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오키나와]

삼성 라이온즈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한기주.

2월 17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이글스의 연습 경기. 한기주는 5회 마운드에 올랐다. 라쿠텐 타자들을 상대로 1이닝 1피홈런 1실점 한 뒤 마운드를 내려간 한기주는 투구수 8개, 속구 최고 구속 139km/h을 기록했다.

한기주는 첫 두 타자를 가볍게 처리했다. 첫 번째 타자 이마에 도시아키를 유격수 땅볼, 두 번째 타자 아카미나이 긴지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문제는 세 번째 타자 우치다 야스히토였다. 우치다는 한기주의 초구를 놓치지 않고,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겼다. 패스트볼이 한가운데 높게 몰린 실투였다. 한기주는 네 번째 타자 아다치 유이치를 침착하게 3루 땅볼로 처리한 뒤 이닝을 마쳤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첫 타자 이마에와의 승부였다. 이마에는 한기주의 초구 패스트볼을 호기 좋게 노렸지만, 구위에 눌려 헛스윙 후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했던 신인 시절의 한기주를 연상케하는 장면이었다.

이날 등판은 한기주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컸다. 삼성 이적 후 첫 실전 등판이자 2년 만에 건강한 몸으로 전지훈련을 잘 치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투구였다. 한기주 투구를 지켜본 삼성 관계자는 “괜찮은 투구였다. 올 시즌 좋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은 새로운 도전. 내겐 야구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시간"

삼성 라이온즈 투수 한기주(사진=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 투수 한기주(사진=엠스플뉴스)

경기 후 만난 한기주는 “투구 내용이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패스트볼 위주로 투구했는데 감이 나쁘지 않았다”며 “제구가 전반적으로 낮게, 낮게 잘 형성됐다. 비교적 원하는 코스로 공이 잘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5회 우치다에게 내준 홈런에 대해선 “한가운데 던진 패스트볼이 가운데 높게 몰리면서 홈런이 나왔다. 내 실수였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전, 삼성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는 한기주에게 ‘패스트볼로 승부할 것'을 지시했다.

한기주는 “오치아이 코치님과 미리 이야기를 나눴다. '속구 위주로 가보자'고 하셨다. 오늘 빠른 공을 던질 때, 투구 밸런스가 좋았고, 그간 준비해왔던 것들이 잘 맞아 떨어졌다”며 전체적인 투구 내용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첫 실전 등판에 나선 한기주. 푸른색 유니폼이 제법 잘 어울렸다. 물론 아직은 KIA 타이거즈의 붉은 유니폼이 한기주에겐 더 익숙할 법 하다. 하지만, 한기주는 단호한 표정으로 도전을 강조했다.

“야구는 어디서 하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해요. 그곳이 설령 KIA가 아니라도 말이죠. 삼성에서의 생활은 제게 새로움이라기보단 또 하나의 도전입니다. 그리고 제 야구 인생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도 몰라요. 그렇기에 더욱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무엇인가를 정하기보단 마지막까지 아프지 않고, 팀에 보탬이 되는 게 제 목표예요.” '도전자' 한기주의 말이다.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친 '푸른 사자' 한기주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전수은 기자 gurajney@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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