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석. 그는 아직 무적(無籍)이다.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선언 이후 새 팀을 찾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엔 올 시즌 그라운드에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전지훈련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준석은 과연 새 둥지를 찾을 수 있을까.

FA 내야수 최준석의 새 팀은 어디일까(사진=엠스플뉴스)
FA 내야수 최준석의 새 팀은 어디일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혹독한 겨울이다. ‘해피 엔딩’을 꿈꿨던 베테랑들에겐 찬바람만 거세다.

FA(자유계약선수) 최준석은 운명의 기로(岐路)에 섰다. 15일 안에 새 팀을 찾지 못하면 사실상 올 시즌 합류가 어려워진다. 이미 원소속팀 롯데는 1루수 채태인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이는 최준석과의 이별을 뜻한다.

롯데 관계자는 “올 시즌 최준석과의 계약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다른 팀이 최준석을 원한다면 최대한 돕겠다”고 밝혔다. 롯데식 이별 선언이다.

'모범 FA' 최준석은 돈값을 했다.

최준석은 2014년부터 롯데 중심 타선의 중심이었다. 적어도 타격면에선 흠잡을 데가 없다. 이는 스탯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최준석은 2014년부터 롯데 중심 타선의 중심이었다. 적어도 타격면에선 흠잡을 데가 없다. 이는 스탯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최준석은 2017시즌 타율 0.291/ OPS(출루율-장타율) 0.795/ 14홈런/ 82타점을 기록했다. 팀 내에선 이대호(111) 다음으로 많은 타점이었다. 최준석의 활약은 롯데를 5년 만에 가을 야구로 이끈 또 다른 힘이었다.

롯데와의 궁합도 나쁘지 않았다. 2014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3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최준석은 이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에겐 ‘모범 FA’란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첫해부터 대단했다. 최준석은 2014시즌 타율 0.286/ 23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이듬해엔 더 잘했다. 타율 0.306/ 31홈런/ 109타점으로 몸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이대호의 국외 진출로 생긴 빈자리가 허전하지 않았다.

최준석은 장타력과 생산성을 갖춘 타자다. 롯데 이적 후 4년간(2014-17년)의 성적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하다. 이 기간 롯데에서 최준석보다 많은 타점(351)을 기록한 타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손아섭이 치고, 최준석이 불러들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큰 체구에 걸맞게 많은 홈런을 생산하기도 했다. 최준석은 롯데 이적 후 4년간(2014-17년) 팀 내에서 강민호(93) 다음으로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87). 같은 기간 KBO리그 전체 순위에서도 10위에 해당한다.

최준석에겐 ‘찬스에 약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득점권 타율 3할 이상(0.313)을 유지했다. 타자가 만들어낸 승리확률을 보여주는 WPA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최준석은 롯데 이적 후 4년간 통산 WPA 11.63를 기록했다. 이는 손아섭(16.88)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누가 최준석에게 돌을 던지랴

'강타자' 최준석은 배터박스에 들어설 자격이 있다. 그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타자다(사진=엠스플뉴스)
'강타자' 최준석은 배터박스에 들어설 자격이 있다. 그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타자다(사진=엠스플뉴스)

최준석은 2017시즌 종료 후, 일본 돗토리로 이동했다. 조금의 휴식도 없이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가을 야구의 아쉬움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훈련, 또 훈련을 선택했다.

“올 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크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더 잘하지 못해 안타깝다.” 최준석의 말이다. 그는 지금도 개인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와 최준석의 시각 차다. 처음부터 롯데는 올 시즌 전력 구상에서 최준석을 제외했다. 롯데 사정에 밝은 한 야구인은 “롯데가 시즌 종료와 함께 최준석을 전력에서 제외했다”며 “젊고 빠른 타자에게 기회를 주겠단 것이 구단의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롯데는 이후 FA 민병헌을 영입했다. 뒤이어 넥센 히어로즈 1루수 채태인을 트레이드해 왔다. 사실상 최준석과는 이별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구단의 방향성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선 "롯데가 왜 조금 더 빨리 최준석을 풀어주지 않았냐"는 아쉬움을 나타낸다. 롯데 관계자는 “최준석이 롯데 이적 후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 때문에 구단도 고민이 많았다”며 "다른 구단에서 최준석을 원한다면 언제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게 구단 입장"이라고 밝혔다.

최준석은 몸만들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냉엄한 프로의 세계에서 '섭섭함'이란 감정은 사치란 걸 잘 알고 있다. 최근 몇몇 구단이 최준석 영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준석은 준족(駿足)이 아니다. 적어도 이번 생엔 빠른 발과는 거리가 멀다. 최준석의 프로 통산 도루 개수는 10개에 불과하다. FA 계약 직전 2013시즌 엔 도루 개수가 ‘0’이었다. 처음부터 주루로 승부했던 타자가 아니란 것이다. 그랬기에 롯데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뚱뚱하다’ ‘발이 느리다’란 논쟁이 무의미한 이유다.

최준석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 시즌 배터박스에 선 최준석을 만날 수 있을까.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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