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안정 대신 변화로 선발진 재정비에 나섰다.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로 외국인 투수 조합을 싹 뒤엎은 두산이다. 뉴 판타스틱5의 두산 선발진은 2018시즌 3년 연속 선발 800이닝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전망이다.

이제 롯데가 아닌 두산의 에이스가 돼야 할 린드블럼(사진=롯데)
이제 롯데가 아닌 두산의 에이스가 돼야 할 린드블럼(사진=롯데)

[엠스플뉴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한 대기업 CEO의 유명한 어록이다. 두산 베어스도 이 어록처럼 안정 대신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외국인 선수 전원 교체라는 강수를 둔 두산이다.
두산은 올 시즌 종료 뒤 기존 외국인 선수인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닉 에반스와 이별했다. 대신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지미 파레디스라는 새 얼굴을 맞이한 두산이다. 특히 2011시즌부터 7년을 넘게 함께한 니퍼트와의 이별은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2010년대 두산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선수인 데다 많은 두산 팬의 사랑을 받은 니퍼트였기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외국인 투수 교체는 시즌 중간부터 고심해온 사안이었다. 보우덴도 그랬지만, 오랜 기간 함께 한 니퍼트와의 이별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래도 지금 시점이 우리 팀에 과감한 변화를 줄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린드블럼·후랭코프, 건강과 젊음을 택한 두산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니퍼트와 보우덴을 떠나보내기로 한 결정의 배경엔 ‘건강’과 ‘젊음’이 있었다. 먼저 올 시즌 초 어깨 부상을 두 차례 겪으면서 전반기를 대부분 재활로 보낸 보우덴의 내구성엔 의문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보우덴은 속구 구위와 제구력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떨어진단 팀 내 평가를 많이 받았다.
시즌 막판 보우덴과의 이별을 결정한 두산은 일찌감치 새 외국인 투수 물색에 나섰다. 그리고 12월 10일 미국 출신의 29세 우완 투수 세스 후랭코프와 총액 85만 달러(계약금 10만·연봉 75만)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장 195cm·체중 90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후랭코프는 2010년 오클랜드의 27라운드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를 거쳐 2017년 9월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한 후랭코프는 140km/h 중후반대의 속구를 비롯해 싱커·커터·커브·체인지업 등을 구사한다. 마이너리그 통산 땅볼·뜬공 비율은 1.40으로 땅볼 유도에도 능한 후랭코프기에 탄탄한 내야 수비가 장점인 두산과의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후랭코프의 어깨 상태가 비교적 싱싱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 후랭코프는 한 시즌 100이닝을 넘긴 해가 단 두 번(2017년 116.2이닝·2012년 104.1이닝)이다. 마이너리그 총 266경기 등판 가운데 선발 등판은 70경기로 2011시즌(19경기 선발) 이후 선발 풀타임 시즌을 보낸 건 올 시즌(21경기 선발)이 처음이다.
한국나이로 37세인 니퍼트의 노쇠화도 두산의 고민거리였다. 니퍼트는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구위와 제구력이 떨어졌다. 평균자책(3.41->4.99)·피홈런(7홈런->13홈런)·WHIP(1.32->1.53)·피안타율(0.246->0.272) 등 니퍼트의 대다수 지표에서 전반기보다 후반기 기록이 안 좋았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니퍼트를 제외하는 강수를 둔 두산은 큰 폭의 연봉 삭감을 기조로 니퍼트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연봉 재계약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니퍼트와의 연봉 재협상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고민에 빠진 두산을 향해 다가온 선수는 린드블럼이었다. 롯데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린드블럼은 12월 1일 곧바로 에이전트를 통해 두산에 영입 의사가 있는지 타진했다. 두산은 1987년생으로 나이가 비교적 젊고, KBO리그 검증이 된 린드블럼에게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약 일주일간의 협상 뒤 린드블럼의 새 보금자리는 두산으로 결정됐다. 두산은 11일 린드블럼과 총액 145만 달러에 계약 도장을 찍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산은 2015시즌(210이닝)·2016시즌(177.1이닝)에 보여준 린드블럼의 ‘이닝 이터’ 능력이 재현되길 기대한다. KBO리그에서 다소 높았던 린드블럼의 피홈런 수치(경기당 0.89개)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뉴 판타스틱5’ 두산이 꿈꾸는 3년 연속 선발 800이닝

3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소화한 유희관은 뉴 판타스틱5 구축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3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소화한 유희관은 뉴 판타스틱5 구축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라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 조합을 갖춘 두산은 ‘판타스틱4’라는 별명이 붙게 만든 선발 왕국 이미지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이를 위해선 3년 연속 선발 800이닝이라는 목표를 세워야 하는 두산이다.
두산 선발진의 한 축인 유희관은 “선발 투수의 최고 미덕은 꾸준한 로테이션 소화와 투구이닝이라고 본다. 그래서 2년 연속 180이닝 이상 소화라는 내 기록이 만족스럽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라는 새 얼굴이 우리 팀에 빨리 녹아들도록 나부터 나서서 잘 돕겠다. 올 시즌 크게 성장한 함덕주까지 생각하면 내년 우리 팀 선발진이 2016년 판타스틱4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친 것으로 기대된다”고 힘줘 말했다.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5년부터 강력한 선발 야구를 의미하는 수치는 ‘800이닝’이다. 2015년 정규시즌 우승팀인 삼성 라이온즈는 선발 850이닝을 기록했다. 그해 KBO리그 최초 선발 800이닝 팀으로 리그 팀 선발 투구이닝 1위에 올라선 삼성이었다.
‘판타스틱4’가 만들어진 2016시즌 두산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은 그해 유일한 선발 800이닝 팀으로 선발 822이닝을 기록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꼽은 2016시즌 압도적인 통합 우승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바로 선발진의 안정적인 로테이션 소화였다. 2016시즌 두산 팀 선발진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무려 20.12였다.
올 시즌에도 두산은 선발 801이닝으로 리그 팀 선발 투구이닝 3위에 올랐다. 이 부문 1위는 LG 트윈스(824이닝), 2위는 KIA 타이거즈(818.1이닝)였다. 이 가운데 KIA와 두산은 정규시즌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하면서 선발 야구의 단단함을 보여줬다.
2018시즌에서 두산은 3년 연속 선발 800이닝이란 대기록을 노린다. 앞선 기록처럼 한 시즌 선발 800이닝은 곧 144경기 체제 정규시즌 우승의 필수 조건과도 같다. 더욱 젊고 건강한 장원준·린드블럼·유희관·후랭코프·함덕주로 이어지는 ‘뉴 판타스틱5’가 또 다른 선발 야구의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분위기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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