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뒤로하고 KBO리그에 돌아온 김현수. 이제는 두산 베어스가 아닌 ‘LG 트윈스’ 선수가 된 김현수가 바라는 4년 뒤 LG는 어떤 모습일까.

LG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김현수의 환한 미소(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LG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김현수의 환한 미소(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올겨울 LG 트윈스의 스토브리그는 김현수 영입 전과 후로 나뉜다. 김현수 영입전까지만 해도 LG는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외국인 선수와 외부 영입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고, 정성훈 등 베테랑 선수의 방출이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김현수 영입으로 단숨에 뒤집혔다. LG는 2017년 12월 19일 FA(자유계약선수) 김현수와 4년 총액 115억 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김현수 영입으로 LG는 확실한 중심타자를 얻었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 1위 팀(4.32) LG는 타선만 보강하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팀이다.

비록 2년 만에 한국으로 복귀했지만, 김현수는 최고의 선수들만 활약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능력을 증명한 선수다. 2016시즌 제한적인 기회 속에서도 타율 3할(0.302)과 0.382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다. 각종 분석 시스템을 통해 타구 질이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기량보다는 기회가 부족했고, 충분히 더 도전할 수 있었지만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국 복귀를 택한 김현수다.

김현수는 여전히 KBO리그 정상급 타격 능력을 자랑하는 타자다. LG 캠프에서 합류한 뒤에도 연일 뛰어난 타격으로 ‘역시 김현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니혼햄 파이터스와 연습경기에서 1회 2루타로 선취점 발판을 만든 뒤, 넥센 히어로즈와 연습경기에선 에스밀 로저스를 상대로 2루타를 때려냈다. ‘김현수 효과’가 벌써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가는 중이다.

LG에서 김현수의 목표는 하나다. 나 혼자만 잘하는 게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4년 뒤에는 LG가 더 강한 팀이 되는 게 김현수의 바람이다.

LG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김현수를 엠스플뉴스가 미국 애리조나 파파고 LG 훈련장에서 만났다.

밖에서만 보던 LG, 직접 와서 보니...

KBO리그 복귀 후 첫 스프링캠프다. 어떤 목표를 품고 캠프에 왔는지 궁금하다.

‘잘’ 하는 게 목표다. (웃음)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정말로 ‘잘’ 하자는 마음으로 캠프에 왔다. 목표는 팀의 우승이니까. 항상 그랬지만 개인적 목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경기에 많이 나가고,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팀에 잘 적응하면 성적은 자연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계획한 대로 잘 되고 있나.

항상 계획한 대로는 잘 돼왔던 것 같은데, 중요한 건 실천이다. 캠프 때 계획대로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시즌 때 결과가 나와야 하니까.

미국에서 2년간 캠프를 하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치르는 캠프다. 훈련량이 많아 힘든 점은 없나.

한국과 미국의 방식이 달라서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대신 한국 캠프는 휴식일이 자주 있는 편이라 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 미국 같은 경우엔 훈련량은 적지만, 대신 거의 쉬는 날 없이 캠프를 이어간다.

캠프에서 동료들과 장난도 하고, 많이 웃으면서 잘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목표 가운데 ‘팀 적응’은 일찌감치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음, 아무래도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야 할 것 같았다. 처음 와선 조용히 있었는데, 그러니까 후배들이 좀 어려워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는 많은 대화를 하기 어렵겠다 싶어서 먼저 말을 걸면서 다가가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원래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라... (웃음) 적응엔 큰 문제 없는 것 같다.

오랜 세월 두산 쪽 더그아웃에서 LG 더그아웃을 바라보는 입장이었다. 두산 시절 밖에서 본 LG는 어떤 이미지였나.

글쎄, 밖에서 보는 이미지란 걸 어떻게 그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실 경기할 때 우리 팀만 신경 쓰는 스타일이다 보니, 다른 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LG에 온 뒤에도 밖에서 봤던 이미지보다는, 이 팀이 (야구를) 어떻게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그렇다면 이제 밖이 아닌 안에 들어왔으니, 직접 체험한 LG의 팀 분위기는 어떤 느낌인지 말해줄 수 있나.

좋다. 분위기가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선수들도 밝다.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느낌도 있지만, 아직 선수들이 대부분 어리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을 거다. 그 외엔 다들 밝고 좋은 것 같다. 지내는 게 재미있다.

‘실패자’ 비난은 감내할 몫... “잘 이겨내야죠”

김현수는 새 소속팀 LG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며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현수는 새 소속팀 LG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며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제는 두산이 아닌 LG의 김현수다. 왜 두산도, 다른 팀도 아닌 LG를 택했나.

간단하다. LG가 가장 먼저 내게 오퍼를 했다. 그리고 오퍼를 준 팀이 LG 하나밖에 없었다. (웃음)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LG의 배려도 계약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들었다.

맞다. 그것도 이유다. LG가 제일 먼저 제안을 해 왔고, 내가 미국 구단을 알아볼 동안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결국 날 기다려준 LG로 오게 됐다.


LG와 계약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다른 이유는 없나. LG의 어떤 점에 주목해서 계약까지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음. 그건 내가 주목하고 말고 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특별히 ‘이 팀은 이래서 좋고, 저 팀은 저래서 좋고’ 생각해보진 않았다. 그보단 LG가 정말 나를 데려가고 싶어 하는 진심이 느껴졌고, LG에 와서 한번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다 잘 맞아서 LG에 오게 된 것 같다.

다른 유턴파 선수들과 달리,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미국에 더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나.

글쎄,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마음만 먹는다고 맘대로 다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 메이저리그 시장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지 않나. 당시에도 미국 팀과 계약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길 들었다.

아무래도 계약이 늦어지면 생기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현실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일단 야구를 해야 하니까. 야구를 어디서든 해야 하는데, 미국 팀과 계약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정말로 메이저리그에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야구를 계속하려면 한국 복귀가 최선이었다.

당신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3할 타율을 기록했고(0.302), 그해 300타석 이상 타자 가운데 18번째로 높은 0.382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당신을 좌완투수 상대로는 거의 선발 기용하지 않았고, 우완투수 상대로도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기량이 아니라 ‘기회’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일단 초반에 잘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처음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게 아쉽고, 이듬해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회를 잘 살렸어야 했는데 좀 더 잘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그때의 아쉬움은 지나간 일이고, 이제는 LG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내가 할 일이다.


물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돌아온 선수를 ‘실패자’로 보는 여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안다. 그건 내가 다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원래 비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인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너무 거기에 신경 쓰지는 않으려고 한다. 아직 야구를 해야 할 날이 많이 남았고,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크다. 그러려면 그런 말들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나 스스로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인기구단 LG 소속이라, 다른 국외 유턴파 선수보다 더 큰 비난에 시달릴 수도 있다.

잘 이겨내죠. (웃음) 한번 경험해 보겠다. 겪어본 뒤에 다시 말씀드리겠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걸 후회하진 않나.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미국 도전을 선택할 거다. 내겐 큰 꿈이었으니까. (먼 곳을 바라보며) 비록 이루진 못했지만, 그래도 내 꿈이니까.

나중에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들었다.

정말 ‘혹시라도’, 과연 미국에서 나를 보기나 할까 싶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기회가 다시 온다면 어떨까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려면, 일단 여기서 잘 하는 게 먼저다. 여기 LG에서 야구를 잘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LG 팬 아버지, 이제 편하게 LG 보러 오실 것”

한 가지 예전부터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꽤 오래전에 ‘김현수의 아버지가 원래 LG 팬이다. 그래서 김현수가 두산에서 뛰던 시절에도 아버지는 LG를 응원했다’는 ‘카더라’를 들은 적이 있다.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

완전 옛날얘기네. (웃음) 사실 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가 LG를 좋아하셨고, 어릴 땐 나도 그랬다. 함께 LG 경기를 보러 야구장에 많이 갔었다.

그럼 두산에서 뛸 때도 계속 LG를 응원하셨나.

아니다. 내가 두산에 있을 때는 두산을 응원하셨다. 두산 야구 보러 야구장에 오시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LG 선수가 됐으니, 조금은 편하게 LG를 보러 오시지 않을까. (웃음) 사실 아버지는 어느 팀을 응원하는 것보다, 아들이 야구장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두산 시절에도 간판타자로 활약했지만, 그때는 라인업에 워낙 강타자가 많아서인지 김현수 한 명에게만 공격을 의존하진 않았다. 반면 LG는 공격력이 강한 팀이 아니라,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팬은 ‘김현수가 LG 타선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과연 그럴까. 나 말고도 박용택 형도 있고, 아도니스 가르시아도 있다. 또 LG의 어린 선수 중에도 재능있는 선수가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먹여 살린다는 생각보단, 동료 선수들과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한다. LG 타선이 다 같이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함께 간다’라, 참 좋은 얘기다. 그래서 말인데, 김현수와 4년을 함께 보낸 LG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하다. 4년 뒤 LG의 모습을 미리 상상해본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

우승을 많이 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기 보다는 그런 팀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우승은 나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4년 뒤에는, LG가 우승 많이 하는 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기다리는 LG 팬들에게 꼭 지킬 수 있는 약속 하나만 부탁한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은 운동장에서 정말 열심히 뛰겠다는 것, 그것만큼은 꼭 지킬 수 있는 약속이다. 그리고 지키고 싶은 약속은, LG가 올해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다. 그게 내가 팬들에게 지키고 싶은 약속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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