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내야수 황재균이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2017년 11월 13일 kt와 4년 총액 88억 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황재균은 자신을 둘러싼 오버페이 논란을 "성적으로 잠재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kt 위즈 내야수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kt 위즈 내야수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새로운 도전’이란 가치에 가장 잘 부합하는 구단이 kt라고 판단”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내가 다 뒤집어쓴다는 거 안다.”

“MLB 도전은 실패지만, 후회 없다. 안 갔으면 미련이 많이 남았을 것”

“‘만년 꼴찌’ 소릴 듣는 kt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엠스플뉴스=애리조나 투산]

“메이저리그 도전은 실패했지만,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kt 위즈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파크(Kino Sports Park)에서 새로운 ‘마법사’ 황재균이 한 말이다.

2017년 11월 13일 황재균은 kt와 4년 총액 88억 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야구계 일부에선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황재균에게 88억 원은 오버페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황재균의 능력과 기대치는 메이저리그로 떠나기 전과 다를 게 없다. '누가 뭐래도 KBO리그 최고 3루수'라는 게 야구계 대부분의 평가다.

황재균의 목표는 하나다. ‘kt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황재균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kt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동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만년 꼴찌에서 탈출하겠다'는 게 황재균의 진정한 목표다.

'돌아온 최고 3루수' 황재균의 인터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FA 황재균이 kt를 선택한 이유 '새로운 도전'

kt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kt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kt에 합류한 뒤 어떻게 지냈습니까?

kt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분위기 파악 중입니다(웃음). 선·후배들과 두루두루 잘 융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kt에 입단하면서, ‘위즈의 구세주’ 소릴 듣고 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의욕과 더불어 부담감 역시 상당할 듯합니다.

의욕이 왕성한 건 사실이에요(웃음). 팀이 제게 얼마나 큰 기대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잖아요. 의욕이 넘쳐 무리하지 않도록 자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미국에서 돌아와 kt를 새 도착지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3년 연속 꼴찌팀’ kt가 영입한 대형 FA인 만큼 만약 부진할 경우, 다른 구단보다 더 많은 비난에 직면할 게 자명한데요.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제가 다 뒤집어쓰는 거죠(웃음). 위험 부담이 크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kt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미국에서 정말 외로웠거든요.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 그때 kt 프런트가 했던 말이 제게 큰 힘이 됐습니다.

어떤 말이었습니까?

‘kt가 황재균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설명했어요. ‘kt 미래 계획에 제가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가 날 이토록 필요로 한다는 게 감동이었어요. kt라면, 저와 함께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는 팀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kt가 황재균의 자존감을 세워준 거군요.

맞아요. 미국에서 바닥을 친 마당에, ‘kt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나름 의미가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도 “함께 해보자”고 연락이 왔고. 여러 kt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kt가 제게 필요한 ‘새로운 도전’이란 가치에 가장 잘 부합하는 구단이란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군요. 황재균 영입 후, kt를 꼴찌 후보에서 제외하는 야구전문가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kt 유니폼을 입은 것과 별개로, 선수단 전체가 ‘이번엔 꼴찌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요. kt에 와보니, 경험 많은 베테랑과 발전 가능성이 큰 신예들이 많더라고요. 불타는 의지와 신·구조화가 뒷받침된다면, 'kt 탈꼴찌' 문제없습니다.

“나를 둘러싼 오버페이 논란?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오버페이 논란을 성적으로 잠재우겠다“는 각오를 밝힌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오버페이 논란을 성적으로 잠재우겠다“는 각오를 밝힌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4년 총액 88억 원. 대형 계약입니다. 계약 당시 ‘오버페이 논란’이 있었습니다.

알고 있어요. 시즌 앞두고, 팬들이 그런 얘기를 하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좋은 성적을 낸다면, ‘오버페이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 믿어요. 지금은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고, 하던 운동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결국, 논란을 잠재우는 건 제 몫입니다.

‘도전에 실패해도 몸값은 오른다’는 말로 국외리그 유턴 선수 계약에 대한 불합리함을 주장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도전은 성공과 실패로 규정지을 게 아닐 겁니다. 도전 자체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가 "불가능의 반대말은 가능이 아니라 도전"이란 명언을 남긴 바도 있는데요.

(돌아와도) 몸값이 오르진 않더라고요(웃음). 사실 ‘2016시즌을 마치고, KBO리그 구단으로부터 제시받은 금액’과 ‘kt 입단 금액’ 사이에 큰 차이가 없어요. 물론, 몸값이 많이 떨어지지 않은 건 제겐 큰 행운이에요.

1년 일찍 대형 FA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걸 후회하진 않습니까.

후회하진 않아요. 2016시즌을 마친 뒤 KBO리그 구단과 FA 계약을 체결했다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지 못했다’는 미련이 많이 남았을 겁니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볼 때마다, ‘한번 도전해볼걸…’하고 아쉬워했겠죠. 실패하더라도, 그땐 도전해야만 했어요.

바닥 찍은 황재균, '3년 연속 꼴찌' kt와 동반상승 꿈꾼다

메이저리그 도전했던 황재균은 KBO리그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사진=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 도전했던 황재균은 KBO리그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사진=엠스플뉴스)

롱런하진 못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걸 느꼈을 것으로 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패였죠. 메이저리그에 승격해 있던 한 달을 제외하곤 야구가 즐거웠던 적이 없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미국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어떤 걸 배웠습니까.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마이너리그 생활은 어떤지’ 직접 보고 배우면서, 야구를 보는 시각이 더 넓어졌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성과일지 모릅니다. 도전을 성공과 실패로 단순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가장 큰 깨달음은 ‘KBO리그에서 뛰는 소중함을 알았다’는 겁니다. 메이저리그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동력을 얻었어요.

KBO리그에 복귀한 황재균의 ‘새로운 도전’, 어떤 의미일까요.

‘만년 꼴찌’ 소릴 듣는 kt의 구심점이 돼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진 ‘베테랑’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kt와 FA 계약을 체결한 순간,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야 하는 베테랑이 됐습니다. 선·후배 사이를 잇는 팀의 구심점으로서 kt의 순위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게 제가 말한 ‘새로운 도전’의 의미에요.

FA 계약 첫해 개인적으로 꼭 팀, 팬들과 공유하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그게 뭘지 궁금합니다.

저는 기록과 관련한 목표는 정해놓지 않는 편입니다. 다치지 않고, 2016시즌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어요. 물론 가장 큰 목표는 kt와 제가 더 높은 곳으로 ‘동반상승’하는 거죠.

‘동반상승’이란 말이 인상 깊습니다. 하루빨리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황재균과 kt의 동반상승’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에게 메시지 부탁합니다.

팬 여러분이 많은 기대와 성원을 보내주시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팬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선·후배들과 열심히 땀 흘리고 있어요. 기대하신 만큼, 그라운드 위에서 멋진 활약 보여드리겠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수원에서 뵙겠습니다.

그리고, 롯데 팬 여러분께도 할 말이 있어요. 롯데 팬 여러분의 열성적인 응원, 늘 감사했습니다. 2018시즌부턴 kt 승리를 위해 방망이를 휘두르겠지만, 롯데에서 받은 사랑은 절대 잊지 못할 거에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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