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완 특급’ 왕웨이중이 넥센 히어로즈와 연습경기에서 첫 실전 등판에 나섰다. 첫 등판부터 150km/h 강속구로 시선을 사로잡은 왕웨이중의 하루를 엠스플뉴스가 취재했다.

첫 실전 마운드에 오른 왕웨이중(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첫 실전 마운드에 오른 왕웨이중(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투산]

초구부터 스피드건에 147km/h가 찍혔다. 2월 캠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150km/h가 스피드건에 표시됐다. NC 다이노스 새 외국인 투수 왕웨이중이 첫 실전 등판에서 ‘광속구’를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월 22일(미국 기준) 미국 애리조나 투산 에넥스필드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연습경기. 이날 넥센은 괴물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NC는 새로 영입한 우완 로건 베렛을 선발로 기용했다. 로저스와 베렛은 각각 최고 147km/h 강속구를 던져 눈길을 잡아끌었다. 2회초엔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박병호가 가볍게 ‘툭’ 맞히는 스윙으로 좌월 솔로 홈런을 때려 환호를 받았다.

힘차게 공을 뿌리는 왕웨이중(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힘차게 공을 뿌리는 왕웨이중(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하지만 이날 경기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4회초 ‘최초의 타이완 출신 외국인 투수’ 왕웨이중이 마운드에 오르자, 요란하던 양 팀 더그아웃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왕웨이중의 손에서 나올 첫 공에 집중됐다. 연습투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시원한 팔 스윙으로 눈으로 보기에도 빠르고 묵직한 공을 뿌렸다.

첫 상대는 3번타자 마이클 초이스. 지난해 46경기에서 홈런 17개를 때린 괴력의 파워히터다. 왕웨이중이 오른 다리를 들고 힘차게 초구를 던졌다. 팡! 하는 경쾌한 소리가 애리조나 하늘에 울려 펴졌다. 스피드건에는 147km/h가 찍혔다. 스피드건 주위에 모여있던 관계자들이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1-1에서 3구째, 149km/h 짜리 강속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들었다. 초이스가 배트를 휘둘렀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1루수 모창민 쪽으로 굴러가는 평범한 땅볼이 됐다. 왕웨이중은 공을 던진 뒤 재빨리 1루 커버를 들어가 첫 아웃을 직접 잡아냈다. NC 외야수 김성욱은 “구위가 정말 좋다. 초이스가 자기 스윙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첫 타석 홈런을 때린 국민거포 박병호 차례. 상대가 누군지 아는지, 왕웨이중은 변화구와 유인구를 섞어가며 어렵게 승부했다. 박병호도 계속 파울로 걷어내며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3-2 풀카운트에서 왕웨이중이 높은 코스 빠른 볼을 던졌고, 박병호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헛스윙 삼진. 7구 승부 끝에 왕웨이중이 승리를 거뒀다.

이날 왕웨이중은 5회까지 2이닝을 던졌다. 대부분의 빠른 볼이 140km/h 후반대를 기록했다. 150km/h도 한 차례 기록했다. 좌타자 고종욱과 김혜성에게 각각 2루타를 허용했지만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대로 맞은 타구는 고종욱의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 하나였다.

우중간을 가른 김혜성의 2루타는 빗맞아서 높이 떠오른 타구였다. 에넥스필드는 태양이 중견수와 우익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구조라 낙구 지점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날도 ‘중견수 뜬공 실책’이 넥센과 NC 양 팀에서 한 차례씩 나왔다.

왕웨이중 호투에 나성범 “다른 팀 아닌 우리 팀 투수” 반색

이날 왕웨이중의 투구를 지켜본 NC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내렸다. 애초 불펜피칭 당시만 해도 NC 관계자와 코칭스태프는 왕웨이중에 대해 약간의 의문부호를 갖고 있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캠프에 온 로건 베렛과 달리, 왕웨이중은 몸을 100% 완벽하게 만든 상태로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불펜 피칭에서 보여준 투구도 기대했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이 때문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왕웨이중은 이날 첫 실전 등판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그간의 모든 우려를 깨끗이 씻었다. NC 유영준 단장은 “패스트볼의 회전이 굉장히 좋다. 공에 힘이 있어서 타자들의 배트가 밀린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파워가 있고 괜찮은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미국 야구에서도 150km/h 가까운 공을 던지는 좌완투수는 흔하지 않다. 왕웨이중은 오늘 첫 투구에서 140km/h 후반대 공을 꾸준히 던졌는데, 시즌 때 되면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변화구가 조금 높게 형성되는 점만 개선하면 될 것 같다.” 유 단장의 말이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왕웨이중이 빠른 공을 던지더라’는 기자의 질문에 “첫 등판이라고 세게 던져서 그렇다”면서도 “예상보다 스피드가 잘 나왔다. 합류 이후 지적한 투구폼 문제도 많이 개선됐다.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몸을 잘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 코치는 선발로 나와서도 140km/h 후반대 구속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오늘은 2이닝을 짧게 던졌지만, 나중에 선발로는 100구 이상 많은 공을 던져야 한다. 실전에 가서는 기교도 부릴 줄 알아야 하고 완급도 조절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될지가 관건이다.” 최 코치의 지적이다.

김경문 감독은 기자의 질문에 “오늘 왕웨이중 어떻게 봤냐”고 반문했다. 이어 흡족한 미소를 띠며 “우려한 것에 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불펜에서 던질 때는 우려도 있었는데, 실전에 올라가니까 다르더라. 생각한 것보다 좋았다”고 평가했다.

경기전 몸을 푸는 왕웨이중(사진 위), 경기 후 포수들과 대화하는 왕웨이중(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경기전 몸을 푸는 왕웨이중(사진 위), 경기 후 포수들과 대화하는 왕웨이중(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NC 선수들도 호평 일색이다. 나성범은 왕웨이중에 대한 팀 내 평가가 ‘물음표’였을 때도 “던지는 걸 봤는데, 내 생각엔 굉장히 잘할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바 있다. 이날 투구 감상을 묻자 “살벌하던데요. 다른 팀 투수가 아니라 우리 팀 투수”라며 다행이라는 몸짓을 취했다.

김성욱도 “구위가 정말 좋아 보였다. 팔 스윙이 굉장히 빨리 나오는 것 같았다. 초이스가 자기 스윙을 못 할 정도였다”고 칭찬했다.

투수조 조장 임창민도 “운동장 밖에서는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라 마운드에서 어떨까 싶었는데,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분위기가 전혀 다르더라”고 평했다.

왕웨이중의 첫 등판을 본 NC의 평가는 이처럼 하나같이 긍정적이었다. 물음표로 가득했던 첫 불펜 피칭 당시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왕웨이중 “좋은 피칭해 만족, 이 기세 정규시즌까지 이어갈 것”

투구를 마친 뒤 포수 신진호, 통역 강마루솔 매니저와 대화하는 왕웨이중(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투구를 마친 뒤 포수 신진호, 통역 강마루솔 매니저와 대화하는 왕웨이중(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왕웨이중도 이날 자신의 투구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왕웨이중은 “느낌이 괜찮았다. 모든 구종을 골고루 던진 것도 만족스럽고, 첫 등판치고는 좋은 피칭을 한 것 같다”며 “이 기세를 앞으로도 이어가 정규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왕웨이중은 한 차례 ‘12초룰 위반’ 경고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마운드에서 공을 쥐고 있는 시간이 긴 편이었다. 과거 성준(현 삼성 2군 감독)이 떠오를 정도로 인터벌이 긴 왕웨이중을 향해 주심은 계속 “hurry up!”을 외쳤다.

이에 대해 왕웨이중은 “12초룰이 있는지 몰랐다.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초반에 포수와 사인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나중에는 잘 맞았다. 이제 룰을 숙지한 만큼, 앞으로 준비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밝혔다.

‘공을 굉장히 세게 던지더라’는 질문엔 “오늘이 첫 게임이고 첫 이닝이라 그랬다. 첫인상이 앞으로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첫 1이닝을 더 열심히 신경 써서 던지려고 했다”고 답변했다.

경기 후 왕웨이중을 취재하는 타이완 매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경기 후 왕웨이중을 취재하는 타이완 매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날 에넥스필드에는 타이완 현지 매체가 대거 방문해, 왕웨이중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타이완 현지 방송사, 인터넷 방송 취재진이 왕웨이중의 불펜 피칭부터 투구 내용, 경기 후 모습까지 일거수일투족을 화면에 담았다.

경기 후에는 인터뷰 요청이 줄을 이었다. 흡사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뛸 당시, 한국 매체의 취재 열기를 연상하게 할 정도였다. NC 관계자는 “시즌 중에도 타이완 매체가 계속 마산야구장을 찾을 예정이다. 벌써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첫 실전 경기에 등판한 왕웨이중의 하루는 마운드 위에서도, 마운드 밖에서도 뜨거웠다. NC는 왕웨이중이 이날 보여준 위력을 정규시즌까지 이어가길, 그래서 창단 이후 간절히 원했던 ‘좌완 광속구 에이스’를 보유하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