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 그친 kt 위즈. 강훈련에도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던 kt가 올겨울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17시즌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 위즈가 올 겨울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2017시즌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 위즈가 올 겨울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t 위즈와 NC 다이노스. 같은 신생 야구단이지만, 두 구단이 창단 이후 걸어온 행보는 대조적이다.

NC는 2013년 1군 진입과 함께 9개 팀 가운데 7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창단 첫 승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분위기를 타자 만만찮은 경기력을 발휘했다.

2년 차 시즌엔 포스트시즌 진출 성과를 거뒀고, 이후 올해까지 내리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성공을 거뒀다. 나성범, 박민우 등 젊은 스타 플레이어도 대거 배출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던 KBO리그 마케팅과 팬서비스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반면 kt는 2015년 1군 진입 첫해 10개 팀 가운데 10위에 그쳤다. 창단 첫 승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첫 승 이후에도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다. 후반기 한결 나아진 경기력으로 2년 차 시즌을 기대하게 했지만, 이듬해에도 최종 순위는 10위였다. 감독 교체로 분위기를 바꾼 2017년까지 10위를 차지해,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다.

같은 신생 구단인데 NC는 강팀으로 자리매김했고 kt는 최약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이 두 팀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일까.

kt는 NC와 거의 똑같은 신생팀 혜택을 받았다. 창단 첫 2년간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4장의 우선 지명권을 사용했고, 1라운드 후 특별지명 찬스도 받았다. 1군 진입 첫 시즌을 앞두고는 20인 외 특별지명권도 행사했다. 물론 NC 창단 당시보다 기존 구단들의 협조가 다소 부족하긴 했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남들보다 훈련을 게을리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kt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훈련량을 자랑했다. 한 kt 선수는 “한화 선수들에게 ‘우리보다 훈련이 더 많은 팀은 너희뿐이다. 참 안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한화 이글스 감독은 김성근이었다.

만일 훈련량과 성적이 비례 관계라면, kt의 훈련량은 3년 연속 리그 1위를 하고도 남을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신경 써서 뽑은 신인 선수들의 성장도 다른 구단보다 한참 더뎠다. 신인 가운데 1군 주전으로 성장한 선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어쩌면 너무 ‘열심히’만 한 게 문제였는지 모른다. kt는 그야말로 ‘열심히’ 야구를 했지만 ‘잘’ 하지는 못했다. 어차피 신생 구단은 기존 구단보다 선수층이 부족하고 전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존 구단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기존 구단이 하지 않는 새로운 발상, 파격적 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이 면에서 NC는 남달랐다. NC는 대학 최고 좌완 에이스였던 나성범을 입단과 함께 타자로 전향시켰다. 진보적 통계분석기법을 선수 영입은 물론 경기 전략에도 활용했다. 그 결과 NC는 일찌감치 스타 만들기에 성공했다. 더 좋은 외국인 선수를 뽑을 수 있었고, 기존 팀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기존 KBO리그에서 하지 않던 색다른 발상으로 마케팅 분야에서도 형님 구단들을 이끌어 나갔다.

kt라고 창단 이후 전혀 색다른 시도를 안 했던 건 아니다. kt는 2015시즌 중반 이후 외국인 타자 2명을 기용하는 파격적 선택을 했다. 신생팀은 투수력이 약하니까 외국인 투수 2명을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댄블랙-마르테 쌍포가 폭발한 kt는 매 경기 대량득점에 성공하며 재미있는 야구를 펼쳤다. 블랙이 합류한 6월 4일 이후 kt는 41승 1무 48패로 해당 기간 6위(0.461)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다. 팀 득점은 480점으로 해당 기간 5위를 기록했다.

팬서비스 영역에서도 남다른 발상으로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 워터페스티벌은 한국프로야구 팬서비스 역사에 새 장을 연 이벤트다. SK 와이번스와 콜라보한 ‘더블유매치’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 IT 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구단답게 모바일 활용 면에서도 성과를 내 왔던 kt다.

이지풍 코치 영입, 달라질 kt의 2018년

kt는 리그에서 가장 훈련량이 많은 팀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kt는 리그에서 가장 훈련량이 많은 팀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지난 3년간 kt는 충분히 바닥을 쳤다. 기존 구단과 똑같이 해서는, 단지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론 부족하단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 그래서일까. 올겨울 kt가 보이는 움직임은 이전과 비교해 한결 과감하고, 도전적이다. 작은 손실이 두려워서 꼭 필요한 변화를 취하지 못했던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달라진 kt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예는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 영입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이번 오프시즌 kt의 가장 큰 외부영입은 황재균이 아니라 이 코치 영입"이라고 했다. 이전까지 kt엔 별도의 트레이닝 코치가 없었다. 트레이닝 파트에 대한 구단의 관심이 크지 않았고, 트레이닝 파트의 권한도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이지풍 코치의 철학은 확고하다.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체중과 근육량을 늘리고,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훈련을 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그간 kt가 해온 ‘열심히’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기존 지도자들이 고수한 ‘고정관념’과는 정반대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kt 선수들은 늘 강훈련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막상 경기 때는 항상 지친 상태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시즌 후반이 되면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과도한 훈련은 정작 경기 때 필요한 힘을 쓰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충분한 휴식이 없으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kt는 다른 구단에 비해 이상할 만큼 투수진의 어깨 부상이 많은 구단이기도 했다.

‘이지풍 효과’를 보려면 kt가 그간 해온 ‘열심히’ 중심의 야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훈련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행인 건 팀의 수장인 김진욱 감독이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단 점이다. 김 감독은 방송 해설위원 시절부터 통계분석이나 최신 이론을 열심히 공부하는 지도자로 알려졌다. 강훈련을 강조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kt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부 계약 기간이 남은 코치들을 내보낸 것도, 감독의 철학과 코치들의 생각에 다소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이지풍 코치는 kt 합류 이후 “김진욱 감독의 야구관이 나와 잘 맞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김 감독도 전폭적인 지원을 시사했다. 이 코치는 넥센 시절 염경엽 감독(현 SK 단장)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넥센을 ‘홈런 군단’으로 만드는데 기여한 바 있다.

이 코치의 합류는 kt의 젊은 선수와 신인 선수들이 빠르게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kt는 해마다 드래프트에서 상위권 지명권을 행사했지만, 정작 입단 뒤 성공을 거둔 선수는 많지 않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생소하던 시절엔 아마추어 선수나 프로 선수나 신체 능력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갓 고교를 졸업한 선수가 프로 선수를 압도하는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프로 선수들이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리면서, 아마추어 선수들보다 월등한 신체적 조건을 갖추게 됐다. 이는 바꿔 생각하면, 아마추어 선수도 입단 전에 착실하게 몸을 만들고 준비를 갖추면 프로에 빠르게 적응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그동안 넥센에서 유독 갓 입단한 신인 선수들이 빠르게 1군에서 활약한 이유와 통한다.

kt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겨울 kt에선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몸만들기 경쟁이 한창이다. 유한준, 황재균, 윤석민 등 넥센 출신 선수들이 많아서인지 이 코치 방식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도 두텁다. 엄상백 등 재능에 비해 성장 속도가 다소 아쉬웠던 선수들이 일제히 ‘벌크업’을 목표로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강백호를 비롯한 2018 신인 선수들도 트레이너들이 짠 프로그램에 맞춰 개인 훈련을 하며 팀 합류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시즌 이들이 다음 시즌 얼마나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날지 벌써 기대를 모은다. 만약 강백호 등 신인들이 빠르게 성장해 1군 무대에서 활약한다면, 내년 시즌 kt는 더 강해질 게 분명하다.

이지풍 코치 합류는 kt 야구에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3년의 실패 끝에 kt는 마침내 ‘열심히’ 일변도를 벗어났다. 익숙하고 안전한 길만, 그래서 결과가 뻔한 길만 찾던 태도를 바꿨다. 더 ‘잘’ 하는 방법을, 보다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생팀다운 도전을 시작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중요한 건 kt가 앞으로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서 이어가는 것이다. 아직 kt는 젊은 구단이다. 기존 구단들이 하지 못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남들이 안 하는 파격적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 기존 구단들의 벽을 넘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확 달라진 kt가 2018시즌 어떤 야구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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