도로 과감하고 거침없다. 코칭스태프 구성부터 확 달라졌다. 한화로 자릴 옮긴 한용덕, 강인권, 전형도 코치의 공백을 코치 경험이 거의 없는 조인성, 조성환, 정재훈 등 젊은 코치들로 채웠다.

주력 선수 교체도 망설임이 없다. FA 자격을 얻은 외야수 민병헌은 롯데로 떠났다. 지난 시즌 우승 주역인 외국인 선수 3명과도 결별을 택했다.

선수단 정리도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과감하다. 두산은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최대성, 외야수 김도현을 영입했고 3라운드는 ‘패스’했다. 대신 투수 오현택과 박진우, 내야수 신민재, 외야수 이성곤 등 4명을 다른 팀에 보냈다.

보류선수 명단 구성에선 고원준, 김성배, 안규영, 이용호, 조승수, 진야곱, 홍영현, 정진철,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 등 11명을 제외했다. 두산의 보류선수는 총 50명으로, 넥센(45명) 다음으로 적은 숫자다.

KIA가 지키기를, 두산이 물갈이를 선택한 이유는?

수석코치에서 단장이 된 조계현. 올 겨울 KIA의 가장 파격적인 움직임이다(사진=엠스플뉴스)
수석코치에서 단장이 된 조계현. 올 겨울 KIA의 가장 파격적인 움직임이다(사진=엠스플뉴스)

KIA가 지키기를, 두산이 물갈이를 택한 데는 각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KIA는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전부터 막강한 팀 전력을 구축해 우승 후보로 꼽혔고, 예상 그대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이런 분위기에서 큰 폭의 변화나 모험을 추구하긴 쉽지 않다.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불펜과 내야 수비 약점을 보완하는 정도의 움직임만 보이는 이유다.

2009년 우승 직후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엔 시즌 전까지 KIA를 우승 전력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과 김상현 트레이드 영입, 1위 SK의 부상 문제가 겹치면서 KIA는 정규시즌을 1위로 마감했고 우승까지 거뒀다. 예상 밖의 성공에 KIA는 별다른 변화 없이 다음 해를 준비했고, 이후 급격한 하락세와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KIA는 이미 수년에 걸쳐 점진적인 선수단 개편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로 지금의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했고, 우승까지 거뒀다. 올해 KIA의 우승은 수년간의 준비를 통해 거둔 결실이다. 아직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실제 KIA는 내년 시즌뿐만 아니라 그 이후까지 바라보며 차분하게 준비하는 중이다. KIA 관계자는 “이범호의 뒤를 이을 3루수를 발굴해야 하고, 김선빈의 뒤를 받칠 내야수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별다른 외부 영입은 없지만, 대신 부상으로 이탈했던 윤석민의 복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윤석민이 제 모습을 찾는다면, FA 영입 못지않은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단 평가다.

3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김태형 감독(사진=엠스플뉴스)
3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김태형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반면 준우승팀 두산은 대규모 인적 쇄신의 길을 택했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강팀이 택하기 쉽지 않은 노선이다. 그러나 두산은 현재 전력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왔다는 판단 아래 대대적 변화를 시도했다.

두산의 이런 행보는 2013시즌 직후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두산은 삼성과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시리즈가 끝난 뒤 두산은 팀을 ‘갈아엎는’ 수준의 변화를 시도했다.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물갈이했다. FA 자격을 얻은 베테랑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과 과감하게 결별했다. 4번타자까지 맡았던 윤석민도 트레이드했다. 파격적 변화에 외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두산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결과적으로 두산의 선택은 성공으로 돌아왔다. 주축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빠져나가자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다소 정체됐던 팀 전력에 새로운 피가 돌았고, 기존 선수들에게는 긴장감과 위기의식이 생겼다. 이는 2년 뒤인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결과를 낳았다.

이번에도 두산은 기존 선수들의 활약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택했다. 올해 다소 활약이 아쉬웠던 외국인 선수들을 잡지 않았고, 주력 선수는 물론 성장이 정체된 젊은 선수까지 정리했다. 이는 그간 주전 멤버에 가려 있던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장 민병헌이 떠나면서, 퓨처스팀에 차고 넘치는 외야수 유망주들이 기회를 얻게 됐다.

큰 폭의 물갈이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도전자’의 자세로 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KIA 관계자도 “두산이 생각보다 훨씬 큰 폭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기존 선수를 보내고 젊은 선수로 대체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잘하고 있는 선수를 다른 선수로 대체했다가 실패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강한 확신과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야구단 운영에 전문성과 풍부한 노하우를 갖춘 두산이기에 가능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두산은 이미 이런 ‘혁명’으로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KIA는 2009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하위권으로 내려앉은 아픈 경험이 있다. 이번엔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두산 역시 올 시즌 빼앗긴 왕좌를 다시 찾아야 한다. 수성의 KIA와 변혁의 두산, 1‧2위 팀의 엇갈린 행보가 다음 시즌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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