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kt 위즈에게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남의 집 잔치인가. kt는 창단 후 아직 '정식'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kt 골든글러브 잔혹사를 끊을 열쇠는 '팀 성적 상승'밖엔 없다는 지적이다.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페어플레이상을 차지한 유한준. 2015년 황금장갑을 손에 넣은 유한준은 kt 창단 첫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당시 그의 수상은 넥센 히어로즈에서 거둔 성적 덕분이었다(사진=KBO)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페어플레이상을 차지한 유한준. 2015년 황금장갑을 손에 넣은 유한준은 kt 창단 첫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당시 그의 수상은 넥센 히어로즈에서 거둔 성적 덕분이었다(사진=KBO)

[엠스플뉴스]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마법사에게 허락된 황금 장갑은 없었다.

12월 13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3년 연속 꼴찌’ kt 위즈는 2016년에 이어 올해도 수상자를 배출하는데 실패했다.

올 시즌 kt엔 골든글러브에 근접한 선수가 아예 없었다. 평균자책 1위(3.04)에 오른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그나마 ‘투수 부문 후보’ 정도로 꼽혔을 뿐이다. 결과는 올 시즌 20승 투수 반열에 오른 양현종의 '90.5% 몰표' 수상이었다.

결국, kt는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빈손으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골든글러브 배출이 의미하는 것

kt가 골든글러브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해선, 더 많은 승리의 하이파이브가 필요하다(사진=kt)
kt가 골든글러브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해선, 더 많은 승리의 하이파이브가 필요하다(사진=kt)

2015년 황금장갑을 품에 안은 유한준은 kt 창단 첫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해 유한준은 타율 0.362/ OPS(출루율+장타율) 1.009/ 23홈런/ 116타점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여기서 주목할 건 kt 창단 첫 골든글러브 주인공인 유한준이 2015시즌 kt 소속으로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유한준은 2015년 11월 29일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통해 kt로 이적했고, 12월 8일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전적으로 넥센에서 거둔 성과를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단 뜻이다. 이렇게 본다면 사실상 kt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3년 연속 ‘무관’에 그친 셈이다.

'3년 연속 무관'은 프로야구사(史)를 살펴봤을 때 역대 신생팀 가운데 가장 긴 무관의 세월이다. 1986년 창단한 빙그레 이글스(한화의 전신)는 3시즌 만인 1988년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했다. 유격수 부문의 장종훈이었다.

1990년 창단해 1991년부터 1군에서 뛴 쌍방울은 1군 진입 2년 만인 1992년 '지명타자 김기태'가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되는 감격을 만끽했다. 2011년 창단해 2013년부터 1군에서 터를 잡은 NC 다이노스 역시 2년 만인 2014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나성범이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뽑히는 경사를 누렸다.

세 선수는 유한준과 달리 성적을 거둘 때 입은 유니폼과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을 때의 유니폼이 똑같았다.

kt 프랜차이즈 출신의 골든글러브 수상자 배출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이유는 간명하다. 골든글러브 수상자 배출이 곧 'kt 간판스타'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종훈, 김기태, 나성범은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된 이후 팀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우뚝 섰고, 마침내 '전국구 스타'가 됐다.

하지만, kt는 아직 세 선수와 비교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탄생시키지 못했다. kt도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보면서 '골든글러브 수상자 배출'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명확하게 인식했을 것이다. 내년엔 kt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이 되길 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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