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디오판독 센터 도입 원년인 2017년, 판정 번복률이 가장 높은 심판과 가장 낮은 심판은 누구였을까. 엠스플뉴스가 야구통계사인 '스탯티즈'와 함께 비디오판독 결과를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다.

비디오판독 중인 KBO 심판진(사진=엠스플뉴스)
비디오판독 중인 KBO 심판진(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비디오판독 최다 신청 심판, '39회'의 오훈규

- 판독에 의한 번복률 1위, 문동균.

26번의 판독 요청 중 반복 13번. 번복률 무려 50%

- 문승훈 심판은 25번의 판독 신청 가운데 4번만 번복돼

2017년은 KBO리그 비디오판독 제도의 원년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014년 후반기부터 심판합의판정을 실시하다 2017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건물에 비디오판독 센터를 만들어 비디오판독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도입 첫해 비디오판독 제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방송사 중계화면에는 뻔히 보이는 판정이 전혀 엉뚱한 결과로 나오기도 했고, 판독에 지나치게 긴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비디오판독 센터 도입 과정의 여러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KBO는 내년부터 판독센터를 KBO 사무국 내부로 옮겨 운영할 예정이다.

문제가 많았던 비디오판독 시스템이지만, 비디오판독을 통해 사람의 눈으로 미처 볼 수 없는 영역까지 분간할 수 있게 된 건 분명하다. 실제 비디오 판독 시행 이후 어이없는 오심이 정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 억울하게 질 뻔한 팀이 승리를 가져간 경기도 여러 차례 있었다.

무엇보다 심판진이 더 눈을 크게 뜨고 주의 깊게 판정하는 자극제가 됐다는 건 비디오판독이 가져온 순기능이다.

그렇다면 2017시즌 비디오 판독 결과를 통해 KBO리그 심판진의 실력을 가려보는 것은 어떨까. 감독들은 어떤 심판의 판정에 가장 자주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을까. 또 비디오판독 신청이 가장 적었던 심판은 누구일까. 원심 유지 확률이 가장 높았던 심판과 번복률이 가장 높은 심판은 누구였을까.

최다 신청은 오훈규 심판, 최소 신청은 김익수 심판

비디오판독 결과를 기다리는 심판위원(사진=엠스플뉴스)
비디오판독 결과를 기다리는 심판위원(사진=엠스플뉴스)

2017시즌 비디오판독 최다 신청 심판은 오훈규 심판위원이다. 심판 경력 16년 차의 오 심판위원은 총 39차례 비디오판독 신청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윤태수 심판이 35차례, 강광회 심판이 34차례, 추평호-황인태 심판이 32차례로 뒤를 이었다.

반면 비디오 판독 신청이 가장 적었던 심판은 2차례에 그친 구명환-장준영 심판이다. 그러나 두 심판의 출전 경기가 적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그 뒤로 김익수(6차례), 이용혁(11차례), 이민호(13차례), 정종수-우효동(16차례) 심판위원이 적은 횟수를 기록했다.

비디오판독 최다신청, 최소신청 심판 명단(통계=스탯티즈)
비디오판독 최다신청, 최소신청 심판 명단(통계=스탯티즈)

흔히 비디오 판독 신청 횟수가 많으면, 그 심판의 판정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오훈규 심판은 39차례 가운데 13차례 번복, 26차례 유지로 번복률이 33.3%였다. 이는 리그 평균 번복률인 31.2%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어 윤태수 심판 25.7%, 강광회 심판 26.5%로 대체로 리그 평균보다 낮은 번복률을 기록했다. 비디오 판독은 벤치에서 번복 가능성이 낮은 줄 알면서 일부러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또 선수가 자신의 감만 믿고 신청했다가 원심이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 비디오 판독 신청이 많다고 반드시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50% 번복률 남긴 문동균 심판, 16% 번복에 그친 문승훈 심판

한 심판위원이 비디오판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한 심판위원이 비디오판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다음으로는 가장 번복률이 높았던 심판과 낮았던 심판을 살펴볼 차례다.

번복률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심판은 심판 경력 13년 차의 문동균 심판위원이다. 문 심판위원은 26차례 비디오 판독 신청 중에 13번이 번복되어 50%의 높은 번복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원심유지된 판정 하나는 비디오판독 오심으로 결론 난 사례다. 50%, 거의 동전 던지기 수준의 번복률을 남긴 문 심판이다.

이어 원현식(48.15%) 박기택(41.67%) 김병주(40.74%) 박근영(38.89%) 배병두(38.89%) 심판위원이 리그 평균(31.2%)보다 훨씬 높은 번복률을 기록했다. 구명환 심판도 2차례 판독 중에 1번 번복으로 50%를 기록하긴 했다. 그러나 표본이 적어 여기서는 제외했다.

반대로 비디오 판독 결과 대부분 원심이 유지된 심판도 있다. '영광의 1위'는 심판경력 25년 차 문승훈 심판위원으로 문 위원은 25번의 비디오 판독 가운데 4번만 번복돼 16%의 낮은 번복률을 남겼다.

이어 김익수(16.67%), 이영재(19.35%) 나광남(20%) 김정국(21.05%) 심판이 리그 평균보다 훨씬 낮은 번복률을 기록했다.

2017시즌 KBO 심판진 비디오판독 번복률 랭킹(통계=스탯티즈)
2017시즌 KBO 심판진 비디오판독 번복률 랭킹(통계=스탯티즈)

물론 비디오 판독 번복률이 심판의 자질을 전부 보여주는 기록이라 할 순 없다. 비디오 판독은 대개 인간의 눈으로 분간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을 대상으로 한다. 누가 봐도 뻔한 상황이 판독 대상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 심판의 자질 가운데는 정확한 스트라이크 판정, 매끄러운 경기 운영도 포함된다.

그러나 일부 심판의 비디오 판독 번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건 분명 심판위원회가 심각하게 생각해볼 대목이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2018시즌 심판진 개혁을 선언했다. 현장 지도자 사이에선 일부 자질미달 심판이 실력과는 무관하게 계속 1군 경기에 출전하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비디오판독뿐만 아니라 스트라이크 판정도 데이터를 통해 정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데이터가 뛰어난 심판과 그렇지 못한 심판을 가려내고, 심판진의 판정 정확도를 높이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길 바란다.

통계=스탯티즈(www.statiz.co.kr)

*비디오판독 오심은 7월 이후부터 체크했으며, 명백한 비디오판독 오심만을 대상으로 표시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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