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안방이 절로 생각나는 올겨울이다. KBO리그 10개 구단의 안방은 얼마나 따뜻한 상황인지 짚어봤다.

강민호를 영입한 삼성은 안방 걱정 없는 올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사진=엠스플뉴스)
강민호를 영입한 삼성은 안방 걱정 없는 올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옷깃을 더 여미게 되는 한기가 심해지는 시기다. ‘집 밖은 위험해’라는 말처럼 따뜻한 안방에서 이불을 덮고 있는 게 지상 낙원이다.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한 안방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KBO리그 10개 팀의 안방도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까. ‘안방마님’인 포수가 든든해야 희망찬 새봄이 다가올 수 있다. 큰 경기에서 점점 존재감이 커지는 포지션이 바로 포수다. 공·수가 다 준수한 대형 포수 한 명을 보유하는 건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올 시즌 10개 팀의 포수진도 시즌 전 예상과는 매우 달랐다. 트레이드, 부상, 부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포수 기용 구도의 변화를 일으켰다. 시즌 종료 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FA(자유계약선수) 이적과 입대 등으로 2018시즌 각 팀의 포수 경쟁 구도가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팀들의 올 시즌 안방 분위기가 어땠는지 돌이켜보고,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안방이 될지 짚어봤다.
‘이불 없어도 돼’ 두산·삼성·KIA

2018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하는 양의지(사진=엠스플뉴스)
2018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하는 양의지(사진=엠스플뉴스)

이불이 없어도 땀이 뻘뻘 난다. 추위가 점점 거세지는 겨울 동안 안방 걱정이 없는 팀들이 있다. 바로 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KIA 타이거즈다.
먼저 두산은 올 시즌 양의지·박세혁의 안방마님 체제로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포수진을 자랑했다. 특히 박세혁은 양의지의 시즌 중반 사구 골절상으로 생긴 공백 때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는 활약으로 주목받았다.
양의지·박세혁의 조합이 가장 무서운 점은 공·수를 모두 겸비했단 것이다. 양의지(타율 0.277 96안타 14홈런 67타점)와 박세혁(타율 0.284 57안타 5홈런 26타점)은 올 시즌 리그 포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부문에서 각각 2위(3.04)와 4위(1.19)에 올랐다. 2018시즌에서도 두산의 안방은 걱정이 없다. 양의지는 예비 FA라는 동기부여가 있고, 박세혁은 자신의 가치를 더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삼성은 올겨울 가장 파격적인 FA 영입의 주인공이 됐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상징과도 같았던 포수 강민호를 4년 총액 80억 원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강민호의 영입으로 삼성은 안방 걱정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올 시즌 뛰어난 방망이를 자랑한 강민호(타율 0.285 130안타 22홈런 68타점)라는 리그 최고의 포수가 삼성의 품에 안겼다.
‘삼민호’을 보유하게 된 삼성은 안방 걱정 없는 겨울을 보낸다. 강민호의 영입으로 백업 포수 경쟁도 펼쳐진다. 올 시즌 1군 출전 경험(60경기)을 많이 쌓은 권정웅과 더불어 잠시 주춤한 이지영이 강민호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길 원하는 삼성이다. 올 시즌 리그 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20홈런을 넘긴 강민호의 장타력(장타율 0.482)이 홈런 공장 ‘라팍’에서 어떻게 작용할 지도 관건이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의 2017년은 트레이드 대박이 터진 해로 기억될 듯싶다. SK 와이번스에서 데려온 포수 김민식은 말 그대로 ‘복덩이’였다. 비록 타격 성적(타율 0.222)의 아쉬움이 분명하지만, 김민식은 뛰어난 도루 저지 능력과 과감한 볼 배합으로 수비 기여도가 높았다.
김민식의 뒤를 받쳐준 한승택도 한 발짝 성장한 모양새다. 올 시즌 96경기에 출전한 한승택은 수비와 함께 특히 포구 능력(프레이밍)이 빛났다. 한승택은 시즌 종료 뒤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표팀에 발탁돼 ‘국가대표 포수’로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김민식과 한승택 모두 타격 능력에 대한 고민을 공통으로 지니고 있다. 결국, 김민식은 한국시리즈 우승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마무리 캠프까지 곧바로 참가했다. 캠프 내내 퓨처스팀 박흥식 감독과 함께 땀을 흘린 김민식은 2018시즌 준수한 공격력도 지닌 포수로 성장하겠단 각오를 다졌다. 만약 두 포수가 공격적인 면에서 한층 성장한다면 KIA의 안방 온도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수 있다.
‘따뜻해졌는데 무언가 찜찜한’ LG·한화·kt

어느덧 LG의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유강남이다(사진=엠스플뉴스)
어느덧 LG의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유강남이다(사진=엠스플뉴스)

LG 트윈스 포수 유강남은 올 시즌 타격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유강남은 올 시즌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8 90안타 17홈런 66타점으로 리그 포수 WAR 3위(2.60)에 위치했다. 강민호의 타격폼을 벤치마킹하면서 스윙에 변화를 준 게 통한 유강남이었다.
유강남에겐 올 시즌 보여준 장타력을 2018시즌에서도 계속 보여줄 수 있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해가 바뀌어도 유강남의 방망이 화력이 그대로라면 LG는 ‘제2의 강민호’를 얻은 것과 다름없다.
물론 유강남의 뒤를 받쳐줘야 할 베테랑 포수 정상호의 반등이라는 과제도 있다. 2016시즌을 앞두고 LG의 야심 찬 FA(4년 총액 32억 원) 영입의 주인공이었던 정상호는 최근 2년 동안 부상과 부진의 늪에 허덕이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9월 경찰야구단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유망주 김재성도 LG 포수진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한화 이글스도 오랜 기간 겪은 ‘젊은 포수 가뭄’을 잊고자 한다. 올 시즌 초 두산에서 최재훈을 데려오는 과감한 트레이드로 포수 새 판 짜기에 성공한 한화였다. 최재훈은 올 시즌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7 69안타 16타점을 기록했다. 방망이가 다소 아쉬웠지만, 최재훈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경기 출전으로 대전 안방을 굳건히 지켰다. 탄탄한 수비 기본기와 강력한 송구가 장점인 최재훈의 활약은 2018시즌을 더 기대케 했다.
최재훈과 함께 짝을 이룰 수 있는 포수 후보는 정범모·지성준·엄태용이다. 가장 경험이 많은 정범모는 올 시즌 전반기 손바닥 수술을 받은 뒤 후반기에 복귀해 최재훈의 뒤를 받쳤다. 게다가 베테랑 포수 차일목과 허도환이 떠났기에 지성준과 엄태용 등 어린 포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것으로 예상된다.
kt 위즈가 발견한 올 시즌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는 바로 포수 이해창의 재발견이다. 이해창은 올 시즌 kt 주전 포수로서 114경기 출전 타율 0.272 69안타 11홈런 44타점으로 타석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이해창의 상승세가 2018시즌에도 이어질지와 더불어 장성우의 반등 여부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님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넥센·SK

올 시즌 허리과 발목 부상으로 고생한 이재원의 반등은 2018시즌 SK에 꼭 필요한 요소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허리과 발목 부상으로 고생한 이재원의 반등은 2018시즌 SK에 꼭 필요한 요소다(사진=엠스플뉴스)

2015년부터 넥센 히어로즈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은 선수가 바로 박동원이다. 하지만, 올 시즌 박동원은 무언가 아쉬웠다. 시즌 중반 2군을 잠시 다녀오면서 경기 출전 수(103경기)가 2015시즌(127경기)·2016시즌(127경기)보다 줄었다. 박동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김재현(70경기)과 주효상(64경기)이 1군 포수 마스크 경험을 쌓았다.
비록 경기 출전 수가 줄었지만, 박동원은 올 시즌 타율 0.270 69안타 11홈런 39타점으로 여전히 타격에서의 경쟁력을 선보였다. 2018시즌엔 박동원을 중심으로 다시 안방이 따뜻해져야 할 넥센이다.
SK 와이번스도 안방마님이 돌아와야 한다. 2015시즌(타율 0.282 138안타 17홈런 100타점)과 2016시즌(타율 0.290 119안타 15홈런 64타점)을 거치면서 SK의 주전 포수로 거듭난 이재원의 부활이 필요하다. 이재원은 올 시즌 허리와 무릎 부상 여파로 114경기 출전 타율 0.242 출루율 0.292 장타율 0.376로 최근 몇 년간 성적과 비교해 다소 부진했다.
이재원이 주춤한 사이 KIA에서 이적해 온 이성우(64경기)와 이홍구(53경기)가 포수 마스크를 쓴 날이 잦아졌다. 특히 베테랑 포수 이성우는 적은 출전 기회 속에서 타율 0.279 31안타 1홈런 14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후반기엔 사실상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찬 이성우였다. 하지만, 분명한 건 2018시즌 SK의 안방마님 경쟁에서 이재원이 부상을 털어내고 반등해야 한단 점이다.
‘우리 마님은 어디에’ 롯데·NC

부동의 주전이었던 김태군이 입대로 2년 간 팀을 떠나게 됐다(사진=엠스플뉴스)
부동의 주전이었던 김태군이 입대로 2년 간 팀을 떠나게 됐다(사진=엠스플뉴스)

부동의 주전 포수 강민호를 떠나보낸 롯데 자이언츠는 ‘나는 포수다’를 찍어야 할 상황이다. 올 시즌 강민호 다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많이 쓴 선수가 바로 김사훈(57경기)이다. 아직 어리지만, 나종덕과 더불어 보상선수로 삼성에서 데려온 나원탁도 포수 경쟁 구도에 뛰어든다. 팔꿈치 부상으로 올 시즌을 통째로 날린 안중열과 2015년 1차 지명자의 주인공인 강동관도 포수 무한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다.
‘포스트 강민호’ 찾기는 롯데 입장에서 사활을 걸고 나서야 할 프로젝트다. 특히 2018시즌 안방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10여 년 전 강민호처럼 또 다른 젊은 포수가 자신의 잠재력을 1군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NC 다이노스도 롯데와 비슷한 처지다. 창단 뒤 부동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던 김태군이 끝내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경찰야구단으로 입대했다. 김태군이 NC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록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리그 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631경기(2위 삼성 이지영 556경기)에 출전한 김태군은 2015시즌엔 144경기 전 경기 출전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NC는 2년 뒤 돌아오는 김태군을 고려해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육성으로 안방 걱정을 없앨 계획이다. 백업 포수로 주로 뛴 박광열(59경기)과 kt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종민(22경기)이 우선 포수 경쟁 구도에서 눈에 띈다. 올 시즌 신인인 신진호도 포스트시즌 경험까지 쌓으면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2018시즌 신인 포수 김형준도 구단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는 유망주다.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새로운 안방마님을 찾겠단 NC의 각오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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