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진화했다. 지난해 KBO리그 역사상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한 기존 타선이 건재한 가운데 백업 자원들까지 풍부해진 까닭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준비하는 KIA의 시즌 준비 과정은 순조롭다.

정성훈의 합류는 우타자 대타가 필요했던 KIA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다(사진=KIA)
정성훈의 합류는 우타자 대타가 필요했던 KIA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다(사진=KIA)

[엠스플뉴스]

“역시 강하다.”
개막을 앞둔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팀 분위기는 최상이다. 비록 순위가 중요한 시범경기는 아니지만, KIA는 4승 1패라는 중간 결과와 더불어 정규시즌 개막을 위한 과정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상황이다. 특히 스프링 캠프 때 집중했던 선수층의 깊이를 더하는 과제가 마무리되는 KIA의 분위기다.
KIA의 ‘베스트 9’는 지난해 리그 최강의 파괴력을 보여줬다. 한 시즌 팀 타율 역대 1위(0.302)에 오른 KIA 타선은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7명이나 되는 믿기지 않는 화력을 선보였다. 게다가 KIA 타선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한·미·일 프로야구 신기록까지 세웠다.
우승을 이끈 팀 타선에서 전력 유출은 없었다. 로저 버나디나와 일찌감치 재계약한 KIA는 ‘캡틴’ 김주찬마저 내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잡았다. 비시즌 동안 타격 훈련에 매진한 포수 김민식의 방망이도 최근 더욱 날카로워지면서 리그 최강 타선의 면모를 유지할 거란 예측이 많다.
KIA가 올 시즌 더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선 ‘백업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 스프링 캠프에서 당면한 과제도 마찬가지였다. 베테랑이 많은 주전 선수들은 자신의 루틴에 맞춰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면 비교적 젊은 백업 선수들은 많은 훈련으로 캠프 동안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KIA의 통합 우승에 이바지한 내야수 고장혁과 외야수 김호령이 경찰야구단에 입대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KIA 관계자는 “지난해 우승 과정에 없어선 안 됐을 존재가 바로 고장혁과 김호령이다. 이렇게 탄탄한 백업 자원이 있었기에 주전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는 것과 더불어 경기 후반 운영이 수월했다. 사실 우승 뒤 곧바로 고장혁과 김호령을 함께 입대하도록 한 김기태 감독의 결단이 대단한 것”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백업 옥석 고르기에 나선 KIA의 상전벽해

오정환(왼쪽)과 이영욱(오른쪽)은 KIA 야수층의 깊이를 더해줄 자원들이다(사진=KIA)
오정환(왼쪽)과 이영욱(오른쪽)은 KIA 야수층의 깊이를 더해줄 자원들이다(사진=KIA)

고장혁과 김호령이 빠졌지만, 올 시즌 KIA의 선수층은 더 깊어졌단 평가다. 지난해 기존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서동욱·최원준·유재신이 건재하다. 여기에 황윤호·이영욱·오정환 등 올 시즌 새로 합류한 얼굴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강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야수진의 풍부함이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표현 KIA 관계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이는 상황이다.
먼저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합류한 황윤호는 주전 유격수 김선빈의 체력 안배를 도와줄 1순위 내야 백업 자원이다.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가 장점인 황윤호는 캠프에선 날카로운 타격 실력까지 뽐내 코치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찰야구단에서 이미 복무를 마친 데다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기에 황윤호의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오지환의 사촌 동생’으로 알려진 신인 내야수 오정환(2차 지명 4라운드)도 시범경기에서 우투·좌타자로서 다부진 타격과 빠른 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흥식 2군 감독은 “타이완 2군 캠프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야수가 바로 오정환이다. 1군에서도 바로 쏠쏠하게 활용할 자원이라고 봤기에 귀국 뒤 곧바로 김기태 감독님께 추천했다”라며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외야에선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1대1 트레이드(한기주)로 데려온 이영욱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주로 대수비·대주자로 시범경기에 출전한 이영욱은 적은 타석 기회에서도 타율 0.429(7타수 3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주전 외야수인 로저 버니다나와 이명기의 뒤를 충분히 받칠 호타준족 능력을 보여주는 이영욱이다.
대타 자원도 더 풍부해졌다. 베테랑 정성훈의 영입은 기존 약점이었던 우타자 대타 자원의 부족을 메웠다. 통산 2,135경기 출전(리그 역대 경기 최다 출전 타이기록·양준혁 해설위원)을 기록 중인 정성훈은 고향 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한다. 김기태 감독은 “(정)성훈이는 후배들이 본받을 만한 베테랑 선수다. 자신만의 독특한 타격 스타일이 있는데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거다”라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2차 드래프트로 온 유민상 역시 좌타자 대타 자원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올 시즌 개막 전 ‘주전’이 아닌 ‘백업’에 관심이 쏠리는 것만으로도 KIA가 어느 정도의 강팀이 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김 감독이 캠프 내내 선수단에 강조한 건 “초심을 잃지 말고 항상 겸손한 자세를 보여라”였다. 우승에 자만하지 않고 약점을 차근차근 잘 메운 ‘디펜딩 챔피언’의 진화가 올 시즌 어떤 성적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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