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같은 하루’를 실감한 타자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 3루수 김민성은 1군 등록일수 하루가 모자라 2017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 취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김민성은 좌절하지 않는다. 김민성은 FA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고, '즐거운 야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넥센 3루수 김민성이 올 시즌 '즐거운 야구'를 선언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넥센 3루수 김민성이 올 시즌 '즐거운 야구'를 선언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 김민성은 ‘계산이 서는 타자’다.

김민성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이 기간 김민성의 타율은 항상 0.280 이상을 유지했다. 돋보이진 않지만, 감독 머릿속에 ‘상수(常數, 변하지 않고 항상 같은 값을 가지는 수)’로 존재하는 타자가 김민성이다.

이처럼 꾸준함을 무기로 묵묵히 야구 인생을 개척하던 김민성에게 2017년은 시련의 한해였다. 1군 등록일수가 단 하루 모자라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김민성이 '계산이 서는 타자'란 걸 증명하는 최근 5시즌 기록(자료=스탯티즈)
김민성이 '계산이 서는 타자'란 걸 증명하는 최근 5시즌 기록(자료=스탯티즈)

2007년 1군에 데뷔한 김민성의 통산 등록일수는 ‘7시즌+144일(한 시즌으로 인정되는 등록일수 145일)’로 8시즌에 꼭 하루가 모자랐다. 2010년 7월 20일 롯데 자이언츠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될 당시 KBO가 ‘현금 트레이드 의혹’을 제기하며, 트레이드를 하루 보류한 게 김민성 FA 자격 취득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김민성은 2017시즌을 마친 뒤 법원에 'KBO의 트레이드 보류로 FA 자격 취득일수가 하루 모자란다'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하지만, 10월 31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결국, 김민성은 ‘하루’의 공백으로 FA 자격 취득을 ‘1년’ 미루게 됐다.

"FA 스트레스? 받을 만큼 다 받았다"

지난해 김민성은 'FA 자격 취득'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 김민성은 'FA 자격 취득'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사진=엠스플뉴스)

‘FA 자격 취득’은 지난해 김민성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 골칫거리였다. 시즌이 흐르면 흐를수록 김민성의 스트레스는 심해져 갔다.

김민성은 “FA 자격이 지난해 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라며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엔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어요.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마음은 예민해져만 갔습니다. 예민한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으니, 결과에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어요. 주변에선 혼자 끙끙 앓는 저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일쑤였습니다.” 김민성의 말이다.

김민성은 법원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뒤 모든 걸 털어냈다. 김민성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더는 FA 자격 취득에 대한 문제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민성 마음속에 ‘FA’란 두 글자는 이미 지워져 있었다.

“FA 자격 취득에 대한 부담이나 압박은 전혀 없어요. 이미 지난해 FA로 받을 스트레스는 다 받은 듯합니다. 이젠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묵묵히 제 몫을 다할 예정이에요.” 김민성은 FA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고, 팀 플레이어로 거듭날 계획이다.


"넥센의 가을야구, 즐거운 야구" 김민성의 두 가지 목표

김민성은 '팀 성적과 즐거운 야구'란 두 마리 토끼 사냥을 노린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김민성은 '팀 성적과 즐거운 야구'란 두 마리 토끼 사냥을 노린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유난히 길었던 비시즌 김민성은 가족과 함께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가족과 여유를 만끽하는 동안 김민성 마음속엔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랐다.

그 공허함은 지난해 김민성을 괴롭혔던 ‘개인사’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김민성은 “비시즌 내내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데 대한 공허감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김민성은 야구를 하는 이유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고, ‘팀을 위한 야구’란 초심을 되찾았다.

“선수단 전체가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넥센 팬들을 향한 미안함은 두말할 것도 없이 컸고요. 이번 비시즌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 이유입니다.” 김민성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민성은 “2018년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보여줄 것”이란 자신감을 보였다. 김민성은 “팀 구심점인 박병호가 합류하면서,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었던 때 넥센의 팀 분위기가 살아났다. 부상만 없다면, 과거 '넥벤져스'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고 주장했다.

“오직 팀 성적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게 김민성의 올 시즌 계획이다. 팀 성적에 초점을 맞춘 김민성이 설정한 개인 목표는 단 하나다.

“올해엔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를 즐길 겁니다.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어요.”

2017년 골머리를 앓으며, 그라운드에 나섰던 김민성은 ‘즐거움’을 유일한 개인 목표로 삼았다. “이젠 야구 외적인 요소가 아닌 야구 자체에 몰두하겠다”는 김민성의 각오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1년 같은 하루'를 보낸 김민성의 마음은 한 뼘정도 성장했다. 시련을 겪은 뒤 '즐거운 야구'란 초심을 되찾은 김민성의 '계산이 서는 스윙'은 넥센의 가을야구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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