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KIA 타이거즈의 비법은 화끈한 첫 제시와 조계현 단장의 스킨십이다. 조 단장의 숨가빴던 부임 한 달간 협상 테이블 얘길 들어봤다.

김주찬(왼쪽)과 조계현 단장(오른쪽)이 맞잡은 두 손이 따뜻해 보인다(사진=KIA)
김주찬(왼쪽)과 조계현 단장(오른쪽)이 맞잡은 두 손이 따뜻해 보인다(사진=KIA)

[엠스플뉴스]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겨울은 따뜻하다. 지난해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한 KIA는 또다시 대권 도전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투수 양현종과 내부 FA(자유계약선수) 내야수 김주찬을 잡는 게 가장 어려운 비시즌 과제였다. 하지만, KIA는 모그룹 지원을 통한 화끈한 첫 제시와 조계현 신임단장의 ‘스킨십’으로 협상 결렬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씻었다.
불과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양현종과 김주찬과의 협상은 미궁 속이었다. 양현종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던 데다 김주찬과의 시각차도 크단 얘기가 쏟아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두 선수와 구단 간의 격한 감정싸움은 없었다. KIA의 첫 협상 제시안이 화끈했기 때문이다.
옵션을 제외한 두 선수의 최종 연봉과 계약 기간은 구단의 첫 제시안과 다르지 않았다. 구단은 두 선수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 평가해 제시할 수 있는 최상의 패를 처음으로 보여줬다. 당연히 격한 감정싸움이나 심한 언론 플레이는 없었다. KIA 관계자는 “구단 내부적으로 자체 평가한 다음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안을 먼저 제시했다. 두 선수가 감정이 상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옵션 세부 항목이었다. 특히 양현종 같은 경우 연봉 총액은 선수가 직접 나서서 합의했지만, 옵션 부문에선 에이전트가 나서 협상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크리스마스를 넘어간 뒤 난항이 이어질 분위기에서 조계현 단장이 직접 양현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도 현역 시절 계약해본 경험이 있는 데다 수석코치로서 오랜 기간 선수들을 봐왔기 때문에 어떤 생각을 할지 알고 있다. 먼저 다가가는 게 필요했다. 양현종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보니 직접 만나서 조절하면 일이 풀리겠단 느낌이 왔다. 그래서 다음 날 곧바로 광주에서 만나 잠깐 조율을 하니 문제가 해결됐다.” 조 단장의 말이다.
조계현 단장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선수가 협상왕”

조계현 단장(왼쪽)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양현종(오른쪽)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사진=KIA)
조계현 단장(왼쪽)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양현종(오른쪽)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사진=KIA)

지난해 12월 28일 양현종은 연봉 23억 원에 도장을 찍고 조 단장의 계약 1호 선수가 됐다. 이제 다음 차례는 김주찬이었다. ‘협상왕’이라는 별명답게 김주찬과의 협상 테이블은 해를 넘겼다.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지만, 조 단장은 마음이 급하지 않았다. 김주찬과의 직접적인 ‘밀고 당기기’도 없었다.
“단장이 되고 얼마 뒤 김주찬 선수에게 연락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는데 ‘고민을 조금 해보겠다’고 말하더라. 이후 연말부터 새해 초까지 단장으로서 소화해야 할 일정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연락해서 ‘광주에서 직접 만나서 조율하자’고 했다. 총액은 안 건드리고 옵션만 조금 수정한 뒤 바로 도장을 찍었다. 거창한 ‘밀당’은 없었다. 주장으로서 공로와 우승 프리미엄을 충분히 인정해주고자 구단이 노력했다.”
1월 16일 김주찬은 계약 기간 2+1년 계약금 15억 원 연봉 4억 원의 조건으로 총 27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옵션 난항을 끝낸 조 단장의 ‘스킨십’이 또 한 번 빛난 순간이었다.
조 단장은 “총금액은 처음으로 제시한 액수에 변하지 않았으니까 따로 가져갈 수 있는 옵션 부분에 대해 많은 얘길 했다. 옵션이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아야 했다. 이 정도면 팀 성적에 큰 공헌도도 생기는 데다 구단도 인정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설득하니까 이해를 해주더라. 선수가 너무 피해를 봐도 안 되고, 구단이 너무 손해를 봐도 안 된다. 두 선수 모두 100% 만족 못 하더라도 적정선에서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이라 본다”고 힘줘 말했다.
‘협상왕’이라는 단어에 대한 조 단장의 정의도 들을 수 있었다. 조 단장은 선수 자신이 계약 협상에 앞서 냉정하게 기준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계약을 오래 끈다고 해서 협상왕이 아니다. 무턱대고 무조건 이 정도 받아야 한다는 옛날 방식이다. 구단을 상대로 자기 성적에 걸맞은 계약 규모를 끌어내는 게 진짜 능력이다. 현재 처한 환경과 스스로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협상왕이다.”
굵직한 겨울 숙제를 완료한 KIA는 이제 연봉 협상 마무리를 눈앞에 뒀다. 우승 프리미엄을 확실히 인정해주면서 대다수의 선수가 큰 폭의 인상안을 제시받았다. 큰 잡음은 없었다. 조 단장은 “지난해 잘 한 만큼 연봉을 인상해줘야 하는 게 맞다. 밀고 당기기보단 화끈하게 줄 때 주는 게 맞다. 단장 성격도 그렇다”며 껄껄 웃었다.
물론 한 가지 추가된 겨울 숙제가 또 있다. 김주찬과의 계약 체결과 더불어 방출 상태인 정성훈의 영입 가능성이 커졌다. 조 단장은 김기태 감독의 ‘OK 사인’이라는 전제 아래 정성훈의 영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 단장은 “프로의 세계는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실력 있는 베테랑 선수의 가치는 대단히 높다. 김 감독이 원한다면 캠프 출발 전까지 정성훈 영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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