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교급 투수’로 주목받으며 NC에 입단했던 ‘6억팔’ 윤형배가 윤호솔이란 새 이름으로 돌아왔다.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보낸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윤호솔의 근황을 들어봤다.

이제는 윤형배가 아니라 윤호솔로 불러주세요(사진=NC)
이제는 윤형배가 아니라 윤호솔로 불러주세요(사진=NC)

[엠스플뉴스]

12월 15일 이태일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의 이임식 행사엔 구단 직원과 코치진은 물론 마산에 거주하는 선수들도 참석했다.

자리에 앉은 선수들 가운데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2012년 청소년대표팀 에이스로 이름을 날리고, ‘6억팔’로 주목받았던 유망주 투수다.

예전 같으면 ‘윤형배’라고 불렀겠지만, 이제는 ‘윤호솔’이라 불러야 한다. 못 본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군데군데 여드름 자국이 있던 얼굴은 매끈해졌고, 호리호리했던 몸엔 탄탄한 근육이 붙었다. 하지만 환한 미소와 총기로 빛나는 눈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6억팔’ 윤호솔, 왜 1군에서 볼 수 없었나

영광의 순간. 윤호솔에게는 아직 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사진=NC)
영광의 순간. 윤호솔에게는 아직 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사진=NC)

윤호솔은 NC가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우선지명으로 가장 먼저 이름을 부른 투수다. 천안북일고 시절 조상우(대전고)와 함께 고교 최고 투수로 이름을 날렸고,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당시 일본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와 비교되는가 하면,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의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다.

150km/h를 넘나드는 빠른 볼의 위력, 다양한 구종, 강한 승부 근성, 위기에서 보여주는 대담성을 한 몸에 갖춘 윤호솔은 누구나 인정하는 초고교급 투수였다. 그런 윤호솔을 NC는 창단 이래 최고액인 6억 원의 계약금을 주고 유니폼을 입혔다.

하지만 고교 무대를 평정한 윤호솔의 강속구를 프로 무대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입단 첫해인 2013년, 윤호솔은 어깨 통증으로 피칭을 하지 못하다 6월 이후가 돼서야 퓨처스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이듬해인 2014년도 부상이 잇따랐다.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시즌 초반 재활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시즌 종료를 앞둔 9월 뒤늦게 1군의 부름을 받고 4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 전에서 프로 데뷔 첫 1군 등판 기회를 받았다.

이날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박병호에게 홈런 두 방을 얻어맞은 윤호솔은 3이닝 3피홈런 5실점으로 생애 첫 1군 등판을 마쳤다. 물론 데뷔전의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도 넥센 강타자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는 윤호솔의 피칭을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윤호솔은 시즌 뒤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그러나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귀국했고, 정밀검진 결과 오른 팔꿈치 인대가 90% 이상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윤호솔은 입단 2년 만에 토미존(팔꿈치 내측측부인대 재건) 수술대에 올랐다. 이 수술로 병무청 신체검사에서도 4급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 3월부터 아산시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새 이름 ‘호솔’, 재물과 성취 이룬다는 좋은 뜻 담았죠”

북일고 시절 윤호솔. 초고교급 투수로 고교 마운드를 호령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북일고 시절 윤호솔. 초고교급 투수로 고교 마운드를 호령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년간 군 복무를 마친 윤호솔은 올해 3월 전역과 함께 이름도 바꿨다. 종전의 윤형배에서 윤호솔(尹豪率)로 이름을 바꾸고 KBO 선수 등록을 새롭게 했다.

“원래부터 바꾸려고 했던 이름이에요. 철학관에서 지어준 이름인데 재물을 끌어모으고, 하고 싶은 일을 이룬다는 좋은 뜻을 담았죠.”

윤호솔의 ‘豪’는 호걸, 귀인, 사치, 우두머리, 뛰어나다, 빼어나다, 기운이나 세력이 성하다 등 온갖 좋은 뜻은 다 눌러 담은 글자다. ‘率’ 또한 거느리다, 따르다, 소탈하다, 꾸밈없다, 우두머리 등의 의미를 담아 앞의 ‘호’ 자와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KBO리그 역사에 딱 하나밖에 없는 이름이다.

그러나 금방 이름대로 많은 것이 이뤄지진 않았다. 첫 수술 당시 윤호솔은 팔꿈치 인대 손상 정도가 워낙 심했다. 게다가 수술 직후 군에 입대해, 팀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홀로 재활 훈련을 수행해야 했다. 이 때문에 팔꿈치 재활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역 후 재활군에 합류해 훈련하던 윤호솔은 팔꿈치 통증이 계속되자 결국 9월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같은 부위를 다시 수술했고, 이후 길고 고된 재활 훈련의 페이지 초반을 하나씩 다시 넘기는 중이다. 윤호솔의 이름을 마무리 훈련 명단에서 볼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번 통과한 긴 터널을 다시 처음부터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윤호솔의 표정은 밝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수술이 잘 끝났어요. 몸 상태는 점점 좋아지는 중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보다 팔꿈치 상태가 훨씬 좋습니다.”

NC 육성파트 관계자는 “다시 수술받고 재활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호솔이가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힘든 재활 훈련도 성실하게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혼자 재활해야 했던 군 복무 당시와 달리, 이제는 재활군에서 체계적으로 복귀 준비를 할 수 있단 것도 반가운 일이다. 윤호솔은 “일단 재활군에 합류해 재활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라며 “언제쯤 다시 공을 잡을지는 미정이다. 이번엔 완벽하게 재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C는 윤호솔의 마운드 복귀를 내년 시즌 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비록 먼 길을 굽이굽이 돌아오긴 했지만, 윤호솔은 아직 스물세 살 청년이다. 또래 선수들보다 일찌감치 군 복무도 마쳤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입단 당시 쏟아진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줄 기회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남아 있다. 새롭게 펼쳐질 윤호솔의 앞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자.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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