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은 2017년 백업 역할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자신의 잠재력을 확실히 선보였지만, 박세혁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겠단 각오다. 2018년 더 성숙한 포수가 되고 싶은 박세혁의 얘길 들어봤다.

2017년은 박세혁의 이름을 제대로 알린 한 해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2017년은 박세혁의 이름을 제대로 알린 한 해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백업 포수의 자리는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하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참고 기다려야 한다. 그라운드로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도 꾹 눌러 담아야 한다. 그리고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온 순간 자신의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 절대 쉽지 않은 자리가 바로 백업 포수다.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도 이와 비슷한 위치다. 양의지라는 굳건한 주전 포수가 박세혁의 앞에 굳건히 서 있다. 답답할 법도 하지만, 박세혁은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성장과 배움을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양의지의 갑작스러운 사구 부상 공백이 나오자 박세혁은 그 빈자리를 훌륭히 채웠다.
1월 9일 잠실구장으로 훈련을 나온 박세혁을 만났다. 이날은 박세혁의 생일이었다. “생일 하루 정돈 쉬어도 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세혁은 “캠프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운동을 빼먹으면 안 된다. 팬들의 올라간 기대치를 충족해드리기 위해서라도 지금 수준에 안주할 수 없다”고 답했다. 두산 팬들은 2018년 한 뼘 더 성장한 박세혁을 기대할 만하다.
2017년은 포수 박세혁이 제대로 성숙한 해다

양의지의 사구 부상으로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쓴 박세혁의 활약은 대단했다(사진=엠스플뉴스)
양의지의 사구 부상으로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쓴 박세혁의 활약은 대단했다(사진=엠스플뉴스)

프로 데뷔 후 가장 인상 깊은 한 해를 보냈다. 박세혁에게 2017년은 어떤 의미일까.
제대 뒤 곧바로 뛴 2016년보다 경기 출전도 많았고 더 힘들었다. 2016년엔 팀 마운드가 원체 완벽해서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엔 시즌 초반 팀이 부진한 데다 (양)의지 형도 중간에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래도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양의지의 사구 부상은 분명히 안타까웠지만, 박세혁에겐 나름 기회로 작용했다.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우선 내가 주전 포수 마스크를 써야 했기에 처진 팀 분위기를 어떻게 살릴지 고민이 많았다. (양)의지 형이 없어서 힘들었다. 그래도 포수로서 성숙할 기회였다. 힘들었지만, 얻는 것도 분명히 많았다. 경기를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공부가 많이 됐다.
당시 백업 포수가 된 박유연을 이끌어줘야 할 선배 포수 위치였는데 책임감이 남달랐을 것 같다.
(고갤 내저으며) 포수 선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 (박)유연이가 나가서 뛸 상황은 아니니까 내가 혼자서 다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버텨서 유지하고픈 마음뿐이었다. 김태형 감독님도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봐라’고 말씀해주셨다. 당시 강인권 배터리코치님 역시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알아서 잘해라”며 힘을 불어 넣어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강인권 코치와의 이별이 아쉬웠겠다.
(고갤 끄덕이며) 진심으로 아쉽다. 제대한 뒤 1군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게 된 건 다 강 코치님의 지도 덕분이다. 경기 현장에서 해주신 원 포인트 레슨도 그렇고 감사한 부분이 정말 많다. 올 시즌 내가 더 성장한다면 상대 팀에서 보실 때 흐뭇하시지 않을까. 더 좋은 활약을 보여드리고 싶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조인성 배터리코치를 향한 기대감도 있을 텐데.
도루 저지와 관련해 어깨엔 자신이 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한 점도 있으니까 현역 시절 강견에다 최고의 도루 저지 능력을 보여주신 조인성 코치님께 노하우를 잘 배우고 싶다.
현실을 직시한 박세혁 “배울 때 제대로 배워야 한다.”

타격에서도 한층 발전한 활약을 펼친 박세혁이다(사진=엠스플뉴스)
타격에서도 한층 발전한 활약을 펼친 박세혁이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4 57안타 5홈런 26타점 출루율 0.354 장타율 0.398를 기록했다. 타격에서 성장한 부분도 분명히 보이는 것 같다.
2016시즌엔 타석에서 약간 소극적이고 위축된 느낌이 있었다. 지난해엔 그런 생각을 버리고 타석에 편안하게 임하자고 생각했다. 코치님의 조언도 좋았지만, 특히 현장에서 바로 해주는 야수 선배들의 타격 타이밍과 관련한 조언이 큰 힘이었다.
정규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가을 야구에서도 멋진 활약을 펼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무엇인가.
(망설이지 않고) 플레이오프 3차전과 한국시리즈 1차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 큰 경기에서 처음으로 뛰었다. 정말 멋모르고 야구한 것 같다. ‘그냥 형들을 믿고 뛰자’라는 생각이었다. 특히 플레이오프 3차전 때 다친 (양)의지 형이 더그아웃에서 치료받으면서 곧바로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양의지의 존재감이 팀도 그렇지만, 박세혁에게도 대단한 것 같다.
같은 팀에서 뛰는 리그 최고의 포수 선배가 해주는 조언은 무언가 다르다. 평소에 다른 팀을 가면 주전 포수로 뛸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들리는데 다른 팀에 가선 이런 포수에게 배울 기회가 있을까.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포수다. 다른 팀을 간다고 주전이 보장된단 것도 없다. 현실을 직시하고 배울 수 있을 때 제대로 배우자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백업 포수로서 답답함은 있지 않나.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도 클 텐데.
앞서 말했지만, 나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경기에 나갈 기회를 받을 때 모든 걸 쏟아부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계속 ‘나가서 뛰고 싶은데’라고 조급하게 생각하고 막상 나가면 결과가 안 좋다. 준비하다가 한 번 나갈 때 이 정돈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나은 것 같다. (목소릴 높이며) 백업 포수가 잘해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 최소한 내가 팀에 폐는 안 끼쳐야 한다.
여전히 간절한 박세혁 “더 성숙한 포수가 되고 싶다.”

생일에도 훈련을 거르지 않은 박세혁은 더 성숙한 포수가 되길 소망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생일에도 훈련을 거르지 않은 박세혁은 더 성숙한 포수가 되길 소망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다른 얘길 해보자면 최근 포수 리드에 대한 무용론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박세혁이 느끼는 포수 리드의 가치는 무엇인가.
(단호하게) 포수 리드는 실용성이 있는 능력이다. 볼 배합만 하는 게 포수 리드는 아니다. 마운드 위 투수에게 믿음을 주고, 투수가 공을 자신 있게 던지도록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포수 리드다. 포수 리드가 제대로 안 되면 우왕좌왕하면서 경기 흐름이 확 넘어간다고 생각한다. 나도 예전에 그런 경험을 많이 해봤기에 잘 안다.
볼 배합 같은 경우 무수한 실패를 겪어야 하는 게 포수의 숙명이다. 어떤 식으로 볼 배합 공부를 하고 있나.
실패했을 때 그 기분은 빨리 잊어야 하지만, 복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 아이러니한 건 볼 배합에서 머리를 썼는데 맞을 때가 있다. 반대로 그냥 간단하게 이렇게 해보자 했는데 안 맞을 때도 있다. 볼 배합엔 정답이 없다. 강인권 코치님이 항상 그런 상황을 기록하라고 강조하셨다. 그래서 볼 배합과 관련한 건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기록한다.
얘기만 들어도 한 단계 성장한 게 느껴진다. 2017년 덕분에 야구가 더 재밌어졌나.
야구가 확실히 재밌어진 건 맞다. 하지만, 야구는 안주하면 안 되는 종목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면 안 되는 경우가 많더라. 초심을 항상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년 전 제대한 뒤 간절함은 아직 안 잊고 있다.
생일에도 나와 빠짐없이 운동하는 걸 보니 여전히 초심을 유지하는 것 같다.
아직 부족하다. 올 시즌 나를 향한 팬들의 기대치는 더 높아질 거다. 지난해와 똑같으면 안 된다고 본다.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하려고 한다. 한 단계 한 단계 조금씩 올라가겠지만, 선수라면 팬들 기대치에 맞출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더 성숙한 포수가 되고 싶다.
2018시즌에 숫자상으로 더 나은 박세혁을 보여주고픈 마음이 어떤지 궁금하다.
(고갤 내저으며) 솔직히 주전 포수가 아니라 숫자적인 목표는 못 세울 것 같다. 우리 팀이 전력이 약해졌다고 하는데 통합 우승을 또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자신한다. 좋은 선수들이 왔기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되찾고 싶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다 보여주면서 팀을 뒷받침하는 게 올 시즌 목표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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