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참 이호준은 없지만 NC 다이노스 클럽하우스의 리더십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NC의 최고참 주장이 된 손시헌. FA 계약의 아쉬움보단 팀을 먼저 이야기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NC의 최고참 주장이 된 손시헌. FA 계약의 아쉬움보단 팀을 먼저 이야기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최고참 이호준은 떠났지만, NC 다이노스의 클럽하우스 리더십은 흔들림이 없다. 이제 최고참이 된 손시헌과 이종욱부터, 팀의 간판으로 성장한 나성범과 박민우, 임창민까지. NC를 이끄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개인이 아닌 팀을 앞세웠고 자신보다 후배와 동료들을 먼저 생각했다.

1월 11일 2018 선수단 신년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주장 손시헌은 이호준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먼저 털어놨다. 손시헌은 “이호준 선배 공백이 크다고 느껴진다”며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더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크다. 손시헌은 “지난겨울 통해서 준비하는 모습들을 보니까, 다들 정말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이탈한 선수들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희망을 찾았다. “개인보다 팀을 위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손시헌의 말이다.

손시헌은 최고참의 권위로 선수들을 끌어가기보다는,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손시헌은 “최고참이란 생각으로 당기기보다는, 후배들을 밀어주면서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도와주고 싶다. 위에서 끌고 가다 보면,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 조금은 움츠러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선수 생활이 얼마 안 남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부분을 선수들한테 나눠주고 (후배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선배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 손시헌의 진심이다.

손시헌의 ‘영혼의 동반자’ 이종욱은 “시헌이를 뒤에서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하겠다. 시헌이가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돕는 게 제가 할 역할인 것 같다”며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다짐했다.

손시헌-이종욱 끌고, 나성범-박민우 밀고

손시헌의 '영혼의 동반자' 이종욱. 주장을 뒤에서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손시헌의 '영혼의 동반자' 이종욱. 주장을 뒤에서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손시헌은 올겨울 NC와 2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계약 직후 손시헌은 자신의 성적이 아닌 ‘후계자 양성’을 먼저 이야기했다. NC 관계자는 “‘후계자 양성’ 얘길 듣고 손시헌이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계약 조건에 아쉬움이 있었을 텐데, 그걸 내색하기보다는 후배들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신년회 자리에서도 손시헌은 “제 자리에서 후계자를 만드는 것도 제 목표이고 숙제다. 그래야 제가 마음 편하게 맡기고 야구장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제가 그동안에 한 경험, 알고 있는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제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계자를 키운다는 게, 순순히 후배들에 주전 자리를 내주겠단 의미는 아니다. 그보단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서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뺏어야 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에 가깝다. 손시헌은 “아직 (누가 후계자가 될지) 모른다. 봐야 한다”며 “지지 않을 겁니다”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좋은 클럽하우스 문화는 최고참들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고참과 신인급 사이 중간에 있는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NC엔 2013년 1군 진입 첫해부터 팀과 함께한 30세 전후의 중고참 선수가 많다. 투수조에 임창민, 김진성이 있고 야수 쪽에선 모창민과 나성범이 여기 해당한다.

이호준, 손시헌, 이종욱 등 고참들의 모범을 보며 성장한 선수들은 벌써 리더로서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팀의 간판스타 나성범이 대표적이다. 나성범은 신년회가 끝난 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나서서 후배들의 캠프 준비를 진두지휘했다. 팀에서 지급한 물품을 제대로 챙기는지 살폈고, 캠프 준비 과정의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어느새 중고참이 된 나성범. 이제는 묵직한 리더로 성장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어느새 중고참이 된 나성범. 이제는 묵직한 리더로 성장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나성범은 “이제 경력도 있고, 선배들에게 그동안 배운 것도 있다”며 “후배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분명 저를 보고 배우는 선수들이 있을 거다. 후배들이 많이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제가 모범이 되고, 훈련할 때나 경기 때나 잘 했으면 좋겠다”며 책임감을 강조했다.

고졸 신인으로 입단해 어느새 입단 7년차 26살이 된 박민우도 “밑에 후배들이 많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며 “행동 하나라도 조심스럽다. 후배들이 나를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선배들에게 장난치는 것도 이전보다 조심스러워진다”고 했다.

NC 관계자는 “박민우가 아직 연차는 어리지만, 후배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리더 기질이 보인다”며 “후배들을 데리고 다니며 밥을 사주기도 하고 살뜰하게 잘 챙긴다. 박민우를 따르는 후배들도 많다”고 전했다. 박민우는 이날 자신의 스프링캠프 룸메이트 유영준(내야수)을 기자들에 소개하며 ‘앞으로 지켜볼 선수다’ ‘기사 많이 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나이는 어려도 리더로서 자질을 보여주고 있는 박민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나이는 어려도 리더로서 자질을 보여주고 있는 박민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투수조에선 30대 초반에 일찍 최고참이 된 임창민과 김진성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임창민은 올해 33살 ‘젊은 선수’지만, 벌써 3년째 투수조 최고참을 맡고 있다. 임창민은 “다른 팀에서 이적한 선수들이 우리 팀에 오면 ‘분위기가 뭔가 다르다’며 놀란다. 선수들이 스스로 행동하고,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문화가 이제는 정착한 것 같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훌륭한 리더십은 구성원 개개인에게 마치 가랑비처럼 스며든다. 창단 이후 이호준, 손민한, 손시헌, 이종욱 등 여러 베테랑이 모범을 보였고 NC만의 클럽하우스 문화를 정착시켰다. 그 문화가 이제는 최고참부터 막내까지 선수단 모두에게 고루 스며든 모습이다.

최고참 이호준은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NC의 클럽하우스 리더십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NC가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강팀일 수 있는 이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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