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자유계약선수)시장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제 남은 선수는 총 5명.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명단에 베테랑 2루수 정근우가 포함돼 있단 사실이다. 정근우는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계약 기간에 막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한화가 제시한 2년 계약의 정의는 무엇일까.

FA 내야수 정근우(사진=엠스플뉴스)
FA 내야수 정근우(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양 측 모두 강경한 입장이다. 전지훈련 출발 날짜가 임박했지만, 계약 여부는 미궁 속이다. 한화 이글스와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의 이야기다.

한화와 정근우의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정체돼 있단 표현이 더 정확하다. 문제는 ‘계약 기간’이다. 정근우 측은 2년 이상을, 한화는 2년 이하를 고수하고 있다. 협상의 출발점인 계약 기간부터 맞지 않아 협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양 측의 생각이 엇갈린다. 정근우 측은 “그간 활약상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정근우 측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정근우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WAR(대체선수 승리기여도)에선 KBO리그 역대 2루수 최고치인 48.21을 기록 중이다. 이미 레전드 2루수 김성래, 박정태, 박종호 등을 뛰어넘었단 평가를 받는다.

한화는 처음부터 ‘2년 계약’을 제시했다. 그 이상은 절대 불가능임을 강조해 왔다.

한화 관계자는 “쉽지 않은 문제다. 양측의 의견이 너무 다르다. 조속한 합의를 통해 하루 빨리 계약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한화 “베테랑 선수에게 리스크 큰 4년 계약 제시할 수 없어”

한화의 입장은 분명하다. '2년'이상은 없음을 선언했다. 한화 박종훈 단장이 말하는 2년 계약의 정의는 무엇일까(사진=엠스플뉴스)
한화의 입장은 분명하다. '2년'이상은 없음을 선언했다. 한화 박종훈 단장이 말하는 2년 계약의 정의는 무엇일까(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한화가 주장하는 2년 계약의 기준은 무엇일까. 한화 박종훈 단장은 이에 대해 “어떤 말이든 정말 조심스럽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2년 계약은 주장하는 것은 혹시 모를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라며 “사실 4년 계약은 어떤 기준에서든 위험성이 크다. 특히 우리 구단은 이런 문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한화는 2015시즌 이후 FA 선수 영입에만 총 215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팀의 미래인 유망주들을 보상 선수로 잃었다. 장기 계약과 베테랑들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낀 한화다.

“2년이란 시간 동안 (정)근우가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이후에도 좋은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다. 우리 입장은 처음부터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근우쪽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선수와의 계약엔 복합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박 단장의 말이다.

한화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미 ‘육성’이란 장기 플랜을 가지고 항해를 나섰다. 특정 선수를 장기 계약으로 묶을 이유가 없다. 한화로선 여유가 있다.

국내 한 에이전트는 “결국 시간은 한화 편”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선 한화가 서두를 이유는 전혀 없다. 정근우급은 아니지만, 오선진, 강경학과 신인 내야수 정은원 등 육성 플랜에 어울리는 대체자가 등장했다.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여기다 요즘 베테랑들을 바라보는 구단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정근우에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정근우와 한화, 이대론 위험하다?

정근우는 미국 하와이에서 개인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계약 문제는 에이전트에게 모두 맡긴 상태다. 과연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정근우를 만날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정근우는 미국 하와이에서 개인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계약 문제는 에이전트에게 모두 맡긴 상태다. 과연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정근우를 만날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야구계 일부에선 ‘KIA 타이거즈와 김주찬이 맺은 FA 계약이 정근우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근우 측이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대목이다.

정근우는 모든 계약 건을 에이전트에게 일임했다. 현재 미국 하와이에서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에이전트 측은 구체적인 계약 상황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정근우 사정을 잘 아는 한 야구인은 “솔직히 정근우 정도의 타자가 2년 계약에 묶인단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김주찬보다 한 살 어린 정근우가 2+1년도 아닌 2년에 계약한다면 선수가 느낄 박탈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근우의 계약이 늦어진 이유는 냉혹한 시장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과거 베테랑들에게 건넸던 메리트는 사라진지 오래다. 많은 나이는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 정근우 역시 마찬가지다. 비시즌 동안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으로부터 이렇다 할 계약 조건을 제시받지 못했다. 정근우 영입에 필요한 많은 보상금과 보상선수 유출 또한 장애물 가운데 하나다.

타개책이 없다. 정근우 측은 한화의 입장 변화만을 기다리는 있다. 지역권 운영팀장은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서로의 입장을 잘 조율하는 것이다. 구단은 선수에게 한 걸음 양보하고, 선수도 구단의 뜻에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류의 협상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양쪽에 득 될게 없다”고 조언했다.

정근우는 여전히 KBO리그 최고의 2루수다. 통산 2루수 부문 최다 안타(1,649)와 루타(2,312), 도루(350) 등 다양한 기록을 갈아치웠다. 1000경기 이상 소화한 2루수 가운데 통산 타율 역시 가장 높다(0.305).

원만한 합의가 필요하다. 한쪽만 바라봐선 안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지훈련 출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근우의 두 번째 FA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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