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사이에서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알짜 중계'로 꼽혔던 프로야구가 점점 '계륵'이 돼 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방송사들 사이에서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알짜 중계'로 꼽혔던 프로야구가 점점 '계륵'이 돼 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올 시즌 프로야구 중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3월 5일 엠스플뉴스에 “스카이스포츠(skySports)가 올 시즌 프로야구 중계를 하지 않기로 정한 거로 안다”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중계권료와 여러 제약이 중계 포기의 이유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사실 확인 차 통화한 스카이스포츠 편성 관계자는 "프로야구 중계와 관련해선 조만간 회사 차원에서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스카이스포츠 관계자는 “올해 프로야구 중계를 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게 맞다"며 "최근 새로 선임된 경영진이 기존 경영진의 방침을 유지한다면 올 시즌부터 프로야구 중계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계권료와 갈수록 악화하는 수익 구조

스카이스포츠 캐스터, 해설진(사진=스카이스포츠)
스카이스포츠 캐스터, 해설진(사진=스카이스포츠)

스카이스포츠는 2015년부터 XTM의 뒤를 이어 프로야구 중계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지만, 임용수 캐스터와 이효봉, 이병규(현 LG 코치), 김진욱(현 kt 감독) 해설위원 등의 전문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방송으로 야구 마니아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치솟은 중계권료가 큰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 중계권료는 4, 5년 전보다 2배 가까이 폭등한 상태다. 방송사들은 "중계권료와 현장 중계 제작비를 합치면 한해 120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말한다.
한 스포츠 전문채널의 편성 담당자는 "프로야구 인기엔 큰 변화가 없지만, 프로야구 TV 시청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TV 중심이던 미디어 환경이 인터넷,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광고 시장에서의 돈의 흐름도 TV보단 인터넷, 모바일로 쏠리고 있다. 문제는 프로야구 TV 중계권료는 계속 폭등하는 반면 TV 중계 광고액은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프로야구 중계를 하지 않겠다는 방송사가 더 나올 수 있다."
가뜩이나 스카이스포츠는 지상파 3사 계열 스포츠 전문채널보다 케이블 TV 채널 보급률이 낮아 시청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케이블 TV와 아날로그 케이블 서비스에선 여전히 스카이스포츠를 볼 수 없는 곳이 적지 않다.
이런 한계 때문인지 스카이스포츠는 시청률 집계에서 항상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당연한 이유로 광고 수익 역시 기존 스포츠 전문채널보다 낮았다는 게 방송계의 중평이다.
스카이스포츠 내부 관계자는 "해마다 중계권료는 오르는데 수익은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도 이런 문제로 프로야구 중계를 포기하려 했으나, '이번이 마지막 시험'이라는 심정으로 개막전을 코앞에 두고 중계권 계약을 했다"며 "'올해는 월드컵, 아시아경기대회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많아 수익이 더 악화할 게 확실하다'는 사내 목소리가 강한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프로야구 중계를 하는 조건으로, 여러 불공정한 '제약'을 받아들여만 했다"며 "대표적으로 우린 지금껏 프로야구 중계만 할 수 있었지, 중계 제작을 할 권리가 없었다. 그 탓에 프로야구에선 중계 제작 노하우나 경험을 거의 쌓지 못했다"고 쌓였던 불만을 털어놨다.
지상파 3사 계열 스포츠 전문채널과 달리 XTM, 스카이스포츠는 중계 제작을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 대행사인 '에이클라'에서 담당해왔다.
에이클라는 현재 스카이스포츠의 빈자릴 채울 방송사를 찾기 위해 복수의 방송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송사가 높은 중계권료와 여러 제약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어, 신규 방송사를 찾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