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미팅 첫날 첫 테이프를 끊은 조 자누제브스키 텍사스 레인저스 전무이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윈터미팅 첫날 첫 테이프를 끊은 조 자누제브스키 텍사스 레인저스 전무이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양재]

겨울에 열리는 야구포럼, 2017 KBO 윈터미팅 첫날 일정이 성황리에 끝났다. 참석자들에게 다양한 고민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나누는 생산적인 시간을 제공했다.

올해 윈터미팅은 12월 1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 크리스탈 볼룸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 첫날인 이날은 각 부문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서는 리그 발전 포럼이 열렸다. 10개 구단 프런트를 비롯해 미디어와 야구 관계자, 사전 신청한 40명의 팬이 참석해 빈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관심도를 자랑했다.

올해 윈터미팅에서는 800만 관중을 넘어선 KBO리그가 이제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났다. 첫 발표자로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조 자누제브스키 전무이사를 선정한 것부터 이런 고민을 잘 보여준다.

자누제브스키 전무이사는 ‘MLB 구단의 수익 사업 운영과 경영 전략’이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대표적인 수익 창출 방법으로 입장 수입, 광고권, 중계권, 경기 외 행사가 언급됐다. 이 가운데 가장 전통적인 수익원은 입장 수입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 발전과 세대 변화로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새로운 수익원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단 점은 메이저리그와 KBO의 공통된 고민이다.

자누제브크시 전무이사는 젊은 세대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판매 방식을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또 메이저리그에선 통계분석가를 단순히 선수 분석에만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티켓 판매와 마케팅 등 사업에까지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새로운 팬층을 창출하기 위해 유소년 야구 아카데미를 세우고, 국제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메이저리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분명한 건 메이저리그가 현재의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연사로는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나섰다. 송 부사장은 빅데이터를 통한 트렌드 분석으로 KBO리그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송 부사장의 분석에 따르면 프로야구는 여전히 최고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이고, 젊은 세대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요소 -야구장 먹거리, 굿즈 등- 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각종 데이터는 프로야구를 향한 관심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개막전, 한국시리즈 등 ‘경기 자체’에 밀접한 이벤트가 이전만큼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건 야구계가 심각하게 생각해볼 대목이다.

송 부사장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분석을 통해, 현재 젊은 세대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제시했다. 야구를 4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는 열성 팬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야구팬은 야구장에서 셀카를 찍고, 맥주와 함께 먹거리를 즐기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원한다.

이런 트렌드에서 예전 사고방식으로 야구와 경기력만 강조해서는 새로운 팬을 창출할 수 없다. 구단들이 관성적으로 해오던 방식대로 팔고 싶은 것만 팔아서는 사람들이 야구장에 오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야구장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분석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팔라는 지적이다.

오후에는 행사장을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눠 4개의 세션이 진행됐다. 크리스탈 볼룸 B구역에서 열린 오후 첫번째 순서는 KBO 이종열 육성위원(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발제자로 나서 KBO리그의 전력 평준화 방안을 3명의 패널(이성훈 SBS기자, 김치현 넥센 국제전력팀장, 김형준 해설위원)과 토의했다.

이 위원은 전력평준화를 리그의 인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요인으로 바라봤다. 이어 현행 FA(자유계약선수) 제도, 외국인 선수 제도 등이 전력평준화 목적에 부합하는지 패널들과 의견을 나눴다.

이 토의에서는 현 KBO리그 제도의 한계와 개선 방안에 대해 여러 의견이 제시됐지만, 뚜렷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다만 FA 등급제 등의 문제점은 다음날(12일) 열리는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에는 이석재 MBC 스포츠플러스 센터장이 'KBO 리그와 구단, 방송사의 상생 방안’을 주제로 강연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센터장은 KBO리그의 인기가 중계방송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최근 뉴미디어 발달과 시청자층 이탈로 방송사가 맞이한 위기를 지적하고, 리그와 구단이 방송과 상생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리그나 구단 관계자 입장에서는 자세히 알기 힘든 방송사 입장에서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같은 시간 크리스탈 볼룸 A에선 벤 패터슨 지니어스 스포츠 런던 지사장이 ‘국내외 스포츠도박승부조작 현황 및 적발 시스템’을 주제로 다뤘고, 이어 차 의과대학의 홍정기 대학원장이 ‘유소년 야구 스마트 코칭 가이드’를 주제로 강연했다.

전체적으로 이날 윈터미팅은 현재 KBO리그의 가장 큰 현안과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앞으로 찾아올 프로야구 위기를 헤쳐나갈 대안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지방 구단 관계자는 “기분으로만 느끼던 프로야구 위기를 데이터를 통해 눈으로 보고 나니 피부로 더 와닿았다”며 “새로운 발상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돌아가서 팀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다”고 첫날 소감을 밝혔다.

윈터미팅은 12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다. 이튿날에는 KBO 사무국과 10개 구단의 프런트가 참가해 운영, 마케팅, 홍보, 관리, 재무, 육성, 기획, 스카우트 파트 등 각 부문별 세부 안건에 대해 비공개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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