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시범경기에서 안경을 벗고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KIA)
양현종이 시범경기에서 안경을 벗고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KIA)

[엠스플뉴스=광주]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KIA 타이거즈 팬들은 진귀한 선물을 받았다. 바로 ‘대(大) 투수’ 양현종의 ‘생얼’ 공개였다. 양현종이 뜬금없이 안경을 벗고 싶었던 건 아니다. 안경을 벗고 마운드에 오르는 게 지난해 양현종이 ‘엠스플’에 내건 우승 공약인 까닭이었다.
지난해 스프링 캠프에서 ‘엠스플’과의 인터뷰에 나선 양현종은 세 가지 소원과 우승 공약을 내걸었다. 먼저 세 가지 소원은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역대 타이거즈 좌완 투수 최다승 신기록 달성·둘째 아이 갖기였다. 만약 세 가지 소원을 다 이룬다면 올 시즌 안경을 벗고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기로 ‘엠스플’과 약속했다.
놀랍게도 지난해 세 가지 소원이 모두 이뤄졌다. KIA는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차지하면서 ‘V11’을 달성했다. 게다가 양현종은 지난해 7월 13일 광주 NC 다이노스전(6이닝 1실점)에선 타이거즈 좌완 투수 최초로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8월엔 둘째 아이(득남)를 얻으면서 세 가지 소원을 다 이룬 양현종이었다.

지난해 양현종의 세 가지 소원과 우승 공약(사진=해당 화면 캡처)
지난해 양현종의 세 가지 소원과 우승 공약(사진=해당 화면 캡처)

‘공약왕’답게 양현종은 자신이 한 약속을 모두 지켰다. 지난해 KBO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내건 우승 공약인 걸 그룹 댄스는 팬 페스트에서 팀 후배들과 함께 선보였다. 양현종이 보여준 가수 선미의 ‘가시나’ 댄스에 KIA 팬들은 열광했다.
양현종은 ‘엠스플’과 약속한 안경 벗고 공 던지기도 잊지 않았다. 3월 14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 시범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평소 착용하는 안경을 쓰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 양현종은 2년 전 이미 라식 수술을 한 상태였기에 최근까지 도수가 없는 안경을 사용했다. 평소와는 다른 얼굴에 어색함도 있었지만, 양현종은 큰 어려움 없이 힘차게 공을 던졌다.
안경이 없었지만, 등판 결과는 좋았다. 양현종은 이날 3이닝(35구) 2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빈틈없이 틀어막았다. ‘역시 에이스’라는 찬사가 나올 만한 양현종의 투구였다.
경기 뒤 양현종은 “오늘은 투구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변화구 제구에도 신경 썼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지금 구위가 최상은 아니지만, 시즌 준비엔 전혀 문제가 없다.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엠스플’과의 약속을 지킨 얘기도 언급했다. 양현종은 “우승 공약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 안경을 벗고 던졌는데 약간 긴장이 됐다. 솔직히 집중력도 약간 흐트러졌다. 마치 옷을 벗고 있는 기분이었다. 정규시즌 땐 안경을 벗지 않을 계획이다”라며 웃음 지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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