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시즌부터 한화 이글스 투수 송창식은 '혹사의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정작 송창식은 혹사보단 팀에 더 기여하지 못한 걸 아쉬워한다. 건강한 몸으로 새 시즌을 기다리는 송창식은 "팀에 보탬만 된다면 언제든 등판할 준비를 하겠다"며 "그것이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내 야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송창식(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투수 송창식(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오키나와]

‘마당쇠’

한화 이글스 투수 송창식의 별명이다. 송창식은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마운드에 올랐다. 자신의 팔이 부서질지언정 등판을 거부한 적이 없다. 그것이 '팀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송창식의 야구는 언제나 ‘직진’이었다. 많은 투구수와 잦은 등판에도 묵묵히 공을 던졌다. 그런 무리한 등판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송창식은 불평 대신 다시 마운드에 오를 준비만을 했다.

그러는 사이, 송창식에게 불청객이 찾아왔다. 부상이었다. 질주를 거듭하던 송창식에게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새로운 시즌. 한화 오키나와 캠프에 참가 중인 송창식은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오전 워밍업부터 오후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하지만, 송창식의 표정에서 피곤은 찾아볼 수 없다.

오랜만에 만난 송창식은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지난해 캠프였다면 상상조차 못 할 일이었다. 송창식은 귀에서 이어폰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송창식 "정말 힘들 땐 마운드 위에서 요행을 바라게 되더라"

표정이 밝아 보입니다. 그만큼 몸 상태가 좋단 얘기겠죠?

맞아요. 몸 상태가 정말 좋아요(웃음).

비시즌 기간, 캠프 준비를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훈련량은 지난해와 비슷했어요. 달랐던 게 있다면 이번 비시즌 기간엔 ‘몸이 아프지 않았다’는 겁니다.

전지훈련이 시작되면 선수들끼리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봄만 되면 송창식의 구위가 선동열급이 된다'는 말입니다.

(크게 웃으며) 지난해 봄 때도 컨디션이 좋긴 했어요. 아쉬운 건 정말 한순간에 투구 밸런스가 무너져 버렸단 겁니다. '그 감을 살려 시즌에 들어갔다면 좀 더 잘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던 이유, 무엇 때문이었다고 봅니까.

핑계일 수 있지만, ‘팔꿈치 수술’ 이후 마음이 급했던 것 같아요. 빨리 복귀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하다 보니 팔 스윙 자체가 자연스럽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거기서 불편함을 느끼니 덩달아 투구 밸런스도 무너졌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부 야구전문가는 '2015시즌부터 급격히 늘어난 이닝수와 불규칙한 등판이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는데요.

투수로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세상에 어떤 투수가 경기에 나가서 못하고 싶겠어요. 너무 힘들 땐, 마운드에서 요행을 바라게 되더라고요. 그런 저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깨달은 게 있었어요.

어떤 깨달음이었습니까.

공 하나, 하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습니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과 올해 전지훈련을 소화하면서 공을 아껴 던져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무리하게 던지는 건 결국, 팀이나 선수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아요. 짧은 시간 집중해서 훈련하고, 임팩트 있게 공을 던지는 효율성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된 겁니다.

"팀이 부르면 언제든 등판한다. 그것이 내 야구"

송창식은 올 시즌 키워드로 '집중'을 꼽았다. 짧은 훈련 가운데 더욱 집중하고, 마운드에서도 짧고 굵게 던지겠단 각오를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송창식은 올 시즌 키워드로 '집중'을 꼽았다. 짧은 훈련 가운데 더욱 집중하고, 마운드에서도 짧고 굵게 던지겠단 각오를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한화 이야기가 나올 때면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가 있습니다.

저요?

그건 아니고요(웃음).

아(웃음).

많은 이가 ‘이글스 정신’을 이야기합니다. 그도 그럴 게 ‘한화 레전드들’인 한용덕 감독과 장종훈 수석코치, 송진우 투수코치가 모두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송창식 선수도 19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요. '한화 레전드 코칭스태프'의 등장이 송창식 선수에게도 큰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감독님과 코치님 모두 제가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분들이에요. 그분들이 현역 선수로 뛸 당시의 한화는 정말 끈끈한 팀이었습니다. 감독, 코치님들도 그걸 기억하시기에 어떻게든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나 세 분 모두 선수들 마음을 잘 헤아리는 분들이고, 한화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라, 선수들 모두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캠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팀은 준비가 됐습니다. 이제 송창식 선수가 좋은 투구를 펼치는 일만 남았습니다. 훈련하는 걸 보니 팔꿈치엔 문제가 없는 듯합니다.

(팔꿈치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젠 정말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어요.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돕니다(웃음).

‘젊은 투수’들과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쟁은 매년 있었던 일이에요. ‘지금까지 어떻게 했다’란 건 전혀 중요치 않습니다. 새로운 코칭스태프가 구성됐어요. 이제 ‘과거’보단 ‘현재’가 중요합니다. 경쟁 구도 속에서 제 자릴 찾아갈 생각입니다.

그간 '딱' 정해진 보직 없이 선발과 불펜을 오갔습니다.

아무래도 자리가 정해지면 준비하는 투수로선 편하겠죠. 올 시즌 어떤 보직을 맡을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가 경기에 등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계산하기보단 '팀이 부를 나가면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하고 싶어요.

대통령이 세 번 바뀔 동안 한화는 가을야구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선지 한화 가을야구를 보고 싶어하는 팬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팬이나 선수나 가을 야구를 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고 봐요. 일단 결과에 관해선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 한 가지는 약속드릴 수 있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단 약속 말이죠. 모든 선수가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나눠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간 없었던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 시즌 꼭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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