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키즈가 개막전에서 동시 출격했다. 단순한 출전뿐만 아니라 인상 깊은 활약까지 남긴 베이징 키즈는 화제성과 실력을 모두 지녔단 걸 보여줬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빛난 존재는 kt 위즈 외야수 강백호였다.

강백호는 리그 개막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강백호는 리그 개막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광주]

“떡잎부터가 남다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인 세대인 ‘베이징 키즈’가 개막전부터 동시 출격했다. 그리고 신인 4명 모두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단 자신감을 얻었다. 그 가운데 가장 빛난 선수는 kt 위즈 외야수 강백호였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서 순수 신인은 총 4명이 포함됐다. kt 강백호를 포함해 두산 베어스 투수 곽빈·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한동희·한화 이글스 투수 박주홍이 1군에서 정규시즌을 시작했다. 10년 전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신화를 보면서 야구를 배우기 시작했기에 이들에게 붙은 별명은 ‘베이징 키즈’다.
단순하게 1군 엔트리 숫자에 들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신인 4명 모두 1군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다. 올 시즌 이들이 팀 주축 선수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거란 전망이 쏟아진다. 그리고 3월 24일 개막전에서 곧바로 베이징 키즈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빛난 존재감은 강백호였다. 강백호는 2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8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kt 김진욱 감독은 “강백호에게 시즌 초반 꾸준한 출전 기회를 줄 계획이다. 윤석민과 황재균 등 중심 타선을 든든하게 맡아줄 선배들이 있기에 강백호의 부담감이 줄어들 거로 본다. 또 보통 신인 선수들이 기회를 얻으면 긴장하거나 위축되는 경우가 많은데 강백호는 그 기회를 즐길 줄 안다. 오늘 홈런을 하나 쳐 줬으면 좋겠다”라며 미소 지었다.
강백호를 향한 김 감독의 바람은 첫 타석부터 현실이 됐다. 강백호는 kt가 0-2로 뒤진 3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투수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볼카운트 3B-2S 상황에서 6구째 146km/h 속구를 공략해 비거리 110m짜리 좌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강백호 자신도 홈런이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베이스를 돌았다.
대담한 강백호의 데뷔전 “긴장감은 하나도 안 느껴졌다.”

자신의 개막전 프로 데뷔 첫 타석 홈런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강백호(사진=kt)
자신의 개막전 프로 데뷔 첫 타석 홈런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강백호(사진=kt)

이 홈런으로 강백호는 KBO리그 역대 6번째로 신인 데뷔 첫 타석 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개막전 신인 데뷔 첫 타석 홈런 기록으로 좁히면 롯데 자이언츠 조경환(1998년 4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2회)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조경환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대졸 신인 선수였다. 고졸 신인 개막전 데뷔 첫 타석 홈런 기록은 강백호가 최초다.
비록 첫 타석 홈런 이후 무안타에 그쳤지만, 강백호의 추격 홈런은 이날 경기 분위기를 뒤집었다. 강백호의 홈런에 힘입어 한 점 차로 KIA를 추격한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의 멀티 홈런으로 5-4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전 승리를 따낸 김 감독은 강백호의 홈런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 뒤 강백호를 흐뭇하게 쳐다본 김 감독은 “진짜로 첫 타석부터 (강)백호가 홈런을 쳐서 깜짝 놀랐다(웃음). 헥터의 공이 초반부터 너무 좋았는데 백호의 레그킥이랑 타이밍이 맞을 것 같았다. 백호가 더 자신감을 느낄 계기가 됐다. 백호와 로하스의 홈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며 기뻐했다.
아널 깜짝 활약을 펼친 강백호의 표정은 오히려 덤덤했다. 강백호는 “살짝 타이밍이 늦어서 타구가 넘어갈지 몰랐다. 홈런이 되니까 얼떨떨했다. 타격에만 집중하라고 하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첫 타석 홈런 뒤에 결과가 안 좋아서 아쉽지만, 내일 잘하면 된다.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뛰어본 적이 처음이라 재밌었다”라며 데뷔전 소감을 전했다.
보통 신인들과 강백호가 가장 다른 점으로 꼽히는 게 바로 ‘멘탈’이다. 김 감독은 “보통 신인 선수들은 자신에게 기회가 있으면 긴장하기 마련인데 강백호의 경우엔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다. 성향 자체가 다른 거로 보면 된다. 스타가 될 자질이 있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강백호도 긴장보단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에 일찍 잠자리에 든 강백호였다. 강백호는 “솔직히 타석에 들어섰을 땐 긴장이 하나도 안 됐다. 수비도 2회가 지나가니까 편안했다. 팀이 이겼다는 거 자체가 너무 좋다. 정말 이기고 싶었다. 기분 좋은 데뷔전이 됐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베이징 키즈, KBO리그의 새로운 활력소 된다

곽빈과 강백호의 대결이 기다려진다(사진=두산)
곽빈과 강백호의 대결이 기다려진다(사진=두산)

강백호뿐만 아니라 다른 베이징 키즈도 개막전부터 눈도장을 찍었다. 한동희는 3월 24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3루수로 출전해 데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날렸다. 수비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을 선보인 한동희였다. 곽빈은 2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구원 등판해 대타 배영섭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에 질세라 박주홍도 24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6회 말 1사 1, 2루 위기에서 등판해 고종욱과 김민성을 모두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무실점 투구를 기록했다. 신인 4명 모두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를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베이징 키즈’가 화제뿐만 아니라 1군에서 통할 기량도 지녔단 걸 보여준 하루였다. 그리고 이들은 1군 경쟁 상대가 아닌 같이 잘하자고 서로 응원하는 ‘친구들’이었다. 강백호는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 메신저 채팅방이 있는데 개막전을 앞두고 양창섭 등 친구들이 힘을 불어 넣어주더라. 서로 의식하기보단 응원부터 열심히 해주기로 했다. 친구들이 잘하면 나도 기분 좋다. 다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물론 긍정적인 자존심 싸움도 분명히 있다. 개막 전 만난 곽빈은 “(강)백호와 대결한다고 해도 긴장되진 않는다. (한)동희랑도 시범경기 때 붙어 봤다. 같은 나이인데 무서울 건 없다(웃음). 고등학교 때는 고등학교 때다. 프로에 와서 붙는 게 진짜 아닌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승부를 보여주고 싶다”라며 내심 승부욕을 내비쳤다.
최근 몇 년 동안 신인왕의 주인공을 꼽는 건 간단한 연산 문제와도 같았다. 그만큼 한 명이 독보적이었고 결과가 뻔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무언가 다르다. 화제성과 실력, 그리고 당돌함까지 보여줄 ‘베이징 키즈’의 등장은 KBO리그에 새로운 활력소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감케 한다. 그 가운데 개막전에서 출발이 가장 빛난 새내기는 바로 강백호였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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