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광주에선 비가 그치는데 경기가 취소되는 황당한 우천취소가 발생했다. KBO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이 발휘한 재량에 많은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순리대로 상황이 진행되길 원한 홈팀 KIA 타이거즈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됐다.

4월 14일 광주에선 비가 그치는 상황에서 우천취소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사진=엠스플뉴스)
4월 14일 광주에선 비가 그치는 상황에서 우천취소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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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왜 광주만 우천취소가 됐을까요?”
4월 14일 광주에서 황당한 우천취소가 발생하자 한 현장 관계자는 의문을 나타냈다. 오전부터 내린 빗줄기는 점점 가늘어 지고 있었다. 기상청의 예보상 향후 다가오는 비구름도 없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2시간여 전인 오후 3시 12분 KBO(한국야구위원회)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은 갑작스럽게 우천취소를 선언했다. 야구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간의 주말 ‘빅 매치’는 허망하게 무산됐다.
비가 그치는 상황에서 갑자기 나온 우천취소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 위원은 “우천취소를 결정했을 땐 비가 멈추지 않던 상황이었다. 그라운드 상태가 미끄러워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김 위원은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주말에 시간을 내 야구장을 찾은 팬들 입장에선 분명 아쉬운 일일 거다. 좋은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김 위원의 말과 다르게 그라운드 상황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단 게 현장 관계자의 얘기다. 전날 경기가 끝난 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내야엔 대형 방수포가 깔렸다. 내야에 물이 스며들 이유가 없었다. 배수 기능이 잘 작동한 외야는 경기 시작 시간 전까지 충분히 땅이 마를 수 있었다.
김 위원의 우천취소 결정이 성급했단 거센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KIA “그저 순리대로 상황이 진행되길 원했다.”
일부에선 '홈팀인 KIA가 이날 우천취소에 입김을 넣은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 KIA는 최근 4연패에 빠진 데다 13일 광주 롯데전에선 9회 초 7실점하며 충격적인 4-8 역전패를 당했다. KIA가 침체된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14일 경기를 앞두고 김용희 위원에게 우천취소를 유도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KIA는 우천취소의 ‘우’자도 꺼낸 적이 없단 입장이다. 우천취소 여부 결정에 대한 권한은 오로지 KBO 경기운영위원에게 있는 까닭이다. KIA 관계자는 “구단이 '우천취소 결정'이라는 경기운영위원의 고유 권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그저 순리대로 상황이 진행되길 원했다”고 강조했다.
현장 관계자의 얘기에 따르면 김 위원은 오후 3시께 그라운드 점검을 위해 나오기 전까지 "다가올 비구름이 없는 것으로 안다. 우천취소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였기에 KIA는 당연히 경기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그라운드를 잠시 둘러 보고서 김 위원의 입장이 돌변했다. 김 위원은 양 팀 매니저를 갑작스럽게 부른 뒤 우천취소를 통보했다. 현장 관계자는 “당연히 상황을 계속 지켜보자는 얘길 하시는 줄 알았는데 김 위원이 갑자기 우천취소 결정을 내려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야구 볼 권리’를 박탈하는 경기운영위원의 재량

김용희 위원(왼쪽)이 양팀 매니저를 불러 우천취소 결정을 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용희 위원(왼쪽)이 양팀 매니저를 불러 우천취소 결정을 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앞선 규정에서 ‘경기운영위원이 경기관리인과 협의 하에 결정한다’라는 문구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10개 구장 경기관리인은 홈 팀 단장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경기운영위원들은 주로 구단 1군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면서 우천취소를 결정한다.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는 규정을 경기운영위원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구단 매니저에게 경기관리인의 권한을 위임하는 꼴이다.
김 위원이 그랬다. 김 위원은 양 팀 1군 매니저를 불러 우천취소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우천취소 결정을 전달했다. 김 위원이 KBO리그와 리그 규정을 우습게 알지 않았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최소한 김 위원이 KBO리그를 존중하고, '경기운영위원'이란 직함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리그 규정을 숙지했다면 홈 팀 단장을 찾아가 상의하는 요식행위라도 했을 것이다.
함량미달의 경기운영위원에게 전적으로 우천취소 결정을 맡기는 지금같은 시스템은 손질돼야 한다. 김 위원은 오후 3시에 '쓱' 구장에 나타나, 그라운드 한 번 '획' 쳐다보고, 구장 출근한 지 12분 만에 우천취소를 결정했다. 그에게서 전문성은 고사하고, 직무의 성실함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경기운영위원의 잘못된 재량은 야구팬들의 ‘야구 볼 권리’을 한순간에 박탈할 수 있다. 이번 광주 우천취소 사태가 대표적 장면이다. 김 위원의 이해할 수 없는 우천취소로 홈 구단인 KIA도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됐다. 우천취소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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