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스프링캠프에는 선수들이 오손도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랑방’이 있다.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으로 탈꼴찌를 노리는 kt 위즈 1차 캠프의 성과를 돌아봤다.

kt 선수단의 사랑방에서 한 컷(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kt 선수단의 사랑방에서 한 컷(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kt 위즈가 2월 23일(미국 기준 22일) 미국 애리조나 투산 1차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kt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로 이동해 15일간 2차 캠프를 진행한다.

이번 kt의 1차 캠프를 둘러본 야구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훈련 분위기가 정말 좋다” “캠프 분위기만 놓고 순위를 매기면 1등 감”이란 칭찬이 쏟아진다.

장기간 캠프가 이어지는 데 따르는 피로나 매너리즘도 보이지 않는다. 캠프 일정 마지막 날인 22일, 훈련장인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를 찾았을 때도 kt 선수들의 움직임엔 활력이 넘쳤고 웃음이 가득했다.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이 캠프 전부터 준비를 정말 잘 해왔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팀 훈련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잘 따라줬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서 훈련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1차 캠프가 성공적으로 잘 끝난 것 같다.” 김 감독의 말이다.

특히 김 감독은 선수들이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kt는 올해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10개 팀 가운데 가장 공식 훈련 시간이 짧은 팀이다. 오전 10시 정도에 팀 훈련을 시작해 오후 1시면 대부분의 팀 훈련 일정이 끝난다.

오후 시간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개인 운동으로 보낸다. 3시 정도엔 거의 모든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다. 오후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일부 팀과는 차별화된 일정이다. 선수가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도 많고, 휴식 시간도 충분하게 주어진다.

창단 초기만 해도 kt는 저녁 늦게까지 ‘지옥훈련’을 했다. 훈련이 끝나고 나면 선수들은 녹초가 됐다. 경기장에서 훈련 순서를 기다리며 무의미하게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다. 긴 훈련 시간은 효율적 훈련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훈련을 한 뒤, 나머지 시간은 대충 흘려보낼 때도 많다.

하지만 지금 kt의 훈련은 시간은 짧고 효율은 극대화됐다. 키노 야구장의 3개 면을 모두 활용해 투수, 타격, 수비 훈련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시간,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없다.

포수 이해창은 “팀 훈련 시간이 짧아서 훈련량이 적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상당히 많다. 훈련 시간 동안은 정말 집중해서,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훈련 시간 짧은 kt, 남는 시간엔 무엇을 할까

자네, 농구해 볼 생각 없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자네, 농구해 볼 생각 없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진욱 감독은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훈련만큼이나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단 게 김 감독의 소신이다.

kt 캠프에선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이라도 더 휴식을 주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설날에는 훈련을 일찍 마치고 윷놀이를 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훈련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줬다.

그렇다면 kt 선수들은 휴식 시간에 무엇을 하며 보낼까. kt 캠프의 구장에 마련된 치료실과 트레이닝 룸에 모여 얘기를 나눈다. 특별한 스케쥴이 없는 선수도 치료실과 트레이닝 룸을 찾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 “거기 가면 다들 모여 있을 거에요.” 선수를 찾는 기자에게 kt 관계자가 들려준 말이다.

트레이닝 룸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베테랑 선수부터 신인 선수까지 많은 선수가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여기서 선수들은 훈련 방법 등 야구 관련 토론도 하고, 개인적 고민을 주고받으며 교분을 쌓기도 한다. 유쾌한 농담으로 좌중을 웃기는 선수도 있다. 트레이닝 룸이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셈이다.

kt 관계자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황재균, 유한준 등 선배들이 앞장서서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자연히 후배들도 자연히 따라서 트레이닝 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남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는 “kt 선수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하나같이 다 착하고 인성이 좋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고 했다. 이 코치를 비롯한 트레이너들은 트레이닝 외에도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고민 상담, 멘탈 코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 코치는 “선수들이 트레이닝 룸을 많이 찾아준다면 고마운 일”이라며 “나중엔 내가 일할 필요가 없을 만큼, 선수들이 알아서 몸을 만드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했다.

전력분석도 수시로 이뤄진다. 따로 정해진 시간에 하는 단체 미팅과는 별개다. kt 전력분석팀은 선수의 영상과 분석 자료가 담긴 태블릿 PC를 들고 다닌다. 훈련 중간중간 시간이 남는 선수와 둘러앉아 최근에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토론한다. 다른 선수들이 훈련하는 동안, 한쪽에서 전력분석 미팅을 하는 장면이 kt 캠프에선 낯설지 않다.

김 감독은 “단체 미팅을 가능한 최소화하려고 한다”며 “전력분석 자료도 선수마다 필요로 하는 데이터에 차이가 있다. 선수가 자신에게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생각해서 요청하고, 분석팀은 선수 개인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갖고 논의하는 게 효과적이라 본다”고 밝혔다.

달라진 kt, 2018시즌 어떤 결과 낼까

kt로 이적한 황재균. kt 관계자는 황재균 등 선배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에 후배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kt로 이적한 황재균. kt 관계자는 황재균 등 선배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에 후배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누군가는 3년 연속 최하위 팀이 왜 더 많은 훈련을 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표할지 모른다. 하지만 kt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리그에서 가장 긴 시간 강도 높은 훈련을 했던 팀이다. kt의 지난 3년간 성적은 강훈련, 지옥훈련이 오답이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kt는 더 많은 훈련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택했다. 몸을 혹사하는 훈련이 아니라, 한 시즌을 버틸 체력을 쌓고 휴식을 취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강제로 시켜서 하는 훈련이 아닌, 선수들이 스스로 필요를 느껴서 하는 훈련을 추구한다. 지난해 캠프부터 시작된 변화가 올해 캠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 우리 kt가 좋은 결과를 거둬서, 우리 야구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미소에서 달라질 kt 야구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묻어났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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