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내야수 최주환은 시범경기 타율 0.583로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다. 선수 자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해 풀타임 시즌 활약과 더불어 이젠 자신감을 확실히 얻었다. 자신에게 붙여진 돌 글러브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단 게 최주환의 솔직한 마음이다.

최주환은 시범경기 동안 허경민과 함께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였다(사진=엠스플뉴스)
최주환은 시범경기 동안 허경민과 함께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였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저도 낯선 느낌이네요.”
선수 자신도 처음 느껴보는 절정의 타격감이다. 당겨치고 밀어쳐도 타구가 쭉쭉 뻗어 나간다. 느낌뿐만 아니라 결과도 훌륭하다. 시범경기 타율 0.583(12타수 7안타)/ 1홈런/ 6타점/ 2사사구라는 기록에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최주환의 얘기다.
때때론 스쳐 지나가는 조언이 ‘나비 효과’처럼 믿기지 않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최주환이 시범경기 때 보여준 절정의 타격감은 두산 강동우 타격코치의 조언에서 시작됐다. 강 코치는 최주환에게 “너는 인사이드 아웃(팔꿈치를 몸에 붙여 방망이 머리가 안에서 밖으로 나가듯이 돌리는 스윙)이 좋아서 스윙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왼쪽 손목을 일찍 빼도 타구 질이 좋아질 것 같다”라는 조언을 캠프에서 건넸다.
강 코치의 조언을 행동으로 실천하자 최주환은 예전과 다른 타격감이 느껴졌다. 최주환은 “강 코치님은 나를 어렸을 적부터 지켜보셨다. 강 코치님 조언대로 타격 자세를 완전히 바꾼 게 아니라 느낌만 살짝 바꿨는데도 결과가 좋아서 깜짝 놀랐다. 오히려 성적이 좋았던 지난해 초반보다 더 타격감이 좋은 것 같다. 타구에 회전력이 더해지면서 장타가 늘어난 느낌”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더 고무적인 일은 상대 야수에게 잡힌 타구도 만족스러운 궤적이 나왔단 점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최주환에게 “지금 타격감이 정말 좋다. 그 스윙의 느낌을 그대로 계속 보여주면 된다”라며 흡족함을 내비쳤다.
“잡힌 타구들도 직선타가 많았다. 특히 밀어친 타구 같은 경우엔 나도 야구 인생에서 처음 맛보는 느낌이다. 팀 동료들도 다 칭찬을 해주더라. 지금 타격감을 유지하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일본 캠프에서 소화한 팀 청백전에서 스윙 속도가 다소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회복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최주환의 말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최주환의 첫 목표는 안타 한 개

최주환은 강동우 코치의 조언으로 스윙하는 느낌에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최주환은 강동우 코치의 조언으로 스윙하는 느낌에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시범경기 동안 절정인 타격감을 생각하면 최주환에겐 아무 걱정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자신에게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를 떼고 싶은 마음도 강한 최주환이다. 그 ‘꼬리표’는 바로 ‘돌 글러브’였다. 최주환은 “솔직히 ‘돌 글러브’라는 소릴 안 듣고 싶다. 나이가 어릴 때 수비를 못 했던 건 나도 인정한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이젠 수비가 예전보다 발전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목소릴 높였다.
최주환의 주 포지션인 2루수엔 ‘주장’ 오재원이라는 큰 벽이 있다. 김태형 감독은 내야 수비의 짜임새를 고려해 김재호·오재원 ‘키스톤 콤비’를 선호한다. 최주환은 지명 타자와 대타 카드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최주환은 야구장에서 결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겠단 각오다.
최주환은 “두산 수비수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높은 것을 잘 안다. 내가 처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선 안정감 있게 처리할 자신은 있다. 편견이 쌓이다 보니 그걸 깨는 게 힘든 것 같다. 야구장에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이제 선입견을 깨고 싶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2006년 입단 동기들과 함께 찍은 사진(사진=두산)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2006년 입단 동기들과 함께 찍은 사진(사진=두산)

어느덧 최주환은 팀의 주축 타자 반열에 올랐다. 두산의 젊은 야수진을 고려하면 책임감을 느낄 위치기도 하다. 특히 2006년 두산 입단 동기인 민병헌과 김현수가 올 시즌 각각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는 걸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낀 최주환이었다.
“친구들이 각자 잘 돼서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거라 기뻤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입단 동기 4명이 함께 트로피 옆에서 찍은 한 사진이 있는데 이제 나랑 (양)의지만 남았다(웃음). 두 친구가 없지만, 그만큼 내가 주축 타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책임감을 더 보여줘야 한다. 나도 ‘대기만성형’ 타자로서 꾸준한 활약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 최주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지난해 최주환은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 120안타/ 7홈런/ 57타점/ 출루율 0.370/ 장타율 0.424를 기록했다. 최주환은 생애 처음으로 시즌 3할 타율과 시즌 100안타 고지에 올랐다. 올 시즌엔 이를 뛰어넘는 목표치를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최주환은 ‘안타 한 개’라는 의외의 대답을 꺼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싶진 않다. 지난해에도 시즌을 치르다 보니까 올스타전 출전과 100안타라는 목표가 생겼다. 우선 올 시즌 첫 번째 목표는 ‘안타 한 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기회만 주신다면 결과로 보여줄 자신이 있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시즌 개막전 선발이 먼저인 것 같다(웃음). 그건 정말 큰 의미가 아닌가. 거기서부터 시작하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