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유희관이 팀 동료 더스틴 니퍼트와 갑작스러운 이별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니퍼트와의 소중한 추억을 하나씩 꺼낸 유희관은 애틋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두산 유희관이 2015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더스틴 니퍼트와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두산)
두산 유희관이 2015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더스틴 니퍼트와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두산)

[엠스플뉴스]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에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12월 11일 저녁 두산 베어스 투수 유희관은 침대에 누운 뒤 한 선수와의 추억에 잠겼다. 바로 그날 오전 두산과 이별이 확정된 더스틴 니퍼트였다.

두산은 11일 새 외국인 투수로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조쉬 린드블럼을 영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존 외국인 선수였던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과의 이별을 택한 두산은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라는 새 외국인 투수 듀오를 내년 시즌 선보인다.

무엇보다 니퍼트와의 이별은 충격적이었다. 2011년 KBO리그에 데뷔한 니퍼트는 ‘장수 효자’ 외국인 선수의 표본과도 같았다. 7년간 KBO리그에 남긴 니퍼트의 통산 기록은 185경기(1115.2이닝) 등판 94승 43패 1홀드 평균자책 3.48 917탈삼진이다. 올 시즌 니퍼트는 30경기(179.2이닝) 등판 14승 8패 평균자책 4.06 161탈삼진으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두산은 나이와 구위 저하 등을 고려해 니퍼트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 계약 규정상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재계약 의사를 통보하면 선수의 해당연도 계약 보너스와 연봉을 합친 총액의 최소 75%를 지급해야 한다. 두산 입장에선 니퍼트의 올 시즌 연봉 210만 달러 가운데 75%인 157만 5,000달러 이상을 주지 않겠단 뜻이었다.

결국, 린드블럼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고른 두산이었다. 니퍼트는 7년간 뛴 두산과 뜻하지 않은 이별을 겪었다. KBO리그 재취업을 추진하지만, 국내 다른 팀 이적도 여의치 않은 니퍼트의 상황이다.

유희관이 떠올린 니퍼트와의 추억 보따리

2017 모두투어배 프로야구선수 골프 in 괌에 3년 연속으로 참가한 유희관(사진=엠스플뉴스)
2017 모두투어배 프로야구선수 골프 in 괌에 3년 연속으로 참가한 유희관(사진=엠스플뉴스)

유희관은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괌 현지에서 열리는 ‘2017 모두투어배 프로야구선수 골프 in 괌’에 참가하고 있다. 수익금 전액이 유소년 야구 발전 기금으로 기부되는 좋은 취지에 공감한 유희관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연속으로 대회에 나섰다. 유희관은 “평소 골프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좋은 취지의 대회라 3년 연속으로 나오게 됐다. 투수로서 매일 던지기만 하다가 공을 치니까 더 재밌게 느껴진다”며 웃음 지었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하는 유희관의 얼굴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11일 프로암 대회를 앞두고 나온 두산과 니퍼트의 재계약 불발 소식 때문이었다. 유희관은 “그날 오전 발표가 나고 니퍼트와의 이별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더라. 그날 밤 침대에 누우니 니퍼트 생각이 많이 났다. 아쉬운 마음에 개인 SNS에 니퍼트와 관련한 글도 올렸다”며 니퍼트와 이별이 안 믿어진단 표정을 지었다.

먼저 떠오른 니퍼트와 관련한 유희관의 추억은 자신의 첫 선발 등판 경기였다. 유희관은 2013년 5월 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담 증세로 빠진 니퍼트의 빈자리를 메우는 임시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선발 데뷔전에서 유희관은 5.2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프로 첫 승을 올렸다.

“4년 전 니퍼트가 담 증세로 빠지면서 내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그 등판을 계기로 내가 선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니퍼트에게 ‘네 덕분에 내가 선발 투수를 계속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니퍼트는 ‘아니다. 네가 잘해서 기회를 잡은 거다’라고 답하더라. 어떻게 보면 나에겐 은인인 선수가 니퍼트다.” 유희관의 말이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5차전의 추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당시 5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한 유희관은 6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뒤 불펜으로 등판하는 니퍼트에게 공을 넘겼다. 유희관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날이라 더 뜻깊은 추억 같다. 니퍼트라는 훌륭한 투수와 함께 던졌단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엔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함께 최고의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유희관은 “니퍼트와 함께했기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또 ‘판타스틱4’라는 과분한 별명이 나에게 붙여지기도 했다. 니퍼트는 두산의 에이스이자 ‘판타스틱4’의 리더였다. 외국인 투수가 아닌 한국 선수가 떠난 느낌”이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From. 유희관 To. 니퍼트 “같이 야구해서 행복했고, 많이 고생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를 더는 볼 수 없을까(사진=엠스플뉴스)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를 더는 볼 수 없을까(사진=엠스플뉴스)

유희관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은 니퍼트의 한 마디도 있다. 두산이라는 팀과 팀 동료들을 생각하는 니퍼트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는 추억이다.

“지난해 전반기가 끝나고 팀 회식을 하는데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그냥 밥만 먹고 집에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니퍼트는 선수들에게 ‘여기서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우승한 뒤 더 기분 좋게 마시자’고 얘기하더라.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이어서 니퍼트가 ‘꼭 대리운전을 불러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니퍼트가 팀 동료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는 그 한 마디에 담겨 있다.”

평소 두산에서 꼭 은퇴하고 싶단 뜻을 밝힌 니퍼트기에 유희관의 아쉬움은 더 커 보였다. 게다가 6승만 더한다면 외국인 최초 100승 고지에 오를 수 있는 니퍼트다.

유희관은 “니퍼트가 ‘팀 동료들과 함께 야구하는 게 너무 좋다. 두산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얘길 종종 했다. 100승이라는 대기록 달성도 눈앞에 있기에 아쉬울 것 같다.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 보질 못 했는데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해야겠다. 같이 야구해서 정말 행복했고, 많이 고생했단 얘길 니퍼트에게 전하고 싶다”며 고갤 끄덕였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별 뒤엔 만남이 있다. 유희관은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라는 새로운 팀 동료들과 함께 선발진 반등을 이끌어야 한다. 유희관은 “친화력을 발휘해 새 외국인 투수들이 팀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겠다. 올 시즌 잘 던진 함덕주도 있기에 내년 시즌 우리 팀 선발진 활약이 기대된다. 이번 준우승이 오히려 두산이 강해질 계기가 될 수 있다. 재정비해서 내년에 꼭 우승컵을 되찾아오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