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판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4월 15일 경기에서 한현희 보크 논란을 부른 심판진에게 엄중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해당 심판의 허탈한 해명은 "보크 상황을 못 봤다"였다.

한현희 보크 논란에서 잘못된 판정을 내린 심판진 4명이 엄중 경고 조치를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한현희 보크 논란에서 잘못된 판정을 내린 심판진 4명이 엄중 경고 조치를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4월 15일 서울 고척돔.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 간의 경기 흐름은 팽팽했다. 두산이 1-0으로 앞선 6회 초 2사 3루에서 박세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엔 넥센 선발 투수 한현희가 서 있었다. 한현희와 박세혁은 풀카운트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로 고척돔의 분위기는 더 후끈 달아올랐다.

논란의 사건은 한현희가 89구째 공을 던지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주자 3루 상황에서 세트 포지션을 취한 한현희는 공을 쥔 오른손을 글러브에 넣고자 살짝 올렸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미세하게 오른손을 내렸다가 다시 글러브에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한현희는 왼쪽 사진인 세트 포지션에서 오른쪽 사진과 같이 오른손을 살짝 올렸다가 곧바로 다시 내렸다(사진=해당 중계화면 캡처)
한현희는 왼쪽 사진인 세트 포지션에서 오른쪽 사진과 같이 오른손을 살짝 올렸다가 곧바로 다시 내렸다(사진=해당 중계화면 캡처)

그 순간 두산 벤치에서 한현희의 동작은 보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곧바로 그라운드로 나와 송수근 구심에게 보크가 아니냐고 항의했다. 송 구심과 더불어 김병주 일루심까지 뛰어나와 김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심판진과 짧은 대화를 나눈 김 감독은 곧바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결국, 보크 선언은 없었다.

두산 벤치에서 지적한 건 한현희가 세트 포지션에서 투구 동작을 시작했다가 갑자기 멈췄단 것이었다. KBO리그 규정 8.05[보크] a항에 따르면 투수판에 중심 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투구와 관련된 동작을 일으키다가 투구를 중지했을 경우 보크가 선언된다. 오른손을 살짝 올렸다가 멈춘 한현희의 동작을 보크로 볼 수 있는 까닭이다.

KBO 보크 관련 규정(사진=KBO 리그규정)
KBO 보크 관련 규정(사진=KBO 리그규정)

중계 화면상으로도 한현희의 오른손 움직임은 명백하게 포착됐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한 해설위원은 “처음 봤을 때 한현희의 손 움직임이 보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형 감독이 항의할만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김 감독이 크게 항의하지 않고 들어간 걸 보면 심판의 해명이 어땠는지 궁금하긴 하다. 그 동작이 보크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해당 심판진의 해명은 허탈했다. 그 해명은 ‘보크를 못 봤다’였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보크 상황에 대해 심판진이 잘못 판단한 부분이 맞다. 심판진은 보크 상황을 제대로 못 봤다고 말하더라. 공을 든 손으로 사인을 주고받을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으로 봤다는 얘기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한눈판 심판진, ‘엄중 경고’를 받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보크 상황과 관련해 송수근 구심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두산)
두산 김태형 감독이 보크 상황과 관련해 송수근 구심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두산)

KBO는 4월 16일 한현희의 보크 논란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해당 경기 심판진에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KBO리그 규정 벌칙 내규(심판위원) 제1항에 따르면 심판위원은 야구 규칙 적용을 잘못했을 때 경고 또는 제재금 50만 원 이하의 벌칙을 받는다.

KBO 관계자는 “해당 경기 그라운드에 있던 심판진 4명 전원에게 모두 다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런 판정 논란이 재발할 경우 경고를 받은 심판진은 더 강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단순히 고과에 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경고 메시지를 줘야 다른 심판진도 경각심을 가지고 판정에 더 신경 쓸 거로 판단했다”라고 강조했다.

보크 논란이 발생했을 때 양 팀의 점수 차(1-0)는 불과 한 점 차이였다. 두산 입장에선 한 점 한 점이 소중한 순간이었다. 만약 보크가 인정됐다면 두산은 3루 주자 김재환이 홈을 밟으면서 추가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두산이 3-2 승리를 거뒀기에 다행이었다. 반대로 두산이 패하는 결과가 나왔다면 보크 논란의 후폭풍은 지금보다 더 컸을 수 있다.

보크 논란을 지켜본 한 야구 관계자는 “애매한 보크 동작에 대해선 심판진이 판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보크 논란에선 손동작이 명확하게 보였지 않나. 사람인지라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을 수 있지만, 심판진 4명 전원이 이번 보크 상황을 놓쳤단 건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특히 최근 스트라이크 존 문제 등 심판 자질 문제가 불거진 안 좋은 분위기에 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번 보크 논란과 관련해 더 안타까운 일은 KBO리그 심판을 대표하는 김풍기 심판위원장의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단 점이다. ‘엠스플뉴스’는 스트라이크 존 항의 사유로 퇴장당한 오재원에 이어 이번 보크 논란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김 위원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락을 바란단 문자 메시지에도 김 위원장의 답장은 없었다. “못 봤다”라는 심판진의 허탈한 해명만이 남아 있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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